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사랑할 때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알랭 드 보통, 청미래

   누군가에게 계속 시선이 가고 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그 사람 앞에만 서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사랑에 빠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자신이 사랑하는 그 사람만 보이기 마련이다. 사소한 말에도 귀를 기울이고 조그만 반응에도 신경을 쓰며 그 사람이 상처받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대한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감정은 상대의 반응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상대가 어떤 행동을 하고 말을 하느냐에 따라 감정은 널뛰기를 한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랑에 빠진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알랭 드 보통의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연애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나’가 1인칭 시점으로 사랑에 빠진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나타낸 책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나’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옆에 앉게 된 ‘클로이’라는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부터 권태기와 이별에 이르기까지 연애 중에 느끼는 감정을 아주 세심하고 직관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클로이를 갖기 위해 싫어하는 음식도 먹던 ‘나’는 간절히 원하던 그녀의 마음을 얻자 뭐든지 완벽하게 보였던 그녀의 단점들이 ‘나’에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나’는 클로이에게 한 발짝 다가 선다. 평범한 연인들이 하는 연애를 하고 여느 연인들처럼 권태기가 온다. 클로이는 ‘나’의 친구와 사랑에 빠지고 그에 충격받은 ‘나’는 자살시도를 한다. 그러나 나는 클로이가 나의 부재를 통해 실망하지 않을 것을 깨닫고 다시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마지막에 ‘나’는 또 다시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느끼며 이 소설은 끝이 난다.
   이 소설에서 마음에 와 닿았던 말은 ‘일단 한 쪽이 관심을 잃기 시작하면 다른 한 쪽에서 그 과정을 막기 위하여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다’는 말이다. 결국 연애는 한 사람만의 사랑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한 쪽이 사랑과 관심을 놓는다면 결국 결말은 이별이다.
   알랭 드 보통은 사랑 이야기에 철학, 역사, 종교, 마르크스까지 끌어들였다. 그는 사랑을 하면서 나타나는 미묘한 감정들을 철학과 관련지어 풀어냈다. 철학적인 내용이 담겨 뜬구름 잡는 듯한 느낌도 있다. 그렇지만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가 명확히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없이 추상적이라 오히려 명확하지 않는 표현들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표현 하나하나에서 인간 감정에 대한 작가의 깊은 통찰이 드러난다.
   연애를 해 본 사람이라면 이 소설을 공감할 것이다. 연애는 복잡하고 미묘하다. 연애의 감정을 작가는 잘 나타내고 있다. 드라마나 다른 소설에서 나오는 그런 이상적인 연애가 아니다. 지극히 현실적이며 직관적이다. 또한 사랑의 딜레마를 잘 표현했다. 어디선가 우리의 마음을 꿰뚫어 본 듯이 우리의 속마음을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은 꾸준히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하고 있는 또는 과거에 했던 사랑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사랑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한다. 너무도 현실적이라 더 흥미로웠던 책인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이 책의 제목처럼 우리는 생각한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혹은 사랑했었나.


오주형 기자 jhoh24@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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