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학생 커뮤니티 Life In CNU (라이프 인 씨엔유) 운영진 인터뷰

 

 

 

왼쪽부터 최성찬(중어중문·4) 학우  곽민철(경영·4) 학우 최민수(경영·4) 학우

  우리들의 공간은 우리가 만든다! 학생들의 소통과 충남대만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려든 사람들이 있다. 바로 우리 학교 학생 커뮤니티 중 하나인 Life In CNU (라이프 인 씨엔유, 이하 랍씨) 운영진 곽민철(경영·4, 이하 곽)·최민수(경영·4, 이하 민)·최성찬(중어중문·4, 이하 성) 세 학우들이다. 거친 드립들이 오고가기로 유명한 랍씨의 운영진이라고 해서 잔뜩 긴장을 하고 간 기자의 예상과 달리 생각보다 멀끔하고 반듯한 세 학우와 건전하고 유쾌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학우들에게 랍씨를 소개하자면?
  : 랍씨 로고는 life와 in과 cnu 각각 글자가 엑스포 다리로 연결돼 있는 형태다. 여기에는 삶과 사람과 우리 학교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로고의 의미처럼 랍씨는 사람과 삶과 우리 학교를 이어주는 다리 같은 곳이다.
  : 랍씨는 친구들과의 단톡방처럼 남 앞에서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자유롭게 하는 공간이다. ‘충대판 단톡방’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 메이저(major)를 지향하는 마이너(minor)들의 공간이다.

  랍씨 운영을 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  유비, 관우, 장비처럼 도원결의해 의기투합 하고 만든 건 아니다. 원래 학교 홍보대사를 했다. 홍보대사를 해보니 우리 학교 학생들이 학교에 대해 잘 모르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웹사이트를 통해 학생들에게 학교에 대해서 알려주고,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랍씨를 만들 당시에 기자단 활동을 했는데 기사를 쓰기 위해서 다양한 대학교의 커뮤니티를 찾아본 적이 있다. 서울대나 고려대 등 커뮤니티가 활발한 대학들과 달리 우리 학교는 커뮤니티가 비활성화 돼 있더라.
  : 당시 대학생들 간의 오프라인 정보교환에 대해서 한계를 많이 느끼던 차에 곽의 제의를 받았고, 오프라인 상의 정보 공유 한계를 온라인을 통해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아 뒤늦게 운영진에 합류했다.
  :  나도 서울권 대학 등에서는 커뮤니티가 활발한데 우리 학교에는 왜 그런 게 없는지 의문이 있었고, 그래서 커뮤니티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  처음 랍씨를 만든 게 13년도 8월부터다. 흔히 말하는 ‘문돌이(문과생)’다보니 그때부터 사이트와 관련된 공부를 했다. 지금은 비록 공부의 한계를 느껴서 외주를 넣고 있지만... 그래도 운영진이 사이트를 구축하는 기술에 대해 기본은 알아야 된다는 생각에 공부를 열심히 했던 것 같다.

  랍씨 운영을 하면서 고충을 느낀 적이 있다면?
  :  고충을 하나하나 다 이야기하면 아마 오늘 하루를 다 보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첫 번째는 문과 출신이 대다수라서 정보통신분야에 대해 너무 몰라 지식이 부족하고 어려웠던 부분이다.
 두 번째 고충은 우리 커뮤니티가 특정 사이트와 연관돼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연관돼 있다고 이야기를 들은 일베 사이트(웹사이트 일간베스트)가 특정 정치색을 가지고 있고 일부 회원들이 반사회적인 경향을 띠고 있어 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과연 우리 사이트도 정치색을 가지고 있는지, 반사회적인 경향을 띠고 있는지 고찰을 해봤었다.
  고민 결과 정치색이나 반사회적인 경향 같은 경우에는 운영진이 지향하는 바가 ‘최대한 자유로운 분위기’이다 보니 생긴 오해 같다. 자유로운 토론 속에서 생산적인 말이 나올 수도 있고, 생산적이지 않은 말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생산적이지 않은 말이 99퍼센트고 생산적인 말이 1퍼센트라도 그 토론은 성공한 토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충대인 정도의 수준을 갖춘 지성인이라면 회원들끼리의 자체 자정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누가 봐도 반사회적인 게시물엔 제제를 하겠지만, 오해가 있더라도 아직까지는 지금처럼 회원들 간의 믿음과 신뢰를 지켜나가고 싶다. 
  :  나도 자정작용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분란을 일으키는 회원의 탈퇴나 계정을 막는 것도 고려했다. 하지만 그렇게 했을 때 불쾌감을 차단하는 장점이 있지만, 단점이 더 크다고 생각했다. ‘이건 안돼요’ 라고 이야기했을 때부터 회원들의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 어려워지는 것 같다. 이 체제가 완벽한 상태는 아니지만, 아직까지는 지금 방침대로 관리해 나갈 것 이다.
  :  랍씨는 특정 성향과 상관없이 모두가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커뮤니티다. 우리가 프로 마케터가 아니다보니 사람들에게 특정 단어가 자극적으로 다가간 것 같아 슬프기도 하고 우리가 경솔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금전적인 부분은 힘들지 않았나?
  곽 :  사실 우리가 꿈이 있었다. 사회적 기업처럼 돈 좀 벌어 장학 사업도 하고 싶었다. 그런데 꿈과 현실은 달랐다. 콘텐츠 메이커를 중단한 이유도 다양한 현실적인 어려움과 금전적인 부분이 컸다. 아이디어는 많은데 돈 때문에 못하는 게 너무 많아 돈이 풍족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성 :  광고 같은 경우에도 최근에야 몇 건 들어온 것이다. 이전에는 홈페이지 관리 비용으로 사비를 지출하기도 했다.
   :  인터넷 커뮤니티 자체가 수익이 나는 구조는 아닌 것 같다. 
  곽 :  그래도 멋있게 이야기하자면, 돈보고 시작한건 아니다. 돈을 벌려면 과외를 열심히 하고 학교 앞에서 장사를 하는 게 나을 거 같다. 랍씨를 시작한 건 뭔가 학교를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싶은 이유가 컸다.

