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두얼굴

  『평화가 성전이 무너지고 있다.』
  이는 평화방송사태에 대한 각계의 개탄의 목소리이다.
  우리나라 언론이 정권의 손안에 있다는 것은 세살짜리 코흘리개도 인정을 하는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것은 너무한다.
  작년 『국민 여러분 좀더 힘을 보태 주십시오』라는 KBS의 외침이 아직도 귀에 쟁쟁한데 서기원 사장은 정부의 사표반려 속에서 아직도 사장자리를 부여잡고 있는 이 아득한 방송 민주화의 현실.
  그속에서 우리는 또다른 KBS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평화방송사 사장인 조덕현 신부에게 간곡히 외쳤던 평화방송 어느사원의 말처럼 세상에 신부가 신자를 고발했다는 이야기는 고금을 통털어 들은 바가 없다.
  삼한시대에 죄를 저지른자가 신성한 지역에 들어오면 군졸들이 들어와서 잡아가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수녀원에서 범죄자를 숨겨주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신자를 고발하는 신부가 있다는 사실은 듣지 못했다.
  조덕현신부가 추구하는 「맑은 소리」「밝은 세상」은 과연 어떠한 세상인가. 신부인 시장이 공권력을 요청해서 신자인 사원들을 짓밟고, 구타해서 굴비두룸 엮듯 줄줄이 구타해서 굴비두름 엮을 줄줄이 끌려가는 세상을 말하는가.
  작년 KBS노조의 방송민주화투쟁을 지지하고 협조해주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신자를 고발한 신부의 모습은 우리에게 평화의 두얼굴을 느끼게 하고 있다.
  1988년 필리핀 2월 민중혁명 당시 마르코스 독재정권하에서 유일하게 아키노 피살사건의 진상을 용기있게 보도, 마르코스 정권을 붕괴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라디오 베리타스」 역시 천주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종교방송이었다.
  「라디오 베리타스」는 이러한 강도 높은 비판으로 대통령 언론 담당관들에게 경고를 받고, 광고주들은 광고를 철회하는등 실질적인 압박에 시달리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독재치하에서 시달림을 받고 있던 필리핀 민중들은 용기있는 방송에 대한 열화같은 성원과 지지를 내주었고, 마침내 그들은 2월혁명을 완수했던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맑은 소리, 밝은세상은 정권의 앵무새가 노래하는 세상이 아니다.
  KBS의 방송민주화가 정권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우리는 지금 평화방송 사태는 우리에게 또 하나의 정권 앵무새가 탄생하고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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