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취임한 불어불문학과 박찬인 교수를 만나다

  프랑스의 라퐁텐느라는 작가의 우화 ‘개미와 베짱이’가 있다. 여름내내 열심히 일한 개미와 노래를 부르며 유희를 즐기던 베짱이. 겨울이 되어 베짱이는 개미의 집을 찾아가고 개미는 베짱이를 반갑게 맞이한다. 먹을 것을 부탁하는 베짱이에게 개미는 흔쾌히 식량을 나눠주며 이렇게 말한다.
   "지난 여름 햇볕이 내리쬐고 너무 힘들 때 너의 노래가 있어 내가 버틸 수 있었다. 너 덕분에 내 식량을 얻을 수 있었으니 당연히 나눠먹자. 내년에는 노래하면서 춤도 춰줘라" 개미와 베짱이의 우화는 그렇게 끝이 난다. 인류문명을 이끈 것은 개미의 세계가 아니라 베짱이의 세계며 문화가 담당하는 것이 바로 베짱이의 영역이다. 베짱이와 같이 대전의 문화예술을 만들고자 하는 분이 있다. 이번 대전문화재단에 새로 취임한 박찬인 대표이사다.

 

▲학생들과 마주하던 교수에서 대전시민들과 문화를 연결하는 대전문화재단의 대표이사가 된 박찬인 교수


   Q.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에 취임한 소감은?
   매우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있다. 많은 분들이 기대하는 바가 많아 걱정 반, 설렘 반이다. 응원하고 격려해주는 분들을 뵈면서 잘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크다. 차차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큰 그림들을 구체화 시키고 제4기 문화재단에 대한 기대에 부응해 나갈 생각이다.

   Q. 대전문화재단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가?
   대전문화재단은 ‘꿈이 있는 고품격 문화창조도시 구현’이라는 소명 아래 예술창작 지원과 문화사업을 펼치고 있는 대전광역시의 산하기관이다. 지난 2009년 설립돼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재단의 새로운 보금자리인 ‘대전 예술가의 집(중구 문화동)’을 대전시로부터 수탁받아 운영하게 되었고 오는 27일에 개관한다.

   Q. 대표이사의 역할은?
   대전문화재단에는 50명이 조금 넘는 직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조직을 배에 비유하면 한 배에 탄 운명공동체라고 한다. 대표이사의 역할은 그 배를 총괄하고 지휘해서 이끌어나가는 선장이라고 할 수 있다. 재단의 방향을 설정하고 목표를 수립해 구성원들이 그 목표를 향해 잘 나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동기부여를 하는 역할이다.

   Q. 문화재단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시민들에게는 창작활동에 참여하고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역의 예술가와 시민 모두가 윤택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도록 돕는 것이 재단의 역할이다.

   Q. 현재 문화예술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도는 어떠한가?
   남녀노소를 떠나 문화예술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좋은 음악, 마음을 움직이는 문학작품, 춤, 그림, 모든 사람들이 문화예술에 관심이 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SNS와 같은 사회 관계망을 워낙 잘 활용해 문화예술에 대한 정보도 빠르고 그것을 공유하는 것도 좋아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취업난으로 구직활동에 매진하다 보니 문화예술을 즐길 여유가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깝다.
   하지만 젊은 시절에 가능한 모든 장르의 예술을 접하고 문화활동을 많이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문화예술 이야말로 성장과 발전의 자양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은 토익점수가 더욱 중요할 수 있겠지만 문화적 소양을 기르다 보면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타인에 대한 공감지수가 높아진다.
   하모니카든, 우쿨렐레든 자신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악기를 하나 다루는 것도 살아가는데 아주 큰 힘이 될 것이다. 물론 대중가요도 좋지만 다소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클래식 등 순수예술을 많이 접했으면 좋겠다. 개관 이후 이곳 대전 예술가의 집에서 개최되는 공연과 전시작품도 보러 오길 바란다.

   Q. 인문학과 문화의 관련성을 어떻게 보는가?
   나의 중요한 관심은 ‘사람’이다. ‘잘 산다는 것’,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와 같은 인간과 관련된 근원적인 질문에 답을 구하는 학문이 바로 인문학이다. 문화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하게 되는 모든 것들을 말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식문화, 의복문화, 건축문화 등 모든 것에 문화를 붙여도 말이 된다. 그 모든 것들이 사람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문화도 ‘사람’을 빼고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인문학과 문화는 서로 닿아있다.

   Q. 교수로서의 활동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파견제와 휴직제 등 2가지의 옵션이 있지만 파견보다는 휴직을 해 맡겨진 업무에 집중하려 한다. 제자들과 학생들에게는 매우 미안하지만 2년 후에 만나길 바란다.

   Q. 여러가지 직책을 역임하면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인문학자로서 당연하다. 사람과 사람들이 살아가는 환경과 삶의 조건에 관심이 많다보니 이런 저런 활동을 많이 하게 되었다. 어떤 경우에는 직책이라는 것이 나의 의지라기보단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또는 의무감으로 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지역사회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고 성장했기 때문에 동료나 이웃들, 더 크게는 시민과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기꺼이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기에 다양한 직책들을 맡게 된 것 같다.

   Q. 대전문화재단을 이끌어갈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재단이 설립 6년차에 접어들었다. 2015년에는 새 보금자리(대전 예술가의 집)에서 대전문화재단의 5년을 열어나가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공연장 교류공연, 무형문화재 교류전, 테미창작센터 교류전시, 국제교류지원, 자매도시 문화예술교류 등을 통해 국내·외적으로 문화예술 교류를 활성화하고자 한다. 대전문학관, 전통나래관의 소장 DB구축과 상설전시 등으로 문화기관의 활용도를 높이고 이용객도 늘릴 예정이다. 또한 지역의 각 대학 관련기관이나 사업단, 공공기관 등과의 MOU(업무협약)를 통해 미래의 주역들에게 문화체험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Q. 앞으로 대전에서 계획하고자 하는 축제나 행사가 있다면?
   사실 지역에 비슷한 축제들이 많았다. 이름은 제각각이지만 구석에서 음식을 팔고, 노래를 부르는 등의 내용은 거의 동일하다. 문화가 목적이 아니라 경제적인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기 때문이다. 문화가 목적이 되고, 대전의 정체성을 잘 살린 축제 기획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전문화재단에서는 여러 가지 축제를 운영하고 있다. ‘아티언스 대전’ 사업의 경우, 대전의 과학 인프라를 활용해 과학과 예술 간의 협업 프로그램이다. 무엇보다 앞으로는 하드웨어보다 시민들이 많이 올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젊은 친구들이 문화재단에서 개최하는 각종 포럼이나 세미나, 다양한 프로그램에 많이 참여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제안해주길 바란다. 재단은 그 의견을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사업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중구 문화동에 오는 27일 새롭게 개관하는 대전 예술가의 집 /출처.대전광역시청


   대표이사인 박찬인 교수와의 인터뷰는 강의 중 교수님의 말을 듣는 것처럼 교훈적이고 유익한 기분이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박찬인 대표이사는 “잃어버린 내 직업을 찾은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강단에서 열성적으로 학생들과 마주했던 것처럼 대전시의 문화예술을 열성적으로 책임지며 문화예술의 발전을 보여줄 대표이사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글/이예원 기자 wownow@cnu.ac.kr
사진/ 충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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