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으로 뒤덮였던 태안 앞바다의 현재는?

 

  2007년 12월 7일 충청남도 태안군 만리포 북서쪽 10km지점에서 유조선 허베이스피릿호와 해상 크레인이 충돌하여 대량의 원유가 유출되는 끔찍한 사고가 있었다. 사고 당일 짙은 기름띠가 만리포, 천리포, 모항으로 유입됐고 이듬해 1월에는 전라남도 진도 해안과 제주도의 추자도 해안까지 기름이 덩어리져 굳어버린 ‘타르 볼’이 확산됐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였지만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기름 제거에 동참했고 많은 액수의 성금이 들어와 ‘서해안의 기적’을 일궈냈다. 그 결과, 오늘날에는 태안 앞바다가 상당 수준 회복됐다고 알려져 있다. 태안 기름유출사고 피해지역의 현재 상황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만리포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왼쪽 사진: 취재 당시 맑은 파도가 밀려오는 만리포해수욕장
오른쪽 사진(출처 : 구글 웹사이트): 태안 기름유출사고 당시 기름 섞인 파도가 밀려오는 만리포해수욕장

   기름으로부터 거의 회복된 태안 앞바다
   시외버스를 타고 태안터미널에 도착해서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20분쯤 달려 만리포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해수욕장은 여느 겨울 바다와 다를 것이 없었다. 입구에 기름 유출 사고 당시 자원봉사자들의 업적을 기념하는 기념비와 사고 과정과 복구 과정을 담은 사진 전시가 눈에 띄었다.
   해수욕장 오른쪽 끝에는 바위 조간대가 있고 왼쪽 끝에는 등대와 굴 양식장이 이어져 있었다. 오른쪽 끝에서 왼쪽 끝까지 열심히 걸었다. 사고 당시 언론에서는 대한민국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라며 입을 모았고, 전문가들은 최소 10년이 지나야 바다가 사고 이전으로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필자 역시 만리포 해수욕장 해안가로 검은 기름띠가 몰려오는 모습과 기름을 뒤집어쓴 갈매기들, 검은 기름으로 뒤덮인 바위를 하나하나 닦아내던 자원봉사들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한다. 하지만 기름의 흔적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바닷물은 서해안인데도 굉장히 깨끗했다. 한 때 이곳이 기름 파도가 치는 곳이었다니 믿기지 않았다. 바다 속까지 훤히 보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투명한 파도가 밀려와 물에 잠긴 갯벌 바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파도로 생긴 갯벌 골을 따라서도 맑은 물이 흘렀고 곳곳에 있는 웅덩이에서도 기름 흔적 하나 없이 깨끗했다. 갯벌에서도 소라게나 갯지렁이, 꽃게, 조개 등 생물의 흔적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실제로 2009년부터 태안해안국립공원에서 시행된 모니터링 보고서를 보면 ‘심각한 잔존 유징’ 구간은 지속적으로 줄어 2012년 장기 모니터링에서는 48.2km중 2.28%에 해당하는 1.1km에 불과하다. 이는 지역 표면의 잔존 기름 성분 피복도가 10%를 초과하거나 표면 아래에서 용출되는 바닷물에 검은색, 갈색 유막이 뜨는 경우를 의미한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사고 해역의 해수 및 퇴적물 내 유분 등의 농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작년 3월에 해수 수질기준 및 퇴적물 수치가 국제 권고치 이하로 내려갔다. 굴과 어류 등 유용수산물 내 유류오염은 사고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파악됐으며, 잔존유에 의한 독성 수준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해양수산부는 작년 7월 29일 “태안 앞바다의 오염 정도가 2007년 12월 7일 서해안의 유조선 허베이스피릿호의 기름 누출 사고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국립공원연구원 유류오염연구센터 관계자는 “태안해안 같은 경우는 모래로 돼있는 해변, 즉 해수욕장으로 이용하는 해변이 많다. 유류사고가 터지면서 기름이 해변까지 다 덮은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유류사고 초기에 여러 방제 활동으로 인해 지금은 이용에 관련해서 큰 문제는 없다. 또한 암반도 상당수가 기름에 피복됐었는데 현재는 피복 상태로 판단되는 곳이 많지 않다. 그리고 피복된 곳들도 기름이 꾸준히 흘러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말라서 딱딱하게 고형화가 된 암반과 같은 상태이다. 고형화된 물질에서도 유해되는 성분이 더 나오는 것은 아니다. 또한 붙어있다고 해도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특별하게 발견되는 것은 없다” 라고 말했다.


