❼ 구박은 일상, 윽박지르기가 주특기인 애증의 직장상사 <파스타>의 ‘최현욱’

사진 출처. 드라마 < 파스타>
   자고로 사내 비밀 연애의 묘미란 들킬까봐 아슬아슬하지만 그럼에도 숨길 수 없는 서로에 대한 애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의 눈이 의식돼 몰래 오가는 눈빛에는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어쩔 수 없이 티가 나는 사랑이 짜릿하게 담겨 있다. 그런데 사내 비밀 연애가 조금 다른 의미로 짜릿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남자가 있다. 간질거리고 두근대는 사랑의 짜릿함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 구박과 호통이 날아올지 모르는 공포의 짜릿함에 가슴 떨리게 해준 <파스타>의 ‘최현욱’이 바로 그다.
   이태리 레스토랑의 주방 보조인 여주인공 유경은 무거운 짐을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그만 손에 있던 금붕어 봉지를 떨어뜨린다. 금붕어가 바닥에서 팔딱거리지만 양 손 가득 짐을 든 유경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아무도 도로 한복판의 유경을 도와주지 않는다. 그 순간 유경의 앞에 나타난 현욱이 그녀를 도와주며 둘은 첫눈에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
   둘의 로맨틱한 첫만남도 잠시, 알고보니 현욱은 유경이 주방 보조로 일하는 이태리 레스토랑의 새로운 쉐프였다. 과거 주방 동료와의 연애에 아픈 추억이 있는 현욱은 “내 주방에 여자는 없다”며 주방의 여자 직원들을 모조리 해고한다. 유경 역시 여자이기에 예외없이 현욱의 주방에서 해고당한다. 왜 자신을 해고시켰냐고 따지는 유경의 말에 현욱은 뻔뻔하게도 말을 돌리며 자신과 연애하자고 고백한다. 사람을 갖고 노는 것도 유분수지 열심히 일하고 있던 사람을 하루아침에 실직자로 만들어 놓고 사귀자는 고백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하지만 잡초 같은 근성의 유경은 끈질기게 매달려 다시 현욱의 주방에 들어간다. 그러나 주방 안에서 공과 사의 구분이 아주 칼 같은 현욱은 고백했던 게 언제였나 싶을 만큼 유경에게 냉정하다. 프라이팬을 잡기만 해도 가차 없이 구박이 날아오고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온 주방이 떠나가라 윽박을 지른다. 그러던 어느 날 유경이 문이 고장난 냉동 창고에 밤새도록 갇힌다. 요리재료와 본인 중 어떤 것을 지킬지 고민하던 유경은 결국 냉동 창고의 스위치를 내리고 본인을 지킨다. 물론 요리재료를 전부 상하게 한 유경의 잘못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유경이 갇히고 싶어서 갇힌 것도 아닌데 죄송하다고 울며 용서를 구하는 유경에게 현욱은 “살아줘서 아주 더럽게 고맙다”고 말한다. 안 그래도 괴로운 유경은 그 말에 얼마나 큰 죄책감을 느꼈을까.
사진 출처. 드라마 < 파스타>

   그렇다고 현욱이 마냥 구박만 하지는 않는다. 항상 날을 세우고 까칠하게 굴다가도 주방을 벗어나면 아주 가끔 무심하게 챙겨주는 행동과 말로 유경을 설레게 한다. 또 냉동 창고의 스위치를 내린 날도 유경 때문에 현욱은 하루 종일 정신없었지만 모든 일과가 끝나고 유경에게 따뜻한 음식을 사준다. 원래 매일같이 잘해주면 그 고마움을 모르지만 매일 못해주다가 어쩌다 한번 잘해주는 것이 더 좋게 와닿는 법. 유경은 현욱의 어항에서 헤어 나오지를 못한다.
   속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갖은 구박을 받으면서도 현욱의 사소한 행동 하나, 말 한마디에 금세 사르르 마음이 녹았던 유경은 결국 내 주방에 여자는 없다고 소리치던 현욱과 바로 그 주방에서 비밀연애를 시작한다. 그러나 이건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착하고 현욱을 무척이나 사랑하던 유경이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만약 현실에서 직장 상사가 사사건건 구박에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으며 매일 깨소금 볶듯이 달달 볶아댔다면 비밀 연애는 고사하고 진작 사표를 던지고 직장을 뛰쳐나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유정현 기자 yjh13@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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