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는다. 너무나 어이없는 사고로 3백여 명의 아까운 목숨을 잃고 가슴이 먹먹했던 그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날 오전 9시 19분 속보를 통해 처음 사고 소식을 접한 우리는 발을 동동거리며 TV로 생중계되는 구조 활동을 지켜봤다. 한 때 “전원 구조”라는 오보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기에 그 참혹한 현실에 대한 분노와 좌절은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컸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무능한 국가, 탐욕스런 자본, 야비한 언론과 이기적인 인간 군상들의 민낯을 보았다. “지금 침몰 중”이라고 보고하면서도 승객들에게는 “가만히 있으라”고 방송하며 자신들만 탈출한 선장과 승무원들, 상황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해경과 사망자 명단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고위공무원, 이익 증대를 위해 불법개조와 과적을 일삼은 선주와 이를 방조한 해운조합, 실종자 구조를 놓고 흥정하는 사업가들, 진실이 아니라 특종만 좇는 언론과 기자들, 마녀사냥 식으로 책임자 색출에 나선 검찰과 경찰, 색깔론으로 진실 규명 요구를 호도하는 국회의원, 통곡하는 희생자 가족들을 ‘미개인’이라 모욕하는 파렴치한 재벌 3세까지...

   미흡한 사태 수습에 책임을 지고 총리가 사임했고, 대통령은 특별법 제정과 특검 실시를 약속하며 눈물까지 보였지만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유족들의 진상 규명 요구는 경찰들의 차벽에 막혔고, 시국선언에 동참한 교사들은 징계를 받았으며, 국회의 국정조사는 증인 채택 문제로 시작부터 공전했다. 시간을 끌며 버텼던 정부와 여당은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승리함으로써 위기탈출에 성공했고, 월드컵의 함성 속에 세월호 참사는 잊히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총리 후보자조차 내세울 수 없는 정부는 사퇴한 총리를 유임시키고 스스로 한 약속을 저버렸다. 시민들의 서명과 농성, 유족들의 목숨을 건 단식에도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7월 30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결과는 이를 확인했다.

   이러한 사태 진전은 우리에게 많은 물음을 던진다. 이른바 “침묵하는 다수”는 세월호 참사를 단순 “교통사고” 로 보았는가? 아니면 “침몰하는 대한민국”을 건져 올리기 위해 자기희생을 무릅쓴 것인가? 그도 아니면, 지금이 그냥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인가?

   구성원 모두에게 공평하게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는 민주주의는 인류가 경험한 정치체제 가운데 가장 정의로운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정의가 아니라 다수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자신의 이익을 표현할 수 있도록 비밀 선거를 보장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지난 1월 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 사태는 이를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수백만 명의 흡연자들은 국민 건강을 염려하는 채 하면서 국고만 채우려는 정부를 원망했고, 2천만 명의 근로소득자들은 애초의 설명과 달리 더 많은 세금을 뜯어간 정부를 욕했다. 반응은 신속했다. 여당과 야당은 저가 담배 도입을 제안했고, 연말정산 방식을 변경하고 이를 소급 적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세월호 유족들의 한을 풀어주지 못한 이유가 이렇게 분명해진다. 그들이 요구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며, 그것이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의 이익에 부합되는 것이라는 점을 우리가 진정으로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