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어우러진 진정한 인문학

    인간의 사상 및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 인문학은 이제껏 우리에게 책에서만 접하는 딱딱하고 다가가기 어려운 학문의 하나였다. 그러한 인문학이 세상 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어울리며 체험할 수 있는 활동으로 변신했다. 소셜 이벤트가 더해진 인문학 강연 ‘테드 엑스 대전’과 인문학과 여행이 만난 ‘2014 전국 대학생 인문학 활동’이 바로 그것이다. 

    인문학 강연과 이벤트의 만남
   대전 시민대학 컨퍼런스 홀. 본격적인 연사의 강연이 시작되기 전, 강연에 참여한 사람들이 테이블에 모여 말 대신 몸으로 앞에 보이는 단어를 표현하고 맞추고 있다. 2분의 제한시간이 끝나고 맞힌 단어의 개수를 세어보며 소리 내어 웃는 사람들은 놀랍게도 이 날 강연을 통해 처음으로 안면을 튼 사이다. 함께 어울려 웃다보니 어느덧 첫 만남 특유의 서먹함은 사라지고 사람들은 자연스레 편안한 분위기에서 강연을 즐기고 있다. 이 독특한 강연의 주제는 바로 ‘재미란 무엇인가’였다. 몸소 재미를 체험해보는 이벤트로 시작을 알린 강연에 사람들은 천천히 몰입하기 시작했다.
   대전 선화동에 위치한 대전 시민대학에선 매달 테드 엑스 대전 인문학 살롱이 진행되고 있다. 테드 엑스 대전은 18분 동안 진행되는 기존 테드 강연 형식에 소셜 이벤트를 더해 청중들의 인문학적 관심도를 높이고, 쉽게 이해해 다가갈 수 있게 하고 있다. 미디어 아트 강연에선 핸드폰을 이용한 미디어 몽타주를 만들고, 캘리그라피 강연은 청중들을 몇 조로 나눠 조원의 이름으로 캘리그라피를 만들어준다. 또 시간관리 강연에선 청중들이 직접 ‘내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을 작성해본다. 그 날 강연의 연사와 함께 소셜 이벤트에 참여하기도 한다. 소셜 이벤트가 청중과 연사를 이어주는 인문학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에 대해 테드 엑스 대전 정다운 디렉터는 “테드 강연은 사람들이 교류하는 장이다. 인문학 살롱은 단순하게 강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지식을 교류하고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1. 마을 벽화를 제작 중인 ‘2014 전국 대학생 인문학 활동’학생들
    /사진제공.인디053
2. 핸드폰을 이용한 미디어 몽타주 /사진출처. 테드 엑스 대전 홈페이지
3. 생태 강연에서 자연퍼즐을 맞추고 있는 테드 엑스 대전 참석자들
/사진출처.blog.naver.com/jaeho054/220014711127
    농촌 속에서 피어나는 인문학의 새싹
   올해 7월 경상북도 칠곡에선 ‘2014 전국 대학생 인문학 활동’이 진행됐다. 전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활동은 ‘농활(농촌활동)’의 개념을 ‘농촌 문활(문화활동)’로 바꿔 20대 청년들이 인문학을 통해 마을 주민들과 함께 활동을 꾸려나가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인문학 활동은 ▲마을 주민들의 인생사와 마을 역사를 기록하는 마을 스토리 북 ▲어르신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고 마을 초대장을 시 또는 산문으로 쓰는 마을 문학 ▲마을의 문화와 역사, 자연, 생태 등을 벽화로 제작하는 마을 미술 ▲어르신 연극단과 함께 연극공연을 만드는 마을 연극 ▲주민들이 직접 마을역사 및 인물, 이웃들을 취재해 기사를 작성하는 마을신문  등의 프로그램으로 이뤄져있다.
   행사를 진행한 인디053 이창원 대표는 농촌 문활에 대해 “마을 안의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스토리와 디자인을 입혀 새로운 콘텐츠로 재탄생시키는 활동을 진행했다. 가령, 스토리 북의 경우 마을 주민들의 삶이 곧 마을의 인프라이고 학생들과의 소통을 통해 스토리 북이라는 콘텐츠가 나오는 것이다. 그렇기에 단순히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마을이 자생적이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대표는 “학생들과 행사를 함께 꾸려나간 마을 어르신들이 낯선 청년들을 친손자, 친손녀처럼 반겨주시고 참여 학생들도 이러한 경험이 소중함을 느끼게 됐다”며 “마을에 계신 어르신과의 만남을 통해 학생들이 농촌 실정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덧붙였다.

    책 밖으로 걸어 나온 인문학
   추상적인 인문학이 아닌 체험하는 인문학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정다운 디렉터는 “인문학은 사람을 심도있게 이해하는 것에서 나아가 주위 사람들을 알아가고 이해하면서 사람들 간의 공동체를 만들게 하는 촉매”라고 말했다. 또한 이창원 대표는 “인문학이란 책 속에만 존재하는 딱딱한 것이 아니라 마을에 살고 계시는 어르신 한분 한분의 삶 전부에 담겨있는 것”이라며 “인간적인 교류를 하고 이로써 세대 간의 소통이 이뤄져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의미를 갖는다면 그것이 훌륭한 인문학”이라고 말했다.
   인문학은 인간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의 학문이다. 책으로 읽거나  학문으로 배우며 느끼는 것도 좋지만 실생활에서, 우리 지역에서, 주변 사람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 또한 인문학이다. 이에 인문학을 학문으로, 삶의 한 부분으로서 인정하는 배움의 자세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이예원 수습기자 wownow@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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