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무모함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며 ‘버겁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과분한 아이템이었다. 위헌요소들은 어려웠고 법리적 해석은 제각각 달랐다. 취재기간도 짧았고 취재원 컨택도 쉽지 않았다. 매번 마감을 맞이할 때마다 스스로 ‘기사에 끌려가지 말자, 기사를 장악하자’라고 되뇌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기사는 혼자 폭주하고 있었다.
   지난 겨울, “사회부는 쉽게 취재해서는 안 된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사회부는 말 그대로 사회현상을 다루는 부서다. 그 어떤 부서보다도 범위가 넓은 부서다. 기자가 원한다면 한 없이 쉬운 아이템을 선택할 수도 한 없이 어려운 아이템을 선택할 수도 있는 부서다. 솔직히 말하자면 쉬운 아이템이 좋다. 멀리 나가지 않고,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기사 쓰면 편하고 좋다. 그러나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한 학기 8번밖에 주어지지 않는 기회를 쉽고 편한 걸 선택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매번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아이템을 선정했다. 스트레스 받아가면서도 버거운 기사를 써내려갔다. 기자의 능력 범위 밖에 있는 것들을 취재할수록 배우는 것은 많아졌다.
   이번 기사도 그랬다. 기성언론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기사를 쏟아냈고 기자는 그 기사들을 따라가기에도 벅찼다. 김영란법은 손에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어려운 아이템이었다. 인터뷰원을 선정하기도 어려웠다. 모든 기성언론에서 다루는 내용인데 고작 대학언론 기자에 불과한 내 인터뷰 요청을 받아줄지 두려웠다. 그럼에도 무모하게 무작정 대한변호사협회에 요청서를 들이밀었다. 처음엔 홍보실에 연락을 넣었다. 담당 변호사를 연결해주겠지만 인터뷰가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며칠 뒤 담당 변호사에게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굴러들어온 좋은 기회에 바쁘게 일정을 정리했다. 그러던 와중 인터뷰에 응해준 담당 변호사에게 또다시 연락이 왔다. 본인보다는 차라리 협회장을 인터뷰하는 게 낫지 않냐는 연락이었다. 처음엔 홍보실과 인터뷰하려던 것이 정신을 차려보니 협회장과의 인터뷰가 됐다. 강남에 위치한 대한변호사협회에 찾아가자 협회장은 “대전에서 여기까지 왔냐”며 “대학신문에서 인터뷰 온 것은 처음”이라며 기자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다.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과의 인터뷰도 처음엔 담당 보좌관을 인터뷰 하려고 했었다. 무작정 보좌관에게 인터뷰 요청서를 내밀자 보좌관은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해줬다. 무모한 인터뷰시도가 성공하던 순간들이었다.
   기자는 별다른 재능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글을 잘 쓰지도 못하고, 머리가 좋다거나 임기응변이 뛰어나지도 못하다. 그저 무작정 시도해볼 뿐이다. 아이템이 아무리 어려워도 시간은 정해져있고 마감은 다가온다. 혼자 붙들고 고민할 시간은 길지 않다. 결국 무모해야 한다. 실패하고 실수하더라도 무모한 도전은 뜻밖의 기회를 가져다준다. 아마도 기자는 계속해 어려운 아이템을 선정하고 무모한 취재를 도전할 것이다. 그를 통해 기자 스스로 성장할 것임을 믿는다.

곽효원 기자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