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시된 기술은 교학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실린 내용이다. 학창시절로 돌아가 다음 역사적 사실을 보고 T/F(True or False)를 표시해보자. 그동안 우리가 배워온 역사와 상식 혹은 보편적 가치관에 부합할까?
 1. 일본은 위안부 강제동원을 1944년부터 실시해 이후 2년까지 지속했다. 일부 여성들은 위안부로 희생당했다. 
 2. 일제 식민지 : 자급자족적 경제관념에 변화가 일어나고 더 넓은 시야에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제공되어 사람들의 생활이 바뀌었다. 일제의 식민지 지배가 지속될수록 근대의 시간관념은 한국인에게 점차 수용돼 갔다.
 3. 제주도에서는 4월 3일 남로당의 주도로 총선거에 반대하는 봉기를 일으켜 경찰서와 공공기관을 습격하였다. 이때 많은 경찰들과 우익 인사들이 살해당했다. 이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는 무고한 양민의 희생도 초래됐다.
 4. 5월 18일 광주에서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학생의 시위가 일어났다. 하지만 진압군이 투입되면서 대규모 시위로 번지게 되었다.  충돌은 유혈화 되었고 시위대의 일부가 무장을 하고 도청을 점거했다.

 1) [축소, 은폐] 일본이 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1930년부터 해왔음에도 1944년 이후 2년까지만 하였다고 축소 은폐 되어있고 위안부의 참상을 알리는 기술은 미미하다.
 2) 식민통치 때문에 우리나라가 근대화됐다고 친일 미화하고 있음
 3) [비문, 사실오류, 편파해석] 제주4·3 사건은 1947년 3·1절에 발포한 사건을 계기로 격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특히 미군정과 경찰 우익세력의 대응 방식이 주요 요인이었다. 4·3 사건을 4·3 봉기로 축소하고, 일부만 희생된 것으로 서술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과잉진압으로 수 만 명의 제주도민들이 희생된 것으로 밝혀졌다.
 4) [축소] 공수부대의 폭력적인 시위 진압, 도청 앞에서 이루어진 계엄군의 대대적인 발포 등 당시 신군부와 계엄군이 자행한 폭력을 명확하게 서술하지 않았음. 반면 시위대의 폭력행사만 부각시키고 있는데 시위대가 무장을 하고 도청을 점거한 것은 계엄군이 시위대에 대대적인 총격을 가한 이후에 발생한 것임
 


   교학사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이후 교학사 교과서)를 놓고 여지저기 비판의 소리가 뜨겁다. 공주대 역사교육과 동문들은 이 교과서의 저자로 참여한 이명희 교수에게 ‘학교를 떠나라’는 사퇴요구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 한국역사연구회, 역사문제연구소, 민족문제연구소, 역사학 연구소의 역사학자들이 교학사 교과서를 검토한 결과 심각하고 편파적인 오류내용이 298건, 수정권고는 무려 479건에 달한다. 인터넷에 올라온 교학사 교과서의 내용을 확인한 강현규(경영·3) 학우는 “이 나라가 역사를 어떻게 하려고 하나. 너무 유치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며 “어떻게 독재자가 건국의 아버지가 되고, 독립운동가가 테러리스트가 되는 이런 쓰레기 같은 교과서 가 나올 수 있나”라며 허심한 웃음을 지었다. 교학사에서 이승만이 건국의 영웅으로 자주 등장하며, 김구를 테러리스트처럼 표현한 부분을 꼬집은 것이다. 

   친일미화 : 식민지 근대화론
   교학사 교과서에서와 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소위 뉴라이트라 칭하며 교학사 교과서를 뉴라이트 교과서라고 평가한다. 이 교과서를 만든 한국사학회도 ‘뉴라이트 역사관’을 가지고 있다. 우리학교 김상기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역사의 뉴라이트적 인식은 친일적이고 친미적인 패러다임이 특징이다. 이들은 대부분 일제강점기 역사에서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며 그에 비해 독립 운동사를 경시 또는 무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식민지 근대화론이란 일제의 식민통치로 한국이 근대화되었다는 것으로, 인간의 기본권 마저 짓밟은 일제의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주장이다. 이 책의 일부는 일본의 관점에서 서술되어 항일의병을 ‘소탕 대상’으로 기술하고 있다. 일본 후소샤 교과서에서도 기술된 관동대지진 시 조선인 피해사실에 대한 기술도 없다. 김 교수는 “일본의 〈산케이신문〉은 교학사 저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칼럼을 내놓았으며, 한국판 후쇼샤 교과서라고 찬사하고 있는 것이 교학사 교과서의 성격을 잘 알려준다”고 설명한다.
   또한 교학사 교과서는 친일파였던 장덕수, 김성수, 최남선의 친일 행위는 누락하거나 합리화했다. 친일 문학자인 최남선의 경우 그 공과 과를 따져보고 오늘날의 상훈법에 따라 포상한다면 어떤 상을 수여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질문하고 있다.

