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생산과학과>

 

취업이 대학의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특히 지방대학생들은 자신의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전문대 재입학, 대학원 입학, 전공과 다른 공무원 시험 준비 등으로 많이 빠져나가고 있다. 그래서 이번부터 전공을 살려 직업을 택한 선배를 재학생이 만나 대학생활, 취업난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편집자주>


  앞으로 소나무를 볼 수 없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있는가. 이유인즉슨 소나무에 기생하는 병해충 때문인데, 외부의 병해충들로부터 우리강산을 지키고 있는 분을 만났다. 경기도 안양,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 내 국립식물검역소 중부지소 안양출장소 검역과에서 일하시고 계시는 90학번 배종식 선배님을 만나러 98학번 고영훈(작물생산과학·3)군과 함께 갔다.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 기관일지도 모르는 국립식물검역소는 수입농산물에 대한 병해충 검역을 한다.

  “공무원이 되고 싶었어. 늦게 기술고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2000년이 되기 전에 직장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컸지.” 선배님은 이곳저곳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러 다닐 때 ‘식물보호기사’ 자격증 덕분에 현재 이 자리에 있게 되었다고 한다. 재수한 선배는 농학과(현 작물생산과학과)를 선택할 때, 3대째 농업에 종사하신 아버지께서 참 좋아하셨다고 한다. ‘남들 3년 할 공부를 4년 했으니 좀 더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다’는 아버지의 말씀 덕분에 더욱 바쁘게 생활할 수 있었단다.

  선배님의 대학시절 이야기를 듣는 동안 학과에 대한 자부심이 누구보다 남달랐다. 지금은 타계하신 ‘농학개론의 박종성 교수님’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단다. 세계적 병리학자이면서 농업에 대한 애착이 컸던 그분은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셨다고.

  “다른 학과 친구들은 상상도 못할걸?! 우리 학과의 끈끈한 정을…….” 요즘도 선배님께 연락드려 체육대회를 함께 한다며 작물생산과학과 선후배가 입을 모았다.


후배 : 선배님의 대학시절은 어땠어요?

선배 : 많은 경험을 해봤지. 수화, 컴퓨터 관련 동아리 활동도 해보고, 친구들과 함께 달동네 학생들에게 공부도 가르쳐줬어. 지금 직업도 다양한 것을 접할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끼고 있고……. 허나 뭐니뭐니해도 학교생활의 꽃은 ‘학과 생활’인 것 같아.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교수님, 친구들과 함께하며 많은 부분 깊이 있게 배울 수 있거든.

후배 : 그렇다면 대학시절 못해봤던 아쉬운 활동들이 있나요?

선배 : 내 대학생활에 만족해. 하지만 사람을 다양하게 만나지 못했다는 것과 여자친구를 사귀지 않았다는 것이 아쉽지(웃음). 바쁘게 살긴 했는데, 재미있게 살지 못했던 것 같아.


  매년 약1억원을 자신의 생활에 투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 있는가. 선배는 우리에게 물었다. “충남대에 오기 위해 공부했던 시간, 그리고 지금 사회인이 되지 않고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을 따지면 1억 정도가 된다고 생각해. 경제적 논리를 따진다면 대학에서 많은 것을 얻어가야 해. 대학의 낭만을 누리며 재미있고 알차게 생활했으면 좋겠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알고 있는 선·후배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반가운 일인지……. 학교생활도 마찬가지야. 끌어주는 선배, 후배가 없다면 공부하기 힘들잖아”라고 자신의 능력 못지않게 인간관계는 참 중요하단다.

  선배는 후배들에게 식물보호사 특강을 3년째 하고 있다. “내가 학과공부를 하면서 어려움을 느꼈기 때문에, 그리고 농생물학과 교수님들께 고마웠기 때문에 내가 받은 만큼 베풀고 싶었다”고 했다.


후배 : 이번에 대학원을 다니시던데, 직장생활은 어떤가요?

선배 : 개인의 발언권이 없었던 군사정권 때와는 다르지. 요즘 공무원은 전문성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어. 자신의 연구 분야에 대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고 그만큼 자기개발에의 욕심과 의지가 필요해.

그리고 직장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장 ‘생활’이 더 중요해. 학교에서도 공부하는 분위기를 서로가 함께 만들어가야 해. 세상은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이지.

후배 : 직장생활을 하면서 보람을 느낀 적은 언제예요?

선배 : 식물 검역을 하면서 진짜 내가 제 2의 국방을 책임지고 있다는 생각을 할 때 뿌듯해.


  선배님은 인터뷰하는 내내 후배들에게 이것저것 보여주기 위해 바빴다. 연구실 벽에는 ‘식물검역 주요금지 병해충 경계명’이 붙어있었고, 병해충이 없는 농산물에 대해서만 발부되는 ‘식물검사합격증명서’를 모아두었다. 올해 잡은 병해충 표본이 실험대 위에 올려져 있었고, 식물검역소에서 직접 만든 병해충 관련서적이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있었다.

  먼지처럼 보이는 진드기류, 총채벌레를 현미경을 통해 보여주었다. 연구실 한쪽에는 농산물 보관용 냉장고가 있었고, ‘식물검역 폐기 대상품’이라고 쓰여진 검정봉지에는 소각해야할 식품이 담겨져 있었다.

 

후배 :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선배 : 학생시절 주변 환경에 대한 욕심 때문에 불평불만이 많았어. 어느 날 친구가 내게 노력하지 않고 주어진 환경을 탓하거나 불만만 가지고 있다고 말하더군.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듯이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았으면 해. 긍정적인 사고는 자기 발전의 시발점, 원동력이 되거든.

학교엘 다니다보면 고시합격 현수막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우리도 그 사람들과 많이 다르지 않아. 지금 각자 위치에서 조금만 더 열심히 노력하면 되거든.

언젠가 학교에 갔을 때, ‘교수님들이 과에 다니는 학생들 중 자신의 이름을 걸고 추천할만한 학생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어. 우리는 항상 미래를 준비해야 해. 내 갈 길을 어떻게 개척해서 나갈 것인가를 생각하고, 선배들이 닦아 놓은 길을 살펴봐. 세상엔 항상 배울 것이 있거든.


  취미가 등산, 근래엔 꽃 사진 찍기를 즐긴다는 선배는 야생화가 예쁘단다. 필자가 튤립을 좋아한다고 하니 검역소에서 씨앗을 11월말에 구할 수 있다고 튤립새싹이 돋아나는 기쁨을 느껴보란다.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며 배웅해주신 선배님께 꿈에 대한 ‘자신감’을 배웠다. 선배님 말마따나 진실로 원하는 것은 언젠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정리 조경미기자 cat4@cnu.ac.kr

사진 이진경기자  ljg416@cnu.ac.kr

 


농업은 생명산업이다. 종자를 가진 자가 식량을 지배하고, 식량을 가진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말처럼 농업은 자주국가의 주권이며 그 나라의 생존권이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나라가 발전할 수 있는가!!

-성철이의 감자만들기(http://user.chollian.net/~jgawoori)에 선배님이 남긴 ‘농업직 공무원에 대한 단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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