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식량으로 우뚝 선 곤충 이야기

 

   더위가 차츰 물러나더니 이제는 완연한 가을이 되었다. ‘칠월 귀뚜라미가 가을 알 듯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귀뚜라미는 가을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그 울음소리를 들려준다. 한참 가을 냄새 물씬 풍기는 서늘한 공기에 취해 있을 때 “너 어제 해피투게더에서 귀뚜라미 먹는 거 봤어?”라고 물어온 친구의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바로 귀뚜라미가 미래 식량자원으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는 것이다. ‘곤충을 먹는다고? 도대체 왜?’ 아직까지는 믿겨지지 않는 미래식량 곤충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이제는 곤충도 식품이 된다
   새로운 미래식량으로 곤충이 주목받고 있다.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는 곤충이 지구상의 마지막 미개발자원으로 평가된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곤충산업과 윤은영 박사는 “곤충은 지구상에서 최다 종으로 존재하면서 아직까지 거의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미개발자원이기 때문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이제는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됐는데 굳이 곤충을 먹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UN식량 농업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쯤에는 세계 인구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져서 현재의 2배 이상이 되는 식량이 필요하다. 윤 박사는 “기후 변화 및 경작지 감소가 지속적으로 진행돼 식량 위기에 대한 대책을 지금 마련하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하고많은 것 중에 하필이면, 왜 곤충을 미래식량으로 꼽았을까. 일단 경제적인 이유가 있다. 곤충은 성장 속도가 굉장히 빠른 편이고 좁은 공간에서도 많은 양을 사육할 수 있다. 윤 박사는 “갈색거저리의 경우 1년에 3세대까지 순환이 가능하고 한 번에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알을 낳기 때문에 증식속도가 굉장히 빠르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곤충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어 친환경적이다. 가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은 지구전체 온실가스 발생량의 18% 이상을 차지하지만 갈색거저리의 경우 돼지보다 kg당 약 10배 더 적은 온실가스를 생성한다.
   또한 곤충의 영양가는 육류나 어류 못지않게 높다. 실제로 많은 곤충 종들의 단백질 함유량은 건조 중량 기준 60%로 육류와 유사한 수준이다. 곤충은 탄수화물, 철과 아연 등의 미네랄과 비타민, 식이섬유까지 다량 함유하고 있다. 윤 박사는 “곤충은 지방의 함량이 높을 뿐만 아니라 몸에 좋은 리놀레산과 올레산 같은 불포화지방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몸에 이롭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곤충은 과연 어떤 맛일까. 곤충의 생김새를 보고 기겁해 먹기를 꺼려하는 사람들은 아마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 7월, 새로운 식품원료로 인정돼 상용화되기 시작한 갈색거저리 유충의 경우를 살펴보자. 윤 박사는 “조리 방법에 따라 다르지만 오븐이나 팬을 이용하여 건열 조리할 경우 새우과자 같은 고소한 맛”이며 “찌게나 데치는 습열 조리를 할 경우 찐 옥수수 같은 담백한 맛이 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맛과 영양가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바로 인체에 안전한가의 문제이다. 아무리 맛이 좋고 건강에 좋다고 하더라도 몸속으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과연 식품으로써 안전한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야외에서 곤충을 채집할 경우 곤충이 먹는 물질과 서식환경 등에 대한 파악이 어려우므로 안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하지만 실내에서 정해진 사료로 사육할 경우 통제가 가능하다. 윤 박사는 “식용으로 활용하기 전 인체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동물을 이용한 안전성 평가와 살균방법 개발, 중금속과 농약을 포함한 유해성분 분석 등이 선행되면 보다 안전한 먹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 한방 메뚜기바
2. 누에를 이용해 만든 찹쌀쿠키, 초코쿠키, 참깨   스틱
3. 갈색거저리 쿠키
4. 식용곤충과 견과류를 섞어 만든 에너지바
                                                               [사진 제공. 이더블 버그]