  랍씨 운영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콘텐츠가 있다면?
   :  콘텐츠들이 다 소중하지만, 많은 조회수를 얻었던 콘텐츠들이 기억에 남는다. 최근에 신입생 ‘허니버터TIP!’ 이라는 콘텐츠가 있었다. 신입생들이 학교에 대해서 궁금해 하고 있지만 얻기 힘든 정보들을 전달해주려고 만든 콘텐츠가 반응까지 좋아서 기억에 남는다.
   :  자유게시판 자체가 내가 생각하는 랍씨의 의미와 가장 부합하는 것 같기도 하고, 랍씨 운영에 있어 기본이 되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자유게시판 콘텐츠를 보면서 보람을 많이 느낀다.
   :  맛집 게시판 콘텐츠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처음 맛집 게시판을 만든 건 학생들의 메뉴 고민을 덜어주고자 하는 의도였다. 그런데 제작과정이 성급했고, 준비나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실패했다. 이런 실패 과정을 반면교사 삼아 다른 콘텐츠 만드는데 참고를 하게 됐다.
 
  랍씨 운영을 하면서 보람을 느낀 적이 있다면?
   :   학교에서 우리가 랍씨라는 문화를 만들었고, 그런 문화에서 보물찾기 이벤트처럼 새로운 문화가 파생되기도 한다. 그런 자잘한 문화들이 우리 학교에 색깔을 입히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고 거기에서 보람을 느낀다. 한번은 자유게시판에 ‘너희는 습관적으로 랍씨하냐?’라는 글이 올라온 적이 있다. 그 글을 보고 한 사람의 삶 속에 랍씨라는 공간이 자리 잡은 것 같아 뿌듯했다.
  :  나는 우리가 제작하거나 회원들이 올려준 콘텐츠를 읽고 학우들이 도움이 됐다고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SNS 계정도 운영하고 있는데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날 때 보람차기도 하다. 우리가 학교에 소통의 장을 만들어 주는 느낌이다.
  :  아직은 공론화 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랍씨 게시판에서 나온 적이 있다. 사람들이 몰랐던 이슈들이 공론화 되는 장이 우리 랍씨라는 게 굉장히 뿌듯했다.

  학우들에게 랍씨가 어떤 공간이었으면 좋겠는가?
  :  요즘 유행하는 키워드 중에 혼밥, 밥터디, 아싸 같은 단어들이 있다. 그런 단어를 보면 소통이란 단어가 무색해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도 사람들이 소통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사회에서는 말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모두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을 고향 친구들에게 속 터놓고 편하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랍씨에서 털어 놓을 수 있길 바란다.
  :  학교에서 짜증나고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일들이 있지만 직접 이야기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 랍씨에서 툭 터놓고 풀어놓을 수 있으면 좋겠다. 친구들하고 단톡방에서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것처럼 랍씨에서 그런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  고등학교 동창들이 있는 카톡방처럼 자유분방하면서도 서로 걱정해주고 친근감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랍씨가 다락방처럼 포근하고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

  랍씨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세 학우의 입이 인터뷰 내내 바빴다. 취준생이라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 말이 많다며 웃으며 이야기 하지만, 랍씨를 운영하면서 느꼈던 어려움과 사람들의 오해로 힘든 시간이 있었음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랍씨가 사장되거나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걸 원치 않으니 안정화가 될 때까지 끝까지 책임질 것”이라고 말하는 운영진에게서 결의가 묻어나기도 했다. 운영진들은 마지막으로 “충대 안의 다양한 커뮤니티들이 서로 상호 보완해 우리 학교 내의 소통이 활발해졌으면 좋겠다. 랍씨가 그런 소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성장하기까지 운영진도 고생을 했지만 이용해주신 분들의 덕이 큰 것 같다. 랍(씨)게(시판)이(용자)들에게 정말 고맙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글 / 김채윤 기자  yuyu730@cnu.ac.kr
사진 / 충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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