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국정감사 '스타' 정세은 교수(경제학과)를 만나다

 

 

    지난달 16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의 ‘스타’는 내로라하는 여야 의원들도 현오석 경제부총리도 아닌 40대의 젊은 여교수였다. 막말과 고성, 그리고 실언이 오고가는 혼란스러운 국감장에서 논리정연하고 소신있는 발언을 한 정세은 교수의 독야청청한 모습은 여러 언론의 미담이 되고 있다. 우리학교 경제학과 정세은 교수를 만나 국정감사에 관한 에피소드와 정부의 경제 및 복지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1. 최근 국정감사 후 ‘국감스타’로 떠오르며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는데, 국감 후 달라진 주위의 반응, 혹은 유명세를 느끼는지? 
   정 교수: 유명세까지는 아니다. 굳이 얘기하자면 오랫동안 연락이 두절됐던 후배에게 “누님, 신문에서 보았습니다. 멋있습니다”라고 갑자기 문자가 왔다.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연락하고 지내던 후배들에게 내가 그 후배랑 친했는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물어물어 간신히 기억을 더듬었다. 그리고 다음날에는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국정감사에 관한 인터뷰 요청이 왔다. 언론의 파급력을 조금 맛봤다.

   Q2.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 참여한 계기와 국정감사 기간 동안 있었던 에피소드는?
   정 교수: 국정감사의 참고인으로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예전부터 참여연대,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같은 단체에서 경제 및 복지에 관한 정책자문 활동을 계속해왔고, 그러한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이번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 참여했다. 이번 국정감사는 공교롭게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리는 첫 국정감사였다.
   보통의 경우 참고인은 자신을 부른 국회의원과 함께 예상질문과 예상답변을 철저하게 준비한다. 감사가 시작되기 전 회의장 곳곳에서 열심히 모범답안을 되뇌는 풍경을 볼 수 있다. 나는 민주당 김현미 의원의 참고인으로 나갔는데, 부득이하게 김 의원을 한 번도 만나지 못해 질의응답의 방향을 설정하지 못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국정감사 도중에 김 의원이 아닌 민주당의 이용섭 의원이 나를 참고인으로 불렀다. 옆에 있던 다른 참고인과 얘기하던 중, 벗어둔 외투를 황급히 걸치고 참고인석으로 향했다. 다행히도 이 의원의 답변에 수월히 응했고, 뒤이은 여러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도 만족스럽게 답변했다. 