    곤충식품을 만들고 공유하는 곳, 이더블 버그
   한편, 실제로 식용곤충문화를 공유하고 먹음직한 곤충식품을 만드는 곳이 있다. 바로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이더블 버그이다. 이더블 버그는 현재 다양한 레시피를 개발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더블 버그에서 만든 제품에는 살구 오트바, 비타민 현미바, 한방 메뚜기 바, 웜 쿠키가 있다. 에너지바 형태의 경우 주재료는 다르지만 모두 메뚜기를 사용했다. 이더블 버그 류시두 대표는 “방부제 같은 식품첨가제 없이 건강하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앞으로는 귀뚜라미도 넣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웜(worm)은 맛이나 향에 거부감이 없기 때문에 식재료로 널리 쓰인다. 웜 쿠키의 경우 만들기가 쉽고 비린내와 잡냄새도 나지 않아 식용곤충 식품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형태다. 류 대표는 “때때로 웜을 갈아 위에 토핑처럼 얹는데 대부분 곤충이 드러나는 걸 싫어하지만 일부 마니아들은 이런 형태를 원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환경과 미래를 생각해서라기보다 식용곤충을 즐기기 위해 식용곤충을 찾는다고 한다.
   이더블 버그는 식품에 식용곤충을 첨가하는 이유를 맛과 영양 때문이라고 했다. 류 대표는 “곤충은 영양학적 가치가 매우 크다. 앞으로는 곤충의 풍미도 사랑받을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더블 버그 제품의 곤충 함량은 5-10%밖에 되지 않는다. 류 대표는 “종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곤충가격이 상당히 비싸다”고 말했다. 메뚜기의 경우 양식으로 키우는 곳이 거의 없고 농부들이 손으로 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가을철에만 주로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수급이 쉽지 않다. 사육이 쉬운 웜이나 귀뚜라미는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나 이 역시도 일반 식재료에 비해 가격이 조금 높은 편이다.
이더블 버그는 현재 앞서 4가지 제품의 출시를 확정했다. 류 대표는 “1여 년에 걸쳐 설문을 진행하고 피드백을 받았는데 최근에는 맛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이더블 버그의 목표는 미래 식량안보를 위해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는 먹거리를 만드는 것이다. 류 대표는 “곤충이 미래식량이 되지 않더라도 건강하고 친환경적인 맛있는 먹거리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며 “현재는 간식류만 선보이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햄버거를 비롯한 다양한 제품들을 시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곤충산업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주소
   식물이나 다른 동물과 비교했을 때 곤충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많은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관심영역 밖에 있던 만큼 곤충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메뚜기, 누에 번데기, 백강잠만이 식용으로 사용되어 산업 규모가 크지 않았었다. 또한 곤충 자체를 식품원료로 사용하여 메뉴를 개발하는 등의 연구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었다. 국립농업과학원은 올해 갈색거저리와 흰점박이꽃무지를 새로운 식품원료로 등록하여 현재는 이를 원료로 하는 다양한 일반식 및 환자식 메뉴를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 국내에서도 식용곤충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곤충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윤은영 박사는 “얼마 전 시식회 겸 세미나를 소규모로 개최하여 갈색거저리가 포함된 샐러드, 피자, 파스타 등을 선보였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며 “우선 곤충의 형태가 보이지 않아 혐오감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윤 박사는 “기존에 즐겨먹는 음식의 재료로 곤충을 활용해 영양가를 높이는 요리가 개발되면 소비가 확대되고 곤충산업의 미래도 밝을 것”이라고 말했다.
   곤충을 새로운 식량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이미 세계적인 흐름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곤충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식용으로 가능한 곤충을 추가적으로 등록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한편 식용곤충 소비확산을 위해 메뉴개발 및 특수의료용 식품, 건강기능식품 등 제품개발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나가야 한다.
   또한 2010년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새로운 식품원료 등록을 위한 한시적 인정요청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원료의 특성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고 안전성에 관한 연구를 한 후 식약처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식용으로 제조 및 판매가 가능하다. 윤 박사는 “식용으로 이용되는 곤충들에 대한 철저한 위생관리가 이뤄져야만 새로운 먹거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먼 훗날 밥상 위에서 곤충식품을 만나게 되는 일이 일어날까?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연스럽게 곤충식품을 맛있게 먹고 있을 상상을 하니 왠지 어색하기만 하다. 어쩌면 곤충이 미래에는 우리의 한 끼를 해결해줄 식품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니 무섭고 징그럽던 곤충이 갑자기 친근하게 느껴진다. 곤충산업의 미래가 앞으로 어떻게 그려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허채은 기자 gwo12@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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