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군가에게 피그말리온 같은 존재인가?

박용한
교육학과 교수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몇 번 만나지도 않았는데 정이 가는 사람이 있고 특별한 이유도 없이 정이 가지 않는 사람이 있다. 후자의 경우 나에게 피해를 준 것도 없고 딱히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 사람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 나 스스로도 흠칫 놀랄 때가 있다. 왜 그럴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도 여전히 그 사람에 대한 나의 선입관에는 구체적인 근거가 없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선입관은 그 사람과 만나거나 대화를 할 때 여지없이 나타나서 내 마음과 행동을 지배하게 된다. 물론 수업이나 학과에서 내가 만나는 많은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교육심리학 개론 수업에서는 비록 오래되고 논란도 있는 이론이지만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를 다룬다. ‘자기충족적 예언’이라고도 불리는데 일반인들에겐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명칭이 더 친숙할 것이다. 이는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옛날 싸이프로스의 왕이자 조각가였던 피그말리온이라는 사람의 이름으로부터 따온 것이다.  피그말리온은 오랫동안 결혼도 하지 않고 혼자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자신의 뛰어난 조각솜씨로 상아를 조각해서 실물크기의 여인상을 만들게 된다. 그런데 여인상을 만들어 놓고 보니 그걸 만든 자기 자신도 반할 만큼 너무 아름다워서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을 붙이고 매일 이 조각상이 진짜 사람이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심지어는 이 여인상 같은 여인을 아내로 삼게 해 달라고 신에게 제사를 지내기까지 했다. 그러자 피그말리온의 간절한 마음을 헤아린 여신 아프로디테는 여인상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고,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간절히 바라왔던 것처럼 인간이 된 갈라테이아와 결혼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를 교육심리학적인 이론으로 가져와 “어떤 대상에 대한 개인의 기대가 그 대상에 영향을 주는 경향성”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피그말리온 효과를 개념화한 연구자들은 학교 현장에서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 효과를 경험적으로 검증하였다. 그 연구들에 따르면 교사가 학생 개개인에게 갖는 무의식적인 기대가 학생에게 지적으로 정서적으로 심지어는 신체적인 능력에 대해서도 영향을 미쳤다. 물론 이런 영향은 그 기대가 긍정적인 기대일 경우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만 부정적인 기대일 경우 부정적인 결과를 만들게 된다. 특히, 부정적인 기대가 상대방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은 유태인들의 전래 이야기 속의 괴물이 되어버린 수호자의 이름을 따서 ‘골렘 효과(Golem effect)’라고 한다.
   피그말리온 효과이든 골렘 효과이든 이러한 영향이 나타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상대방에게 특정한 기대를 할 때 그것은 단순한 기대로 끝나지 않고 상대방에 대한 나의 직간접적인 태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내가 괜스레 정이 가지 않았던 그 사람. 아마도 그 사람이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는 나의 선입관과 그 사람에 대한 나의 부정적인 기대가 그 사람이 나에게 골렘이 되게 만들지 않았을까? 내가 그 사람에게 피그말리온 같은 존재였더라면 그 사람도 나에게 갈라테이아처럼 아름다운 여인의 마음으로 다가왔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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