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연기·수정 제시… 실효성 논란으로 얼룩져

 

 

   ‘신뢰와 원칙의 정치인’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지난 대선에 출마한 박근혜 대통령은 65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기초연금을 월 2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일명 ‘기초연금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는 사과와 함께 기초연금공약을 65세 이상 국민 중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국민연금과 연계해 월 10~2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수정했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는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지원 수정 등 잇따른 공약파기로 뭇매를 맞고 있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웠던 대학생을 비롯한 20대를 위한 청년 공약은 공약 파기 속에서 잘 지켜지고 있는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당시 내세운 대표적인 청년공약 4가지의 진행 상황을 알아봤다.

 

 ① 빠듯한 예산 이유로
   
····1년 연기된 반값등록금 정책

   반값등록금 제도는 대선 토론에서도 논란이 됐던 공약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소득연계 맞춤형 반값등록금’ 이라는 이름으로 선별적 복지에 기초한 반값등록금 공약을 제시했다. 당시의 공약은 총 등록금을 14조원으로 예상하고 정부가 4조, 대학이 3조, 학생이 7조를 부담하기로 한 것이며 ▲소득 1~2분위(하위20%) 등록금 전액 무상지원 ▲소득 3~4분위(하위 21~40%) 75% 지원 ▲소득 5~7분위(하위 41~70%) 50% 지원의 내용을 담고 있다.
   원래 박근혜 정부는 이를 내년까지 시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4년 예산안에 따르면 현 국가장학금 예산은 3조 1850억 원으로 반값등록금 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4조 원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또한 ‘소득연계 맞춤형 반값등록금’의 취지에 따라 국가장학금 최고 금액을 450만원에서 더 늘리기로 했으나 내년 예산안에 책정된 국가장학금 최고 금액은 여전히 450만원이다. 반값등록금 정책은 2014년 완료하기로 한 공약이었으나 결국 예산 부족을 이유로 2015년으로 연기됐다. 박철현(동물자원생명과학·1) 학우는 “반값등록금 정책이 실질적으로 어렵다는데 유감이다. 대학 등록금은 학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중요한 사안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을 통해 국민과 약속한 만큼, 하루빨리 정책이 자리 잡아 대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 관계자는 “공약대로 진행이 안 되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예산을 점점 확보해서 금액이 늘어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확답을 드리기는 어렵지만 내년에는 예산을 확보해서 반값등록금을 안정시키려고 노력 중이다. 또한 현재 국가장학금제도도 금액과 지원대상이 모두 늘어 가고 있다. 저소득계층부터 차상위계층, 1, 2, 3분위 순서로 조금씩 금액을 늘려 가고 있으며 국가장학금 수혜 대상범위도 소득 7분위에서 8분위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② 부지선정부터 난항 겪는 
    
····행복주택건설

   ‘행복주택건설’ 공약은 박근혜 대통령의 주거 복지분야 핵심공약이다. 철도부지나 역사, 유수지 등 유휴 국·공유지 위에 인공 대지를 조성해 대학생 뿐만 아니라 신혼부부와 노인가구를 대상으로 임대 주택과 기숙사 등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2017년까지 약 20만 가구 건설을 계획했으며, 올해 시범지구 5곳에 1만 가구를 건설할 예정이었다. 또한 주택 건설뿐만 아니라 문화시설이나 복지시설 등을 함께 개발하는 복합개발을 표방했다.
   그러나 2013년이 두 달 남짓 남았음에도, 행복주택건설 사업은 아직 착공도 못한 상태다. 7곳에 부지를 선정했지만 서울 오류지구와 가좌지구를 제외한 5개 부지에서는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안산시 고잔지구 근처에 거주하는 주민 최 모씨(46)는 “고잔지구에 행복주택을 짓는 것이 달갑지 않다. 철도부지 위에 임대주택을 짓는다고 하니 소음 공해 문제는 물론 주변 환경이 파괴될까 우려된다”며 “주민공청회에서도 주민들이 행복주택 건설 반대 의사표시를 충분히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1차 시범지구 선정에서 차질이 생기면서 2차 지구 발표도 당초 10월에서 올해 말로 미뤄졌다. 전문가들은 행복주택건설 사업이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었다며 이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공약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행복주택건설 공약을 수립할 때부터 현실적인 문제가 많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지적한 바 있다. 행복주택건설의 취지 자체는 좋지만 입지 부지 선정에서도 주민들의 반발로 추진이 원활하지 않고 철도부지 소음 문제, 공사비용 문제, 실질적인 입주자 부담 비용 문제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어 현재 원안대로 가기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에 국토교통부 공공주택개발과 관계자는 “오류 및 가좌지구는 현재 여러 가지 설계 대안을 검토 중에 있으며, 행복주택 건설에 사용되는 철도부지 점용료 등을 감면하기 위하여 제도 개선을 추진 중” 이라며 “예정대로 연내 착공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며, 도심 내 국·공유지 등을 활용해 행복주택 20만호 공급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라고 말했다.
 

