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속마음이 궁금하다면?

   말보다 행동이 진심을 고스란히 나타내고 생생하게 담을 때가 있다. 행동은 본심을 드러내는 단서이기도 하다. 드라마 <피노키오>의 주인공 최인하는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이 나고 진실을 말해야 멈추는 가상의 피노키오 증후군을 갖고 있다. 피노키오 증후군을 앓는 주인공이 아닌 이상, 그럴싸한 거짓말이 아닌지 판가름하기란 쉽지 않다. 상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잣대가 되는 행동에는 무엇이 있을까? 무엇보다 정말 그 사람의 심리를 행동으로 파악할 수 있을까? 행동이 보여주는 단서들을 찾아 상대의 마음을 꿰뚫는 방법을 알아보자.

   행동을 통하면 진심이 보인다

 
   심리학자 J.COOK에 의하면 자신을 중심으로 다른 사람이 앉는 자리에 따라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J.COOK이 한 실험의 내용은 이렇다. ‘나’는 아무도 없는 방에 혼자 앉아 있다. 이때 다른 사람이 방에 들어오더니 내 바로 옆자리나 코너 옆자리(1)에 앉는다. 이 자리는 매우 친밀한 사이이거나 서로 협동적인 일을 해야 할 경우 주로 앉는 자리로, 상대방은 나에게 상당히 호감을 느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서로 낯선 사이이거나 협상하고 토론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주로 내 바로 반대쪽 자리(2)에 앉는다. 친밀한 사이일 경우 서로 입장이 상반되는 협상 외에는 협상 상황에서도 자신과 가까운 코너 옆자리에 앉기도 한다. 그 외의 자리(3)는 보통 아주 낯선 사람 외에는 잘 앉지 않는 자리로, 상대에게 관심이 없거나 만남에 대한 적극적인 마음이 없을 때 주로 앉는다. J.COOK에 따르면 서로 간의 대화나 협동 게임을 목적으로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주로 자리(1)를, 경쟁 게임을 목적으로 한 사람들은 서로 마주 보는 자리(2)를, 각자 개별 활동을 목적으로 한 사람들은 자리(3)를 택했다.
   행동에 담긴 심리를 읽는 위 실험에서처럼 정말 사람의 심리를 행동으로 파악할 수 있을까? 한국행동분석연구소 원소영 전임연구원은 “사람들은 외부 자극을 받으면 중추신경계를 통하여 뇌로 정보를 전달하고, 처리된 정보는 다시 신경계로 전달되어 반응을 만들어 낸다. 생리적인 반응, 얼굴의 표정, 자세, 특정한 행동 등 사람의 작은 행동들이 마음을 반영하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행동은 의도치 않게 진심을 드러내기 때문에 상대의 행동을 읽을 수 있다면 충분히 마음도 들여다볼 수 있다. 원 연구원은 “비언어적 신호는 뇌의 변연계라는 부분의 통제를 받는데 변연계는 상황이나 환경에 대해 반사적이고 순간적으로 반응한다. 따라서 주어진 상황과 환경에 대한 진정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갑자기 큰 소리가 났을 때 깜짝 놀라는 반응을 억제하려 애쓰더라도 드러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 학교 김진희(식품공학·2) 학우는 “거짓말을 할 때 입꼬리를 만지작거리는 습관이 있다. 거짓말이 들통 날 상황에는 귀가 빨개진다”며 반대로 “상대가 말꼬리를 흐리거나 공감하지 않는데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일 때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상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속지 않고 간파할 수 있는 관찰이 필요하다. 원 연구원은 “사람들은 이야기를 할 때 자기의 감정을 강조하기 위해 눈썹, 머리, 손, 팔, 다리 같은 몸의 다양한 부분을 활용한다. 그러나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자기감정을 강조하지 않는다. 거짓말을 할 때의 강조는 매우 부자연스럽거나 동시성이 떨어지며 적절한 곳에서 강조를 하지 않고 중요하지 않은 사실을 강조하기도 한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행동은 심리적인 반응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뇌는 이러한 반응을 통제하고 이것이 나타나도록 작동한다. 이것은 관찰을 통해 해석할 수 있다. 어린 아이의 경우 대개 엄지손가락을 빠는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좀 더 나이가 들면 껌을 씹거나 연필을 깨무는 등의 방식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때때로 아무런 꾸밈없이 순수한 미소가 아닌 능청스러운 혹은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의 진짜 속마음을 감추는 사람이 있다. 여러 연구들을 통하여 사람은 가짜 미소와 진짜 미소를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원 연구원은 “진짜 미소는 눈과 입 주위에 있는 두 근육이 함께 작용하여 입 양쪽 가장자리를 끌어올리고 눈 바깥쪽 가장자리를 주름지게 하여 친밀하고 따뜻한 미소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가짜 미소를 지을 때는 입꼬리 쪽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진짜 미소처럼 여러 근육이 사용되지 않는다. 미소든 찡그림이든 놀란 표정이든 너무 오래 지속되거나 머뭇거리는 표정은 부자연스러운 행동으로 오히려 불편감을 나타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행동을 눈여겨보자

