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의 스마트폰 생활을 진단하다

 

   아파트마다 초고속 광랜을 앞다퉈 깔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엔 너도 나도 초고속 광랜을 깔기 위해 통신사로 전화를 거는 일이 잦았다. 1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난 지금 어느덧 LTE를 논하는 시대가 왔다. 그러나 빨라진 건 기술뿐만이 아니다. 갓난아이들도 스마트폰을 장난감처럼 갖고 노는 시대가 온 것이다. 세상이 이렇다보니 스마트폰은 우리와 너무도 각별한 관계가 돼버렸다. 스마트폰이 자연스레 일상의 일부가 된 지금 우리가 놓치고 가는 것은 없는지 스마트폰 생활 습관을 진단해보자.

   넓고 빠르게 퍼지는 스마트폰 ‘중독’
   아침에 일어나 눈을 떠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스마트폰이다. 지난 밤 사이 내게 온 메신저는 없는지, SNS에 누군가 담벼락을 남기진 않았을지. 졸린 눈을 비비며 좁은 스마트폰 화면을 샅샅이 찾고 또 찾게 된다. 아침뿐이랴. 수업시간에도 막간의 휴식이 주어지면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으로 손길이 가있다. 밥을 먹을 때도 길을 걸을 때도 스마트폰과 일심동체인 듯 한사코 떨어지기를 거부한다.
   그러나 이런 보편적인, 누구에게나 해당할 법한 이야기는 자칫 중독이라는 무서운 ‘병’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중독은 말 그대로 서서히 몸 안으로 독이 퍼지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스마트폰·인터넷·게임과 같은 정신적 중독은 일종의 습관성 중독으로 심리적 의존을 위해 계속해서 물질을 찾게 되고, 신체적·정신적 건강까지 해치는 상태에 이르게 한다. 대전 인터넷중독대응센터 노지정 소장은 “개인마다 특성이 달라 중독에 걸리는 이유는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 무언가 본인이 해결하지 못한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계속해서 특정한 대상을 찾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리적으로 특정 대상에 의존하는 일은 긴장과 감정적 불편을 해소하고 자신을 편안한 상태로 만들어 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속적이고 습관적인 강박상태에 빠지게 될 때 병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자가진단을 통한 스마트폰 중독검사
   우리학교 학우들이라고 이런 상황에서 예외일까. 실제로 스마트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고민을 갖고 있던 A(남·25)학우를 만나 그가 겪고 있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A학우는 평소에도 스마트폰을 무의식적으로 보는 것이 습관이 된지 오래다. 그는 “스마트폰을 손에 잡고 있지 않을 때는 문자, 카톡, 전화 등이 오면 어떻게든 확인할 수 있게 진동이나 벨소리로 알림음을 바꿔 놓는다”고 말했다. 이런 그의 끝없는 눈길은 연락이 오지 않아도 온 것 같은 느낌까지 들게 해 계속해서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습관까지 만들어버렸다. 그는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하고부터는 깜빡잊는 일도 늘어나 친구 집에 방문할 때는 무엇이든 하나는 놓고 온다”고 말했다. 손에 닿지 않는 상태에서 스마트폰을 충전할 경우 불안한 느낌이 드는 그는 ‘누가 내 핸드폰 볼까, 알람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봐’ 등의 걱정으로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이런 그의 사례는 누구나 공감할 법한 이야기일 수 있다.
   A학우와 함께 충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윤오 교수를 찾아가 스마트폰 중독에 관한 내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신윤오 교수는 소아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현재 충남대병원에서 정신건강 진료를 담당하고 있다. A학우를 처음 본 신 교수의 첫 마디는 “확인을 많이 하는가? 불안한가?”였다. 신 교수는 “본인이 계속해서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찾게 되는 것은 일종의 불안증상”이라며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미칠 만큼 생활자체가 안될 경우는 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A학우의 경우 스마트폰이 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큰 지장을 주고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신 교수는 “(A학우의 경우) 중독인 상황까지는 아니다. 단순히 개인이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시간을 할애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중독에 걸린 환자들의 경우 대화 자체가 불가능하며 시도 때도 없이 스마트폰을 하는 증상을 겪고 있다. 신 교수는 “스마트폰을 지나치게 자주 사용하면 일상생활에 신체적인 피해까지 입힐 수 있다”며 “우선 지나친 음악감상은 2차적인 청력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고 스마트폰에  몰두하며 길을 걸을 경우 교통사고까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스마트폰 중독은 ‘디지털 치매’로까지 악화될 위험성이 있다. 디지털 기기의 생활화는 잦은 건망증과 함께 기억력과 계산 능력을 저하시키고 결국 전자파에 장시간 노출된 신경세포가 변질돼 치매원인 물질을 30% 증가시킨다. 단순한 하루 일과의 시작이 때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는 것이다.

   절제의 중용이 때론 ‘미덕’
   A학우에게 스마트폰중독 자가진단을 실시한 결과 잠재적 위험 사용자군에 해당했다. 그러나 고위험 사용자군에 해당하는 경우와 아주 근소한 점수 차가 났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중독이라는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는 A학우와 같은 경우는 어떤 처방이 필요할까. 신윤오 교수는 “스마트폰에서 헤어 나오려면 이를 대체할만한 취미생활을 가져야 한다”며 “스포츠가 됐건, 문화생활이 됐건 건전한 취미생활을 찾아 스스로 스마트폰 사용을 줄여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가장 맞는 활동을 찾고 조금씩 스마트폰에 쓰던 시간을 다른 활동에 할애하다 보면 그동안의 스마트폰 사용습관이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신 교수는 “스마트폰은 본래 시간을 단축해 정보를 획득하고 사회를 활성화시키려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본래의 목적을 잃은 채 사회병리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본인이 자기 스스로 절제하려는 노력과 관리가 있어야 가치 있는 스마트폰 사용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당장 스마트폰을 쓸 수 없다고 생각해보자. 가족과 친구와도 연락할 수 없는 상황이 마치 고립감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스마트폰에 푹 빠진 자신이, 자신을 고립시키고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수민 기자
brightid@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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