과거의 범죄를 단죄하지 않는 것은 
 미래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이다 -알베르 까뮈

   독재미화 : 민주화·통일 운동 내용 축소 삭제
   지난 9월 교학사 교과서 출판에 반대하면서 시민사회학계 단체들이 모여 출범한 ‘친일독재 미화 뉴라이트 한국사 교과서 무효화 국민네트워크’는 “교학사 교과서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일제의 신민지 근대화, 남한 단독정부 수립, 5·16 군사 쿠데타와 유신체제에서 찾으려고 함으로써, 헌법이 제시하는 역사적 규범 기준인 독립운동 정신, 반독재 민주화운동 정신, 평화통일 정신마저 부정하고 있다”며 교학사 교과서의 보편성 결여를 비판했다.
   실제 교과서에서는 미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그 과정에서 이승만의 업적을 높이 평가해 비정상적으로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안창호는 교과서에서 찾아 볼 수 없으며 신채호는 무시되고 있다. 5·18이나 4·3사건과 같은 잘못된 공권력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에 대해서는 시민들의 폭력에 가깝게 설명하고 있고 공권력을 이용한 과도한 진압은 아예 내용에서 삭제됐다.
   노태우, 전두환 두 전직 대통령의 재판, 군사반란과 뇌물 수수죄로 받은 재판과 처벌도 빠져 버렸다. 또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혁명 공약에서 ‘양심적 정치인에게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약속한 부분이 삭제되고 오히려 왜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잡을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설명이 실렸다. 감추어야 할 부분을 누락시킨 것만이 다가 아니다. 이후 대통령 김대중의 노벨평화상 수상도 내용에 없다.
   이에 대해 대전 민족문제연구소 이순옥 지부장은 “외세가 침입해 백성을 수탈할 때 저항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들을 도와주고 이익을 챙긴 매국노들이 이제와서 그 행동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한 것이라고 뻔뻔하게 말한다”며 “나라가 제대로 가고 있다면 어떻게 감히 친일파의 후손이 고개를 쳐들고 권력을 휘두르며 적반하장의 행태를 벌일 수 있냐”며 격분을 쏟는다.

   역사적 사건과 정치 관계
   “역사적인 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그에 대한 국내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더불어 주변 정세를 살피는 교육이 바람직하다”는 이순옥 지부장의 말처럼 역사와 정치적 이해관계는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교학사는 우편향이고 다른 교과서는 좌편향이라고 하여 좌우 이념의 대립으로 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상기 교수는 “교학사판 한국사 교과서 문제는 좌편향 우편향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역사적 사실 자체를 ‘있는 그대로’ 교육해야 하는 역사학의 근본문제와 관련된다”고 말한다.
   인터넷에 있는 문서와 사진을 무단 도용하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조차 왜곡한 이러한 교과서가 출판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교학사 판 한국사를 만든 한국 현대사학회는 한국사 전공자가 현대사 몇 명에 불과하고, 활동도 별로 없는 한국사학계는 생소한 단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졸속으로 만든 이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국가라는 절대 권력이 교육현장에 지나치게 간섭하기 때문”이라 말한다. 또한 김 교수는 “정부는 역사 교과서의 검정제도를 악용하여 미래를 장악하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역사를 살아가고 있고 수많은 과거와 현재의 역사적 사실을 접한다. 역사 관련 교양수업도 여럿이고 매 수업 마다 그 분야의 역사에 대해서 공부한다. 정리되고 합의된 역사도 있고 여전히 논쟁적인 역사도 있다. 뉴라이트 교과서 논쟁이 궁금하다면 이달 28일 사회대에서 열리는 강연에 찾아가보는 것도 좋겠다. 논쟁의 역사 가운데서 대전 민족문제연구소 지부장이 전하는 명언을 생각한다. “과거의 범죄를 단죄하지 않는 것은 미래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이다”(알베르 까뮈).
 

주무늬  대학원생 기자
 snowmoon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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