③ 실효성 논란의 중심에 선
   
····‘스펙 없는 사회’

   본지 1062호 에서는 스펙 없는 사회의 가능성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대선 당시에는 과도한 취업경쟁으로 인한 스펙 쌓기가 문제로 대두되면서 ‘스펙 없는 사회’가 큰 이슈였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은 청년층의 취업을 위한 직업 능력 개발을 지원하고 학벌 사회를 타파하며 능력중심의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직무능력평가제, 스펙초월청년취업센터, K-move 해외취업지원 등을 도입했다.
   다른 복지 정책에 비하면 취업 부문 공약은 사업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는 면에서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효성 논란을 피해가지는 못하고 있다. 현재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만들어 공공기관에 우선 도입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2014년까지 827개의 국가직무능력표준을 만들 계획이며,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4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국가직무능력 표준 구축에 대한 예산을 24억에서 424억으로 확대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측은 지난 6월 NCS 관련기관 협약식을 맺으며 “1차 개발대상 표준 개발이 일정대로 정상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2차 개발대상 표준의 개발기관 선정 및 개발진 구성이 완료됨에 따라 새 정부 핵심 국정과제인 국가직무능력 표준 구축의 첫걸음이 완성된 것이다. 향후 하나의 NCS당 11명의 전문가가 개발에 참여하여 금년 12월 6일까지 표준 개발이 완료될 예정이다. 또한 2차 개발기관 결정으로 금년도 개발목표인 250개 표준 중 242개 표준에 대한 개발 기관이 확정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기업 이외의 기업이 실제로 이를 도입할지, 어떤 방식으로 도입할 지는 밝혀진 바가 없다.
   스펙초월청년취업센터는 현재 ‘스펙초월 멘토스쿨’로 운영되고 있으며 학력, 자격증, 토익점수 등 스펙을 초월하며 열정과 끼만으로 대상자를 선별하고 멘토들이 현장 맞춤형 훈련을 제공한다는 취지이다. ‘스펙초월 멘토스쿨’은 고용노동부와 한국인력산업공단에서 만 34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맞춤형 멘토링 등 실무 교육을 거쳐 취업으로 연계하는 프로그램으로,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4년도 예산안에서 47억 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올해는 8개 스쿨, 각 30명씩 총 240명을 선발해 시범적으로 운영한 뒤 내년에는 20개 스쿨, 1000명으로 사업을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아직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하기에는 이르다. 고용노동부 청년노동기획과 관계자는 “스펙초월 멘토스쿨은 올해 7월 말부터 시작돼 멘토링을 처음 시행했고 현재 멘토링이 끝나는 단계이다. 내년부터 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④ 소리 없이 사라진
    
····군복무기간 단축

   군복무기간 단축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방분야 공약 중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사안이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많은 남학생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하사관 증원 등을 통해 병사 군복무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할 계획”이라며 사병 군복무기간을 기존 21개월에서 18개월로 줄일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군복무기간 단축 공약에는 애초부터 잡음이 있었다. 공약이 제시됐을 당시 국방부는 “병력 부족 등의 문제가 예상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공약의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지난 2월 대통령직 인수위는 군복무기간 단축 사항을 중장기 과제로 분류했으며 지난 4월 김관진 국방부장관 역시 “군 복무기간 단축은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중기’는 5년, ‘장기’는 5년 이상을 뜻하는 것으로 군 복무기간 단축 공약을 시행하려면 5년 이상이 걸린다는 것이다. 즉 현 상황대로라면 박근혜 대통령 임기 내에 군복무기간 단축 공약을 이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당장 군복무 기간을 단축해 버리면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병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중장기적으로 단축해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단축되기 위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국정과제 이행현황에서 군복무기간 단축 공약이 아예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박근혜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 발표는 없는 상태다. 군복무기간 단축 공약은 대선을 이틀 앞두고 등장한 공약이다. 일부에서 ‘청년 표심을 얻으려 급하게 만든 현실성 없는 공약’ 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허윤석(사학과·1) 학우는 “군 복무기간을 쉽게 축소할 수 없다는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공약은 국민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단순히 표를 얻고자 공수표를 남발했을 것이라 믿지 않는다. 국민과 국가 간의 신뢰도 회복을 위해서라도 공약을 지키기 바란다”고 말했다.

    청년복지공약을 비롯해 기초연금, 장애인 복지 공약 등 상당수 공약을 파기한 박근혜 정부에 대한 국민적인 신뢰도는 점차 추락하고 있다. ‘공약 현실화’ 라는 명분으로 공약 자체를 수정하는 것은 정부에 흠집을 내는 일이자 국민 우롱이다. ‘공약 현실화’ 의 가장 큰 이유는 국가예산 수입, 지출간의 균형을 의미하는 재정건전성 추구라고 한다. 과연 재정건전성 추구와 복지정책 시행은 동시에 이루어질 수 없는 이상일까. 공약파기는 단순히 사과만으로 넘어가서는 안 될 일이다. 약속을 했으면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는 건 어린아이도 아는 사실이다. 특히 그 상대가 국민과 국가라면 말이다.

최유림 기자
 hahayoorim@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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