 
   사람은 무의식중에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이때의 행동을 통해 심리가 섬세하게 표현된다. 한 예로, 사람은 눈 가리기를 통해 정보를 확인하고 삭제하기도 하는데 이는 달갑지 않은 이미지를 ‘보는 것’으로부터 뇌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원 연구원은 “눈 가리기는 아주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비언어적 행동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대부분 이러한 동작을 놓치거나 무시한다. 손으로 눈을 가리는 것은 ‘나는 방금 듣거나 본 것 또는 알게 된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의미의 행동이고 대화 도중 눈 위에 손을 대는 것은 대화 주제에 대한 부정적 지각의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눈 가리기 행동은 그 사람의 생각과 감정에 대한 강력한 표시로 보통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 무엇을 보거나 듣는 것과 관련이 있지만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표시가 될 수도 있다.
   만족과 긍정적 정서는 동공 확장으로 나타나는데 자기가 보고 있는 것 때문에 정말로 기쁠 때는 동공이 확대될 뿐 아니라 눈썹도 올라가 눈 주위를 넓히기 때문에 눈이 더 커 보인다. 친구를 사귀거나 연애, 비즈니스를 할 때도 이러한 긍정적 신호를 통해 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에 실눈 뜨기, 눈썹 처짐, 동공 축소 등 상대방의 눈이 작아진다면 부정적 신호라고 할 수 있다.
   나에 대한 호의나 친밀함의 깊이 또한 행동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원 연구원은 “다리 교차하기 행동은 대인관계에서 상대방에게 ‘당신과 함께 있어 편안하다’는 것을 알릴 때 이용할 수 있다. 다리를 교차하고 몸을 상대방 쪽으로 기울이는 것은 서로에 대해 아주 편안하게 느끼고 있다는 표시로 볼 수 있다. 인간이 따뜻함과 편안함을 가장 많이 느끼는 복부 쪽은 좋아하는 것을 향하고 등은 좋아하지 않은 것을 향한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더욱 친밀함을 나타내기 위해 몸을 상대방 쪽으로 기울이고 가까이 다가가는데 이때 상대방이 거울을 보듯 비슷한 자세를 취하며 친밀감으로 보답하면 그 마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등 뒤에 팔을 두르는 자세는 가까이 오지 말라는 의미를 전달한다.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기 위해 이런 행동을 취하기도 하며 거부적인 의미를 나타내기도 한다. 또한 대화 도중에 상대의 한 쪽 발이 바깥쪽을 향하고 있다면 그만 일어나고 싶다거나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좋다. 그 사람의 몸은 당신을 향하고 있더라도 발은 떠나고 싶은 뇌의 욕구를 정직하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얼굴 표정을 숨기는데 능숙하고 자신의 의도를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다. 사람들이 가지는 여러 생각들과 느낌,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언어적인 정보들도 중요하지만 비언어적인 정보들을 알고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꾸준한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원 연구원은 다음의 방법을 시도할 것을 권했다. 첫째, 상대방의 행동을 보지 말고 관찰하라. 관찰은 비언어적 신호를 해석하여 알고 싶은 사람이 갖춰야 할 기본자세다. 관찰을 잘 하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방의 행동에 관심을 집중시켜야 하고, 이를 통해 그 사람만의 비언어적 신호를 찾아낼 수 있다. 둘째, 평소 상대방의 모습을 잘 기억하라. 상대방의 표정, 자세, 손과 발의 위치, 식습관 등 평소의 행동들은 그 사람에 대한 기준점이 된다. 평소에 상대방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알고 있어야 그 사람의 변화된 행동을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평소와 다른 상대방의 행동을 주목하라. 평소와 다른, 행동의 변화는 그 사람의 관심이나 의도를 드러내기도 하고 어떠한 문제나 어려움이 있음을 나타내기도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사회적인 상황에서 나타나는 행동들이 심리적인 것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살펴봤다. 그러나 우리는 상대의 마음을 그때그때 상황으로 미루어 헤아릴 수 있는 기발한 ‘눈치’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행동의 심리학에 몰입해 상대를 경계하고 의심하려 드는 것보다는 재치 있게 활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허채은 기자 gwo12@cnu.ac.kr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