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놈 위에 노는 놈

『노는 만큼 성공한다』
21세기북스, 김정운
   방학이다. 방학하면 자유, 여행, 휴식이 떠오른다. 모두 여유롭고 평화로운 이미지다. 하지만 현실적인 우리의 방학은 다르다. 학기 중에 구멍 난 학점을 메우기 위한 계절학기는 물론, 취업대란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시작한 토익공부와 공모전, 부모님의 등골을 빼먹지 않기 위해 시작한 아르바이트까지 쉴 틈이 없다. 
   방학은 한자로 放(놓을 방)에 學(배울 학), 배움을 잠시 놓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공부를 잘하는 우등생부터 공부에 관심이 없는 학생까지 학문의 즐거움보다는 경쟁이라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방학에도 배움을 놓지 못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개인의 선택에서 필수로 변해버린 휴학은 또 어떠한가? 주변의 휴학한 친구들을 둘러보자.  글자 그대로 배움을 쉬고 있는 친구를 본 적이 있는가? 정형화 된 길을 걷던, 자신만의 길을 찾아 걷던 모두 저마다의 미래를 위해 배우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렇게 청춘이라는 자유와 방종의 시간을 자기관리를 통해 인내하며 뚝심 있게 걸어가고 있는 친구들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들의 뚝심에 못 미치는 우리가 그들에게 부러움을 갖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잠시만 솔직한 시간을 가져보자. 우리가 정말 부러워하는, 우리에게 열등감이라는 것을 처음 심어준 친구는 바로 잘 쉬고, 잘 놀면서 공부도 잘 하는 친구였다.
   『노는 만큼 성공한다』에서 저자 김정운 박사는 ‘나는 놈 위에 노는 놈 있다’라며 잘 놀기를 권장한다. 그가 주장하는 잘 놀기는 한국의 폭탄주, 룸살롱, 노래방 따위의 유흥문화가 아니라‘휴테크(休-tech)’이다. 휴테크의 본질은 ‘무뎌진 도끼날을 정기적으로 가는 것’이다. 쉬지 않고 나무를 베면 단기적인 성과는 클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한국의 대표적인 휴식문화로 둔갑한 왜곡된 유흥문화가 오히려 일상의 균형을 깨뜨리며 이것은 장기적으로 사회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말한다. 이어서 그는 잘 놀기, 즉 휴테크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일상에서 변화를 꾀하는 일이라 주장한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도 일상의 변화가 될 수 있고, 자신과 다른 가치관과 다른 경험을 가진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일, 자기와는 맞지 않다고 선부터 그어 버린 여러 가지 취미를 가지는 일, 심지어 시간을 쪼개어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변화를 꾀하는 것이라 수 있다. 이러한 소소한 변화들은 일상에 갇혀 버린 사고에 혁신과 창의의 불을 지피고 자신의 일에 집중과 몰입을 높여주는 진정한 휴테크의 기능으로써의 휴식을 제고한다.
   “다른 건 다 가르쳐놓고 왜 쉬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느냐? 골프에 지쳤다. 이제 골프에서 잠시 빠져 나오고 싶다. 나는 골프 말고 다른 일상생활을 즐기는 게 필요하다.” 15년 동안 오로지 골프에만 둘러싸여 화려한 골프여왕으로 등극한 모 프로골퍼가 최근 부진에 빠져 아버지에게 한 항의의 말이다.  책에서 저자가 제시한 이 사례는 그 어떠한 말보다 휴식의 중요성을 가슴으로 느끼게 해준다.
   토익 900점,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 공모전 우승 따위의 열정적인 계획 역시 응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번 방학에는 이러한 공부계획에 앞서 균형 있는 휴식계획을 먼저 짜보기를 소망한다.          

                          

박세윤 기자  tpdbs990@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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