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국가시험 전국 수석 김세연(09학번) 선배를 만나다

 

 

  수의사란 수의학을 전공하여 수의 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수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하여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의 수의사 면허를 받은 사람을 말한다. 수의사는 가축의 질병을 진료하는 것에서부터 인수 공통 전염병의 예방 및 제거와 같은 공중위생 업무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는 가깝고도 먼 직업이다. 수의과대학은 서울대, 건국대, 전북대 등 전국에 10곳이 있다. 지난 1월 제59회 수의사 국가시험에서 우리 학교 수의학과 김세연(수의·09) 학우가 김한별(전북대), 이민지(서울대) 학우와 함께 전국 수석의 영예를 안았다.

  부모님의 권유로 수의사인 형을 따라 진로 변경 “수의사 비전 긍정적으로 생각” 임상 분야에 흥미 생겨 수의사 시험 난이도 상승한 가운데 350점 만점에 303점으로 전국 수석 차지 학위수여식 때 공로상 받아

-제59회 수의사 국가시험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했다. 소감이 궁금하다.
  “이번 시험이 몹시 어려웠던지라 처음에는 안 믿겼다. 350점 만점에서 303점을 받았는데 점수로 확인할 때는 수석인지 알 수 없어 생각지도 못 했다. 잘 보기는 본 것 같은데(웃음). 시험이 끝나고 이번 수석은 서울대라는 말을 들었다. 내가 수석일 리가 없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직접 전화를 해서 확인을 받고 엄청 좋아 주변에 자랑하고 다녔다. 시험 전에 부모님이 ‘한 번 수석 해서 상 받아라’고 말씀하셨는데 워낙 잘 하는 사람이 많아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수석이라고 말씀드리니 부모님이 제일 기뻐하셨다. 지난 2월 졸업식 때 다들 대단하다며 축하해주었고 이날 공로상(총장 수여)을 받았다.”
 
-친형인 김장호(수의·06) 선배도 57회 수의사 국가시험에서 합격했다. 한 집안에서 두 명의 수의사가 나왔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수의대에 들어온 것도 형이 수의대를 다니고 있던 영향이 컸다. 부모님도 수의사의 비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추천하셨다. 형은 지금 동물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다. 진로를 아직 확실히 정한 것은 아니지만 임상 쪽으로 가게 되면 학교 다닐 때처럼 형이 선배로서 친동생한테만 해줄 수 있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좋다.”

-어릴 적부터 동물에 관심이 많았을 것 같다. 동물에 대한 자신의 애정 점수를 매긴다면?
  “어릴 적에는 동물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었다. (키우는) 개나 고양이의 사진을 많이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사람들이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수의사인데 한 번 키워봐야 하지 않나 싶어 부모님의 반대를 무릎 쓰고 3년 전부터 형이 데려온 페르시안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는데 그 마음이 이제 이해가 된다. 애정 점수를 매긴다면 100점이다. 현재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정말 좋다. 원래 부모님이 털 날리는 것 때문에 별로 안 좋아했는데 키우니까 매우 좋아하신다. 고양이의 눈이 날카로워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키워보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개도 마찬가지고 반려동물을 키우면 애정 점수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수의과대학에 진학한 배경이 궁금하다.
  “고3 때도 형이 다니고 있어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그땐 공대에 관심이 있어서 중앙대 건축학과를 갔다. 수능을 본 해에 등급제가 처음 시행돼 혼란이 많았고 하향지원해서 아쉬움이 남게 돼 다시 준비하고 싶었다.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고 부모님이 수의사의 비전을 높게 생각하셔서 형이랑 같이 공부하면 좋지 않겠냐고 말씀하셨다. 수의사의 비전은 앞으로 더 나아질 것으로 본다. 시장이 더 커지고 사람들이 개나 고양이를 가족처럼 아끼니까 예전에는 아프면 돈이 많이 들어 버리고는 했었는데 이제는 아니다. 동물병원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도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수의사는 전문직이고 정년이 없고 취직 걱정도 거의 없다. 분야가 많은데 크게 보면 임상, 공무원, 회사 등 3가지로 나뉜다. 돌아다니다 보면 주변에 동물병원(임상)이 많은데 좋은 조건인 곳은 힘들긴 하겠지만 대부분 다른 학과처럼 1~2년 준비해서 들어가진 않는다. 면허증이 있고 국가시험에 합격한 학생 수와 수요가 비슷하다. 수의직 공무원(7급)도 몇 년 씩 준비해서 하는 것은 아니다. 취직 걱정이 거의 없다는 것에도 영향을 받았다.”

