대전 대동 <하늘동네>편

 

▲소녀 감성을 돋우는 벽화가 시선을 끈다

  2015년 현재 달동네는 우리 주변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드라마 <서울의 달>같이 달동네를 배경으로 소시민의 삶을 다룬 드라마도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1980년대는 낙후된 도시빈민 주거지를 새로 정비하고 그곳을 아파트가 대체하는 양상이 전개됐다. 재개발로 쫓겨난 철거민은 더 외곽으로 밀려나 터전을 다시 일궈야 했다.
  달동네의 사전적 정의는 도시 외곽의 산등성이나 산비탈 등 비교적 높은 지대에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다. 달동네는 높은 곳에 위치해 달이 잘 보인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6.25 동란 이후 모여든 피란민들은 도시 외곽에 판잣집을 짓고 힘겹게 살았다.
  대전 대동 하늘동네는 6.25 전쟁 후 월남한 피난민들과 일일 건설노동자들이 밀집해 거주하는 마을로서 대전의 대표적 달동네로 손꼽힌다. 말로만 듣던 달동네를 실감하게 해준다. 그러나 하늘동네가 유명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하늘동네는 재개발이 아닌, 원래 모습을 유지하면서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의 달동네를 예술로 승화시켜 아름다운 벽화마을로 재탄생했다. 그리하여 원주민들은 마을을 떠나지 않고 터전을 지켜왔다. 주민 유명애(87) 씨는 22살 때 갓난아기를 등에 업고 남한으로 피란길에 올랐다. 그 당시 대동 일대는 밭이 많았고 도랑이 흘렀다. 유명애 씨는 “고생도 징그럽게 했지. 여기 와서 집 짓고 정착했다”고 말했다. 이어 벽화마을을 찾는 관광객은 “전국 각지에서 특히 학생들이 많이 온다”며 “늙은이들 사는 동네에 젊은이들이 오니까 좋다”고 말했다.
  하늘동네는 하늘공원에서 따온 것이다. 하늘공원에 오르면 빼어난 대전 전경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2007년 하늘동네는 소외지역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미술 사업 ‘아트인 시티 2007’에 선정돼, 지역 미술단체인 오늘공공미술연구소를 주축으로 30여 명의 미술인이 참여해 벽화마을로 조성됐다. 주민들도 적극 동참했다고 한다. 하늘동네 백옥임 통장은 “달동네, 우범지역으로 낙인찍힌 마을을 공공미술 및 문화로 가치를 재창출해서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또한 2009년부터 대전시가 추진하는 지역공동체 복원을 위한 ‘무지개 프로젝트 3단계 사업’에 선정돼 유휴지를 활용한 공용주차장 건설과 폐가 정비에 이어 마을쉼터 및 화단 조성, 벽화와 풍차 설치, 연애바위 등산로 정비, 테마가 있는 마을 길 조성 등 지역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왔다.
  대동 산1번지는 산을 깎아 조성됐기 때문에 경사가 급하고 옹벽과 골목길이 많다. 대동종합사회복지관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참여해 옹벽과 골목길에 예쁜 벽화가 그려졌다. 백 통장은 “무지개 프로젝트 사업은 도시재생의 의미를 담고 있다”며 “벽화를 그려 넣음으로써 주민들의 표정이 밝아졌고 분위기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하늘동네는 지역의 관심을 모으며 나름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관광객 증가로 인한 주민소득 창출 효과는 아직 없다고 한다.
  지난해는 ‘하늘동네 벽화 그리기대회’를 개최해 새 벽화 옷을 입었다. 작가, 주제 등 작품 설명도 달아 이해를 돕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벽화는 ‘골목길이 주는 위로’이다. 하늘동네에 거주하지만 거동이 불편해 대전 전경을 보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배려해 벽화로나마 간접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는 마음이 그 자체로 너무 예뻐 보였기 때문이다. 
  하늘동네는 학교 앞에서 102번 버스를 타면 1시간 안에 도착한다. 작고 좁은 골목에 들어서면 아기자기하고 친근한 벽화가 윤곽을 드러낸다. 나른한 일상에 가벼운 설렘을 느끼고 싶다면 친구 혹은 연인과 함께 가보기를 추천한다.

▲벽화로 활기를 띄는 달동네


글/ 허채은 기자 gwo12@cnu.ac.kr
사진/ 충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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