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가치를 얻게 해준 충남대학교

 어느덧 이곳 펜실베니아의 날씨는 한국의 한겨울 날씨가 되어버렸다. 첫눈을 기다린 지몇 주가 됐지만, 아직은 좀 더 기다려야 하나 보다, 머나먼 이국 땅에 온 지도 어느덧 이제 4년이 넘었다. 돌아보면 그리 짧지 않은 시간동안 그래도 머릿속에 기억 나는 일은 나의 젊은 시절 충남대 캠퍼스에서 있었던 즐거운 기억들이었다.
1988년, 싱그러운 녹음이 우거진 캠퍼스에 첫발을 디뎠던 나의 학창시절은 이제 어느덧 숱한 시간 속에 남아 있는 나의 과거가 되었지만, 그때의 나의 생활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버팀목이었음에는 틀림없다. 1994년 나는 충남대학교 교환학생의 한명으로 선발되어 미국 땅에 발을 디디게 되었다. 이국 생활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가지고 잇어지만, 기대 이상의 여러 어려움은 나를 끝없는 절망의 길로 몰아 넣었다.
 텍사스에 있는 S. F. Austin State University는 내가 충남대에서 공부한 고분자 공학 프로그램이 설치되지 않아서 화학과에서 2번째 석사 학위를 위해 1년 반 동안 머무르고, 다시 박사 학위를 위해 지금 공부하고 있는 펜실베니아 주립대로 학교를 옮겼다. 한국의 여러 고장이 각자의 특색을 가지고 있듯이 이 넓은 미국에서의 지방색은 마치 다른 나라에 옮겨온 듯했다. 펜실베니아 주립대는 미국에서도 가장 큰 대학중의 하나로 70,000여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메이저 대학 중의 하나이다.
 미국 유학생활의 시작은 머무를 곳을 정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같이 여러 학교에 많은 한국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고, 이곳도 예외는 아니었기에 그리 어렵지 않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새로운 이방인들과의 생활은 색다른 경험이다. 나와 같은 아파트를 나누어 살았던 친구들은 미국인 2명과 푸에르토리코인 이었다.  늘 집에서 지내며 어머님이 해 주시던 따뜻한 밥만 먹던 나에게 모든 것을 나 혼자 해결해야 하는 유학행활은 공부 이외의 다른 문제였다.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의 한 명으로서 김치는 필수 불가결의 음식이었고, 그 특유의 냄새로 인해 룸메이트들에게 들었던 불평들은 한국의 향수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빨래, 청소, 그 모는 것들이 다 생소하고 힘들었지마나 혼자 해결해야만 했던 고충들이었다.
 혼자 사는 독신의 생활, 그것도 먼 이국 땅에서의 생활은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몸은 항상 자신이 관리 해야된다는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말처럼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리 튼튼하지 못하던 나였기에 건강관리는 특히 신경이 쓰이던 것 중의 하나다.
 그러나, 이 모든 것 중 가장 중요한 학교 생활은 나의 유학생활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이리라, 한국에서의 대학원 생활과 미국에서의 그것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충남대에서 배운 튼튼한 학문의 기초는 그리 어렵지 않게 모든 것을 해결해 주고도 남았다. 한가지 집고 넘어가고 싶은 점은 한국에서와는 달리 미국의 대학원은 모든 걸 자신이 책임지고 해야 한다는 점이다. 공과 대학에서 공부한 나로서는 여러 사람들의 생각을 모아 큰일을 처리하던 습관에서 벗어나야 하는 어려운 관문이 있었다. 그러나, 더 많은 것을 새로운 방법으로 습득하는 것 또한 나에게는 즐거움이었고, 유학생활의 정수라 생각한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색다른 경험을 알수 있는 것이 유학생활이라 하지만, 나에게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은 역시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에서의 생활은 영어의 진수를 맛보기에 충분하다. 영어의 중요성은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느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언어는 언어 이외의 중요성을 가진다. 언어의 이해와 능숙한 사용은 그나라의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도구이다. 그저 일상의 대화를 벗어나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의 말을 내 말 같이 하는 것이다. 영어는 우리 모두에게 초등학교부터 주어지는 영원한 과제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미국에서의 유학생활은 그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길이라 굳게 믿는다. 두서없는 말들을 늘어 놓고 보니 이젠 그만 접어야 할 때 인 것 같다. 나의 모교, 충남대학교는 나에게 미국 유학생활의 길을 열어 주었고, 그 길은 아직 험하고 어렵지만, 나의 청춘에 미칠만한 가치가 있는 값진걸 얻었고, 앞으로도 계속 얻어 가리라고 믿는다.

펜실베니아 공과대학 재료공학과 박사과정
이 영 재
(고분자공 · 92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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