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천극장에 들어서자 가라앉아 있던 감각이 바싹 긴장한다. 쿵쿵 건물 안을 울리는 드럼소리와 기타소리가 가슴 속까지 들어온다. 귀가 멍멍한 음악소리가 시끄럽기보다는 기분을 들뜨게 한다. 노천극장 무대 뒤에 자리잡은 플레임즈의 문을 두드린다.
 문을 연 곳은 동아리방보단 연습실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은 느낌이다. 가득 채운 악기들과 그 배경이 잘 어울리는 5명의 플레임즈 27기.
 “그래도 인터뷰는 짱이 해야지” 여론에 못 이겨 의자에 앉은 서강재(화학공학·2)군. 하지만 회장이라는 느낌보단 드러머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린다. 인터뷰가 썩 머쓱한 듯 어색한 웃음을 보인다.

 무슨 음악을 하세요? 동아리 소개 좀 해주세요.
 저희는 모던락 곡 중심의 음악을 해요. 대학생에게 다가가기 쉽게 하기 위해서 이브나 윤도현밴드, 자우림 같은 대중적인 음악을 많이 하고요. 여름방학 때 저희끼리 창작도 할 예정이고요.


 저희 동아리 사람들은 각자 정해진 파트가 있어요. 들어올 때 파트별로 오디션을 하죠. 그 파트는 자기 책임이에요. 때문에 한 명이라도 없으면 합주가 안 되죠. 뭐 “얼마나 잘하나”하는 전문성을 강조한다기 보단 사람냄새 나는 생활, 아마추어다운 열정을 중요시하죠.
 어떻게 해서 이 곳에 들어오게 되셨나요?
 교회에서 밴드를 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떠밀려서 드럼을 처음 치게 되었죠. 대학에 와서 만난 친구가 여기 온다기에 친구 따라왔죠. 하하.

 늘 역사는 ‘친구 따라 오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나보다. 친구 따라 오디션 받다가 주연으로 발탁된 어느 여배우의 성공담을 듣는 듯했다. 하지만 “드럼은 밴드에서 감독과 같은 존재에요. 드럼이 없으면 합주를 할 수 없죠” 말을 하는 단호한 그의 표정에서 플레임즈를 선택한 것 단지 우연이 아닌 ‘진짜구나’싶다.

 요즘 일정이 어떻게 되세요?
 축제도 끝나고 요즘은 공연 일정이 없어요. 외부에서 초청한다면 공연할 예정이고요. 지금은 연습하고 있죠. 6시부터 10시까지 연습하죠. 방학에는 아침 10시에서 6시까지 할 예정이에요. 이 때 창작도 하고요. 9월 개강 발표회 준비도 하죠. 꽤 바쁘죠.
 바쁜데 과생활은 잘 하시는 편이세요?
 과생활은 솔직히 말해서 잘 못해요. M.T.만 갔다 오고 과 체육대회도 못 갔어요. 1학년 때는 그나마 낫지만 2학년 때는 직접 공연을 해야 하니 더 바쁘죠. 힘들어요. 1학년 때는 연습생이란 느낌이지만 2학년이 활동기수거든요. ‘플레임즈’란 이름을 걸고 공연해야 하니까요.

 과 생활을 못한다며 장난스럽게 푸념하는 그의 얼굴에선 ‘그래도 괜찮아요’라는 대답이 깔려 있는 듯하다. 지금 하는 일이 그만큼 좋으니까 말이다.
 사람다운 냄새를 강조한다고 하지만 매년마다 상하나 둘은 거머쥘 만큼 플레임즈는 실력도 꽤 짭짤하다. 작년에는 한밭대학교에서 금상도 받았단다. 이런 짭짤한 실력이라면 한번쯤 음악에 대한 로망도 가져보지 않을까?

 사실 음악적 재능이 없는 것 같아요. 전공을 살려야죠. 실제 취미로 음악을 하는 것과 밥줄이 달려서 하는 것은 다르니까요.

 “재능이 없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다니! 그가 음악을 하는 이유는 단지 ‘좋으니까’ 같아 왠지 좀 부러워진다. 
 언젠가 영화에서 본 듯한 장면, 한 10년쯤 후에 다시 모이는 밴드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10년 후에도 같이 공연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나중에 모여도 공연하실 건가요?
 ‘상조회’라고 저희 동아리는 1년에 4번 갖는 모임이 있어요. 1기부터 쫙 한 곡씩 공연하죠. 그래서 기수가 먼 분들도 많이 뵈어요. 아버님 같은 선배님과 술도 같이 마시고요. 시간이 지나도 밴드라는 걸로 하나로 묶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는 장래를 음악에서 찾지는 않을 거란다. 미래는 그렇다. 하지만 지금 그에게서 음악은 현재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그는 음악으로, 드럼으로 즐겁다.
 미래에 뭔가 보장되어 있어서가 아니다. 단지 좋아하는 일에 대한 열정뿐이다. 이런 게 그들이 말하는 인간냄새가 바로 아닐까?
 어디선가 누군가가 그랬다 ‘드럼은 영혼의 울림이다’라고. 그는 지금, 그 울림으로 누군가의 마음속에 다가간다. 

 손주영기자 d-_-b@cnu.ac.kr
사진 오은교기자 hoanh35@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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