 

   해양생물 생태계에서도 희망이 보인다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당시 태안 앞바다 생태계의 80%정도가 훼손됐으며, 오염 정도가 심각해 생명력이 질기다고 알려진 불가사리도 폐사할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태안 앞바다 생태계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오염사고 관련 해양오염영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물 표면이나 수층에 서식하는 동물 플랑크톤의 경우 사고 1년 후 이전 수준을 회복해 현재는 조사가 종료 된 상태이다. 조간대 서식 생물도 점차적으로 회복되고 있는 상태다. 조간대에서 굴, 따개비 같은 바위에 붙어사는 저서생물들을 관찰한 결과 사고 직후부터 2009년까지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현재는 사고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또한 해안 수질이나 퇴적물, 어류의 상태도 사고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 국립공원연구원 유류오염센터 관계자는 “생물성 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면 사고 이전과 현재를 비교했을 때 유류사고 이전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근접하게 회복되고 있으며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태안 지역 해산물 조사 결과 일부가 독성 성분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그 양이 미미하기 때문에 특별히 인체에 유해하다고 말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만리포 해수욕장 오른쪽 끝 암반조간대에는 굴이나 따개비 같은 저서생물들이 많았다. 다른 생물에 비해 이동성이 떨어지는 저서생물은 환경변화에 가장 민감하다고 한다. 굴이나 따개비를 해안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자연 환경이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다. 날씨가 추웠는데도 굴을 캐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 곳에서 굴을 캐던 주민은 자신이 캔 굴을 직접 보여 주며 “사고 이전과 크게 다른 건 없다. 사고 직후에는 굴이 시커맸었는데 지금은 굴이 말갛고 하얗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암반조간대 주변에는 갯벌 색보다 어둡고 미끈미끈한 것이 군데군데 보였다. 굴을 캐던 주민들께 기름이 아니냐고 여쭤봤더니 웃으시며 “기름이 아니라 갯벌 흙 중에서 검은 빛을 띠는 개흙”이라고 말했다.

왼쪽 사진 : 취재 당시 만리포 해수욕장의 깨끗한 해변
오른쪽 사진 (출처 : 구글 웹사이트) : 태안 기름유출사고 당시 기름 흡착포로 뒤덮여 있던 만리포해수욕장
   태안 앞바다 회복을 위한 노력
   태안이 이처럼 빠른 시일 내에 회복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국민들의 도움의 손길 뿐 아니라, 정부의 끊임없는 노력도 있었다. 그 노력은 어느 정도 회복 단계에 이른 지금도 진행 중이다. 국립공원연구원 유류오염센터 관계자는 “비슷한 규모의 기름 유출 사고가 있었던 외국 사례에 비해서는 여러 곳이 깨끗해졌고 해양환경도 많이 안정화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조사를 많이 해야 한다. 현재 대다수의 기관에서는 생태계 회복 기간으로 최소 10년을 잡았다. 10년 이후에도 꾸준하게 조사를 해야 변화상을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2009년부터 시행된 태안해안국립공원 생태계 영향 모니터링은 2019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임송학 해양수산부 해양환경정책과장은 “사고해역의 잔존유류 오염상태와 생태계 회복 여부 등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2019년까지 유류오염 영향조사와 장기생태계 모니터링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사고해역의 유류오염 영향조사 결과를 지역 주민들에게 계속 알리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양수산부는 태안 기름유출사고 피해보상과 관련한 정보를 담은 월간소식지 ‘허베이 소식지’ 발행을 통해 태안 기름유출사고에 관한 정보를 알리고, 지난달 10일에도 주민설명회를 열어 오염 정도와 환경 복원에 관한 연구 결과를 설명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태안 기름 유출 사고와 복구 과정을 담은 사진 전시물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검은 기름으로 뒤덮였던 만리포해수욕장은 재작년 7월 국토해양부가 선정한 우수해수욕장으로 선정됐다. 태안 지역 주민들에게 사고 당시 상황을 물어보면 손사래를 치며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말한다. 온통 기름으로 뒤덮였던 바다가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우리 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서해안의 기적’으로 제 모습을 찾은 평화로운 만리포 해수욕장을 돌아보며, 다시는 이런 사고가 없기를 바랐다.


글 / 최유림 기자 hahayoorim@cnu.ac.kr
사진 / 양희원 사진부 기자 hwyang@cnu.ac.kr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