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국제미술제 <숲, 예술을 입다>

  일상이 지겹고 힘들고 숨이 턱까지 찰만큼 버거워지는 날. 사람에 치이고 시간에 치이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지친 마음을 쉬게 할 자연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잊고 지냈던 자연의 기쁨을 곱씹어 보며 예술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회가 공주에서 열렸다. <숲, 예술을 입다>를 주제로 열리는 공주국제미술제가 바로 그것이다.

    14개국 미술가들이 만든 예술의 숲

   공주 계룡면에 위치한 임립미술관. 미술관 정문을 지나 조금만 걸어가면 야외작품이 설치된 야외조각공원과 함께 세 곳의 전시관을 볼 수 있다. 공주국제미술제는 회화작품으로 구성된 주제전과 야외에 조각과 설치작품으로 조성된 특별전으로 꾸며졌다. 주제전은 미국, 쿠바, 대만, 러시아 등 14개국 작가 30명의 작품들로 꾸며졌으며 특별전은 국내 작가 16명의 작품들로 이뤄져 있다. 이번 미술제의 주제인 <숲, 예술을 입다>는 ‘숲이 가진 우연성, 몰형식, 무제한성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예술가들이 작품을 통해 드러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조각공원의 전시작품을 지나 전시관 건물에 들어서면 흰 부스에 걸려있는 다채롭고 이국적인 그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처음 마주하는 외국작품들을 보면 주제를 벗어난 듯 의아하게 느껴지지만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면 작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번 주제를 담아내고 있음을 알게된다.
   자연과 인간의 모습을 혼연일체로 만드는 미국 작가 메리 포터필드는 관객들에게 혼란을 일으킨다. 얼핏 보면 작가의 그림은 대자연 풍경만을 묘사한 작품 인양 보이지만 잠시 멈춰 그림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들의 모습이 나타난다. 대자연과 인간의 하모니를 위해 작품 하나에 50~70시간을 투자한다는 작가의 그림 속엔 울고 웃으며 살아가는 인간의 희로애락이 담겨있다. 홍콩작가 탕잉치는 홍콩의 시민들을 무작위로 나란히 세워둔 그림 <홍콩거리의 사람들> 시리즈를 통해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사회 속에 섞여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여러 다른 종의 식물들과 생물들이 모여 형성되는 자연 숲의 모습을 조명해 서로 배경과 모습이 다른 사람들도 한데 모여 인간 숲을 만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1. 메리 포터필드 <Above it all> 출처.공주국제미술제 홈페이지
   그런가하면 사회적인 의미를 담아 작가 개인의 감정을 표출하는 작품도 있다. 그림 속에 고국의 모습과 자신의 외로움을 그려내는 쿠바 작가 올랜도 보필의 작품 <긴여행 El viaje mas largo>은 남미 특유의 강력한 원색으로 관객들의 눈길을 끈다. 기하학적인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비행기와 신발은 교통수단으로서 민주주의를 향한 작가의 열망과 자유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한편, 중국 작가 린 웨후이는 중국 사회에 녹아든 서양 유화를 통해 거대한  중국의 소박한 모습을 보여주며 동서양 회화의 모습이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알려준다.                                 
   이국적인 작품들 속에서 한국적인 정서를 뽐내는 작품들도 놓칠 수 없다. 한국의 분단 아픔을 드러내는 이동표 작가의 작품들은 실향민인 작가가 바라는 통일의 모습을 우리나라 고유의 색인 홍색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작품 속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Unification(통일)’, ‘Going home(고향가자)’과 같은 문구들은 작가가 통일을 얼마나 염원하고 희망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또 우리나라의 산수를 표현하는 방식이 서로 다른 작가들의 작품도 흥미로운 볼거리다. 조평휘 작가의 <군봉>은 수묵담채화로 흑백색이 주를 이루며 녹색, 갈색의 최소한의 색만을 사용한 반면 최예태 작가의 <붉은 산의 판타지>는 붉은 색의 산과 초록색의 신록이 어울려 있어 우리나라 산 특유의 강하고 우직한 느낌을 준다. 표현 방법은 다르지만 두 작품은 정적인 우리의 산수를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2. 이동표 <통일이다 고향가자> 출처.공주국제미술제 홈페이지
   실내 전시관뿐만 아니라 주변 야외조각공원에서는 한국작가들의 설치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다. 박삼칠 작가의 <자연의 율>은 연한 파스텔 색의 점토작품으로 자연의 무질서해보이지만 일정한 율을 포착한 작품이다. 또 조덕래 작가는 절규하는 듯 무릎 꿇은 남자의 형상을 그물망으로 만들어 조약돌로 채운 <Enclose-human>을 통해 헤어날 수 없는 자연의 덫에 걸린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3. 박삼칠 <자연의 율>
4. 주민들이 직접 만든 막대사탕 길
5.작가와 어린이들의 현수막 그림
    참여로 빚어지는 미술제의 장

   숲과 호수로 둘러싸인 임립미술관의 호숫가 길에는 지역 주민들이 직접 만든 설치작품인 막대사탕 묶음들이 수풀 사이마다 즐비해 있다. 알록달록한 색의 막대사탕에는 ‘달콤한 행복과 즐거움을 나누자’는 주민들의 뜻이 담겨있다. 호숫가의 경치를 구경하며 막대사탕 길을 따라오면 쭉 늘어선 현수막 그림들과 마주하게 된다. 이 현수막 그림들은 어린이들이 직접 그린 숲과 자연의 모습으로 전시회 작품들과 대비를 이루며 늘어 서있다.
   현수막 옆길에는 관람객을 위한 특별한 미술체험장이 마련돼 있다. 체험프로그램에는 미니장승, 수묵화부채 만들기 등의 전통미술체험과 자연물 콜라주, 양초 만들기 등의 현대미술체험, 유리와 도자를 이용한 공예체험 등이 있다. 전시회 작품들로 보는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면 미술체험으로 작품을 만드는 즐거움을 직접 느껴보는 것도 좋다.
   각박한 일상에 심신이 지쳤다면 잠시 일탈해 예술과 자연을 맘껏 만끽할 수 있는 공주국제미술제를 방문해보길 바란다. 공주국제미술제는 11월 2일 일요일까지 공주 임립미술관에서 열리며 관람료는 3000원이다. 


글/사진 이예원 기자 wownow@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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