-동물을 해부하는데 무섭거나 징그럽지는 않았나?
  “비위가 좋다(웃음). 한 번은 해부하기 전에 닭이 퍼드덕거려서 죽일 때 무서웠다. 징그러워서 못 하겠다는 것은 없었다. 여학생들도 엄청 힘들어하지는 않은 것 같다.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배를 가르고 그 안의 장기를 보면서 공부를 해야 하는 과목이고 동물 한 마리를 해부함으로써 더 많은 동물을 치료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동물 실험 및 해부 등 학업 발전을 위해 희생되는 동물들의 넋을 기리는 수혼제에 참석해서 동물에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을 표시한다.”

-적성과 흥미에 잘 맞는가?
  “예과 때는 유기화학 등 기초적인 것을 배우고 본과 1학년부터 수의학에 관한 것을 배운다. 본과 1~2년은 생리학, 해부학 등 기초적인 것부터 시작해서 전염병, 병리학 등 응용 학문을 배운다. 2학년 때까지는 기초라서 다 외워야 되고 재미가 없었다. 3학년 때부터 직접적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임상을 배우면서 흥미가 생겼다. 개나 고양이를 다루는 소동물 동물병원에 실습을 가서 선생님들이 하시는 것을 보고 배우며 도왔는데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했다. 보호자와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치료하고 수술하는 것을 봤는데 보람을 많이 느낄 것 같다.”

-전국 수석을 한 비결이 있다면?
  “4학년부터 수의사 국가시험을 준비하는데 4학년 1학기까지 수업이 빡빡하다. 1학기 때는 학과 공부를 해야 하는데 소홀히 하면 유급제가 생겨 F를 맞고 졸업을 못 해 시험을 못 보게 된다. 9월부터 시작해서 1월까지 공부를 했는데 본과 4학년 때까지 배운 모든 과목을 다 보기 때문에 워낙 양이 방대하고 1년씩 배우는 과목을 한 번에 준비해야 돼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기가 힘들었다. 10월 중순부터는 공부만 했다. 아침에 일어나 중앙도서관에 가서 밤에 오고 밥 먹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13~14시간 동안 도서관에 있었다.”
“다행히도 같이 공부하는 형들이 있어 혼자가 아니라 힘든 생활 속에서 많은 위안을 얻었다. 4명이 같이 다녔는데 공부를 혼자 하면 힘들어 빨리 집에 가고 싶지만 같이 하니까 서로 힘도 되고 졸면 서로 깨워주고 큰 도움이 되었다. 형들이랑 같이 공부한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이번 년도에 시험이 되게 어렵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지치지 않고 다 같이 시험 때까지 열심히 해서 모두 합격했다. 또한 완벽주의 같은 면이 있어 먼저 큰 틀을 짜놓고 세부적으로 깔끔하게 정리를 하는 편이다. 국가고시는 시간을 많이 들여서 정리를 했다. 원리를 이해하고 외워야 할 부분은 클 틀로 정리를 해서 여러 번 찾아봤다.”

-그동안 공부한 과정을 되돌아본다면?
  “사실 매일매일이 힘들었다. 공부가 재밌어서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엄청 적다. 공부가 정말 하기 싫고 아침에 중앙도서관에 가기 싫은 때도 있었다. 이번 해에 떨어지면 1년을 더 공부해서 내년에 다시 시험을 봐야 되니까 압박감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아침부터 공부를 하면 저녁에 너무 피곤한데 저녁을 먹고 나면 집에 가고 싶다. 끝나고 힘들면 맥주를 마시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다음날 더 열심히 한 적도 있다. 수능 때도 이렇게 열심히 안 한 것 같다. 공부를 하면서 ‘수능 때 이렇게 했으면 서울대 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나?
  “시험이 끝나고 1월 말에 같이 공부했던 형들과 2주간 태국 여행을 다녀왔다. 국가고시를 준비하면서 여행 계획을 짰는데 ‘끝나면 놀러 가자’, ‘좀만 버티자’ 이런 식으로 힘이 됐다. 3월 5일에 논산훈련소에 들어가서 4주 과정을 마치고 4월 2일에 나왔다. 그리고 연수원에 가서 연수·직무교육을 받고 일한 지 2주가 되었다. 계속 훈련소에 있다가 현재는 근무지인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적응 중이다. 서울이 집이라 출퇴근을 한다. 3년 동안 공중방역수의사로서 대체 근무를 한다. 구제역 등 방역 업무, 살처분 업무를 전담하는데 충청도나 경기도는 (구제역이) 좀 심한 편이지만 서울은 소가 몇 마리 없어서 아직 안 해봤다.”
 

-수의사로서 갖는 자신만의 신념이 있다면?
  “아직 수의사의 위상이 그렇게 높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6년제이지만 의대, 한의대 등 다른 6년제 학과들에 비해 사회적 영향력, 대우 등 위상이 약간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수의사도 의사와 똑같이 생명을 살리는 직업이라는 것을 알리고 수의사의 위상을 높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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