   Q3. 진정한 복지란 무엇인가?
   정 교수: 보편적 복지다. 보편적 복지는 선별적 복지의 반대개념으로 중학교까지 이뤄지는 의무교육을 그 사례로 들 수 있다. 나 또한 여러 복지혜택의 도움으로 학창시절을 보냈다. 어렸을 때 가정환경이 넉넉하지 않아 고등학교 시절에는 미국의 대학생들이 공동으로 모금한 장학금을 받았고, 대학교 역시 여러 장학금으로 학업을 이어나갔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프랑스로 유학을 가게 되었는데, 이 때 역시 프랑스 정부의 장학생으로 선정되어 학비 외에도 생활 장학금혜택을 받았다. 물론 공부를 성실히 하기도 했지만 이러한 복지혜택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4. 왜 보편적 복지가 진정한 복지라고 생각하는가?
   정 교수: 보편적 복지는 말 그대로 누구에게나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혹자는 “소득이 많은 사람이 왜 복지를 받아야 하는가? 소득이 적은 사람만이 복지 혜택의 대상이다”라고 반문한다. 하지만 소득의 많고 적음의 기준을 판단하는 것은 모호하다. 예를 들어 A라는 복지혜택은 연 소득 2000만원 이하의 사람만 받게 된다고 가정해보자. 연  소득이 2001만원인 사람은 불만이 생길 것이다.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기준을 조절한다면 그 혜택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의 불만 역시 끊이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 화합과 행복을 증진하기 위해 실시한 복지정책이 역으로 국민의 불만과 분열을 부를 수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원을 지급한다는 공약을 제시했으나 얼마전 대선 공약보다 대폭 후퇴한 65세 이상 중 소득 하위 70% 이내에서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차등지급을 한다는 내용의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많은 어르신들이 뿔나신 것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Q5. 진정한 복지국가를 위한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증세를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들은 증세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데 무엇이 원인이라고 생각하는가?
   정 교수: 평균적으로 한국 사람은 가난하지 않다. 오히려 부유하다면 부유하다고 말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1인당 GDP는 약 2300만원으로 부부와 아이 한명이 있는 가족의 연소득은 약 70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빈부의 격차가 심해질수록 평균의 의미는 퇴색한다. 한국사회에서 평균소득의 의미는 갈수록 퇴색하는 것 같다. 며칠 전 생활고와 회사의 부당함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기업 서비스센터 직원을 보면서 복지국가를 위한 재정확보의 시급함을 다시금 느꼈다. 소득이 많은 사람이나 기업에게 많은 세금을 걷는 상식수준의 일이 여러 이유로 미뤄져 왔다. 국민들이 현재 조세 구조가 불공평하다고 느끼고 증세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덧붙이자면 소득세와 더불어 법인세 역시 늘려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이 가져가는 소득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Q6. 그렇다면 복지정책의 실시가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는가?
   정 교수: ‘복지정책은 경제 활성화 효과를 가져온다’. 내가 이번 국정감사에서 피력한 말이다. 먼저 빚을 내서 복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세금을 더 걷어서 복지를 하기 때문에 국가부채가 늘어날 이유가 없다.
 일반적으로 고소득층은 소득에서 생활비를 제외한 여윳돈을 저축하거나 부동산 등을 매입하는데 쓴다. 반면 저소득층의 소득은 생활비조차도 충당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모두 소비에 적극적이지 않다면 경제는 침체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소득불안정-소비감소-경기침체 악순환의 해결책이 바로 복지라고 생각한다. 복지를 통한 소득분배는 저소득층의 소비를 유도하여 경제가 활성화되고 그 결과 기업이 성장하는 선순환으로 변화하는 첫 걸음이다. 이렇듯 복지를 통해 내수시장의 규모를 늘릴 수 있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투자위주의 경제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대기업이 수출을 해야 경제 규모가 커지고 그 혜택이 국민 전체에게 제공된다는 논리다. 우리나라의 수출은 외환위기 이후 항상 호조였다. 또 얼마 전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처음으로 일본을 추월하기도 했다.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이제는 서민들도 그 혜택을 맛 볼 때가 되었다. 그러나 극소수만이 질리도록 맛보고 있고, 대다수 국민의 삶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

   Q7. 올 연말 국가부채는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하고, 전문가들은 빚더미 공화국으로 전락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2의 IMF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가?
   정 교수: 제2의 IMF사태는 발생할리 없다. 1997년에 있었던 IMF사태는 외환보유고의 문제로 발생한 것이고, 현 정부의 부채는 국내부채 위주다. 성격이 다르다. 또 국가부채 1000조원 중 400조원 정도는 공무원과 군인 등의 연금, 즉 미래의 부채까지 합산한 것이다. 다만 지난 이명박 정부 때 빚이 300조에서 450조 가까이 늘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150조원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300조에서 600조까지 부채가 증가하는 것은 우려할 만하다. 이러한 원인은 지난 정부의 감세정책에 있다고 본다. 정부는 감세정책을 통해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하여 경제성장을 도모하려 했다. 경제성장을 이루면 자연히 그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가는 낙수효과를 바란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그토록 바라던 낙수효과는 없었다. 경제성장을 위한 1~2년 정도의 적자재정은 큰 문제가 없지만 5~6년 이상 적자재정이 계속되고 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상당히 불길한 신호다. 정부는 감세정책이 효과가 없음을 시인하고 증세를 통해 국가부채를 막아야 한다.

   Q8. 끝으로 우리학교 제자들에게 인생의 선배로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정 교수: 요새 서점가에 보면 ‘이 나이대에는 무엇을 해야 하고 이 나이대에는 이런 일을 해라’ 식의 책이 매우 많다. 타인이 설정한 잣대로 젊은이들의 성공과 실패를 논하는 것이다. 나는 우리학교 학생들이 이러한 세태에서 벗어나 타인의 시선에 초연하고 자유로워졌으면 한다. 떨어진 운동화를 신고 다니더라도 당당할 수 있는 강한 자존감으로 세상에 나아가는 충남대 학생들이 됐으면 좋겠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서재에 있는 책 중 대학생이 읽을 만한 책 한권을 추천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그는 수많은 책 중에서 ‘복지국가혁명’이라는 책을 자신있게 꺼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와 비슷한 내용의 책이라 내심 당황했지만, 이내 그의 복지국가에 대한 진정한 열망을 느꼈다. 그의 가치관과 주장이 실현된 복지사회는 어떤 모습일지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글 / 박세윤 기자 tpdbs990@cnu.ac.kr
사진 / 사진부 양희원 기자 hwyang@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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