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우산국의 의미

 

   신라의 이사부가 우산국을 정벌한 사실은 잘 알면서도 우산국이 어떤 나라였는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것은 우산국이 아니라 신라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험준한 지형을 믿고 복속하지 않는 우산국을, 나무로 만든 사자를 보이며 협박하는 방법으로 복속시켰다는 내용을 믿으며, 그 이상은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심지어 당시의 신라나 우산국에는 사자가 없었다는 사실조차 간과하며 해석 그 이상은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지 말고 우산국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여유를 가져야 우산국의 실체를 부각시킬 수 있다. 
   우산국의 입장을 헤아리는 설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울릉도 토착민들이 건국한 우산국이 동해의 강국이었으나, 험한 지리만 믿고 신라에 대항하다가, 이사부가 나무로 만든 사자를 보이는 협박에 속아 복속했다는 정도인데, 구체성이 결여되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는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의 우산국 기록이 가장 빠르다고 알기 쉬우나 그렇지 않다.우산국이나 울릉도라는 표현은 없으나 울릉도로 볼 수 있는 기록이 중국의 『삼국지』에 있다. 관구검의 침략을 받고 북옥저로 피신한 고구려의 동천왕이 해안에서 만난 촌로에게 “바다 동쪽에 사람이 살고 있는가?”라고 묻자, 촌로가 “배를 타고 나갔다 폭풍을 만나 섬에 표착한 일이 있는데, 그곳에는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라고 답하면서 동녀를 바다에 바치는 풍습이 있다는 사실도 소개했다.
   동해에는 오직 울릉도와 독도가 존재하는데, 사람이 사는 섬은 울릉도뿐이라 촌로가 언급한 섬은 울릉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곳 주민과 말이 통하지 않았다는 것은, 옥저는 물론 고구려인과 말이 통하지 않는 지역의 이주민이 살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 이주민들의 연고지로 추정할 수 있는 곳은 동방의 왜, 서방의 삼한, 북방의 중국, 남방의 동남아시아 등이다. 그들 중에 북옥저인과 말이 통하지 않은 자가 있었다는 것은, 북옥저나 부여와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삼한 이외의 이주민이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즉 울릉도에는 사방에서 이주한 사람들이 뒤섞여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일본은 우산국과 울릉도를 같이 보는 방법으로, 우산국에는 독도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기록을 잘못 해석한 주장이다. 우산국이 울릉도와 독도를 영토로 하는 국가였다는 것은 지증왕의 말을 통해서도 확인 할 수 있다. 지증왕이 이사부에게 명한 것은 울릉도가 아닌 우산국의 정벌이었다.
   지증왕이 그처럼 도(島)와 국(國)을 구별한 사실을 중시해야 한다. 신라의 시조를 혁거세라고 하나, 그가 통치한 것은 신라가 아닌 서라벌이었고, 그 서라벌은 사라 사로로 바뀌었다. 혁거세의 군주호도 왕이 아니라 거서간이었는데 그것 역시 차차웅 이사금 마립간으로 변하여, 지증이 즉위할 때는 지증왕이 아니라 지증 마립간이었다.
   신하들은 그런 국호와 군주호가 촌스럽다며 ‘덕업이 날로 새로워진다.’는 의미의 신과 사방을 망라한다는 의미의 라를 합한 신라를 국호로 하고 왕을 군주호로 하자는 건의를 했다. 그것은 지증 마립간도 반대할 이유가 없어 ‘신라국의 국왕’을 칭하게 되었다,      
   따라서 지증왕이 칭한 우산국의 국(國)은 종전에 의미했던 마을이나 고을이 아니라 군주의 질서로 지배되는 영역을 의미한다. 그런 국(國)의 의미를 잘 아는 지증왕이 정벌의 대상을 울릉도가 아닌 우산국이라고 칭했다. 따라서 우산국은 울릉도와 그 주변의 섬, 그리고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독도를 영토로 하는 나라로 보아야 한다.
   또 이사부가 무력으로는 우산국을 이길 수가 없다는 말을 했는데, 그것은 이미 신라가 패한 일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몇 번이나 패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한 번 이상은 패한 것이 확실한 말이었다. 그것은 우산국이 신라의 침략을 한 번 이상 격퇴했다는 것으로, 우산국에는 그런 군대를 조직할 만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우산국의 본질을 파악해야 하는 것이 독도에 대한 우리의 정통성을 확인하는 일이다. 독도문제 본질의 이해는 이런 기록의 바른 해석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권오엽 충남대 명예교수
 

다음 연재는 3. 우산국의 인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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