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죄수의 딜레마도 내 주변에?

▲<무한도전> ‘도둑들 특집’의 한 장면

   지난달 <무한도전> ‘도둑들 특집’에서는 멤버들이 지령을 수행하던 중 알 수 없는 음모에 휩싸여 감옥에 갇힌 채 심리게임을 펼치는 모습이 방영됐다.
   멤버들이 받은 지령의 내용은 많은 눈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방송국에 잠입해 의심받지 않고 시가 100억 원대의 기밀문서를 빼내는 것. 멤버들은 이상하리만큼 순조롭게 기밀문서를 손에 넣지만 결국 경찰에 현행범으로 검거되고 만다. 지금부터는 수사관과 멤버들 간의 심리대결이다. 범인을 모두 밀고하지 않으면 전원이 곤장 5대를 맞지만, 범인을 밀고하면 밀고자 이외의 다른 사람들이 20대를 맞는다. 더 나아가 전원이 밀고하면 모두가 10대를 맞는다. 멤버들은 회유와 협박의 교묘한 심리전에서 밀고와 의리의 침묵 사이에서 고뇌에 빠진다.
   이는 바로 죄수의 딜레마를 접목한 심리대결이다. 우리학교 심리학과 김남희 박사는 “죄수의 딜레마란 게임 이론의 유명한 사례로 협력적인 선택이 서로에게 최선의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익에 치중한 선택으로 인해 서로에게 나쁜 결과를 야기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두 명의 갱 단원이 체포되어 왔다. 이들은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독방에 각각 수감되었다. 경찰은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자백을 통해 범죄를 입증할 계획을 세우고 각각의 범죄자를 신문하게 된다.
   이때 경찰은 두 명의 공범에게 동일한 거래를 제안한다. 바로 다른 한 명의 공범에 대해 자백할 경우 자백을 한 범죄자는 석방을 하는 반면, 다른 공범은 징역 3년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상대편 공범이 자백했을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두 명의 공범 모두 상대편을 배신하고 죄를 인정할 경우 각각 징역 2년을 받게 된다. 그러나 둘 다 자백을 하지 않고 묵비권을 행사하여 협조할 경우 모두 징역 6개월을 받게 된다. 이는 고전적인 형태의 죄수의 딜레마이다.
   이와 같은 죄수의 딜레마는 우리의 일상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친구들과 함께 삼삼오오 모여 저녁식사를 하러 갔던 경험을 떠올려보자. 맛있는 저녁 식사가 끝난 후, 식당 종업원이 영수증을 당신이 있는 테이블로 가져다준다. 저녁 식사 값을 각자 주문한 음식의 가격만큼 지불할 수도 있고 “다 같이 1/n로 계산하자”는 친구의 말에 따라 전체 식사 값을 나눠서 낼 수도 있다. 글랜스와 허버만은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딜레마를 가리켜 ‘뻔뻔한 저녁식사의 딜레마’라고 정의한다.
   김 박사는 “저녁식사의 딜레마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러 명이 참여하는 일종의 죄수의 딜레마로 여럿이 식사를 하는 상황에서 보다 저렴하게 식사하기 위해 금액을 똑같이 나눠 지불하기로 한 후 메뉴를 고르는 상황에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동일한 가격을 내고 식사를 하는 상황에서 옆 친구는 비싼 스테이크를 주문하는데 나는 샐러드를 주문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모든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값비싼 메뉴를 주문한 결과, 혼자 밥을 먹을 때보다 더 비싼 저녁식사를 하게 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또 다른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눈치가 없는 건지 좁은 방 안에서 큰 소리로 전화하는 룸메이트가 있다. 이젠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룸메이트가 무얼 하든 개의치 않고 나도 친구와 수다를 떤다면 두 명 모두 중요한 시험 기간에 집중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기게 된다.
   그렇다면 위 이야기에서 서로 협조했다면 상황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와 같은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무엇일까?
   김 박사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한 마디로 이전에 상대방이 했던 선택을 그대로 따라 하라”고 말했다. 상대방이 배반을 한다면 자신도 배반을 하고 상대방이 협동을 선택한다면 나 또한 상대방을 따라 협동을 선택했을 때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어 김남희 박사는 “반드시 첫 번째 선택에서 협동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채은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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