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음식 먹으며 떠올려서 안 될 것

사진출처: 左미나미의 오후, 中정민지민의아빠의 재밌는 세상이야기, 右 행복하오리
  올해는 유독 꽃샘 추위가 심했다. 심해진 꽃샘추위로 꽃만 늦게 핀 것이 아니라 어획량도 줄었다고 한다. 평년 3분의 1 수준의 어획량에, 잡히는 물고기의 무게도 많이 줄었다고 한다. 원래대로라면 요즘은 꽃게가 맛있을 때이다. 꽃게는 꽃처럼 이쁘다고 꽃게라고 한다는 속설도 있지만 이름의 유래는 곶게이다. 지형에서 곶이라 부르는 곳, 육지에서 바다로 돌출한 지형을 곶이라고 하는데 숙종 때 실학자 이익이 『성호사설』에서 꽃게의 어원을 풀이해 놓았다. “바다에 사는 커다란 게인데 색은 붉고 껍데기에 각이 진 가시가 있다. 세속에서 부르는 이름은 곶해(串蟹), 그러니까 곶게인데 등딱지에 두 개의 꼬챙이(串)처럼 생긴 뿔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봄에는 날씨만 얼어붙었던 것이 아니다. 한반도의 정세도 얼어붙었다. 일촉즉발의 전쟁위기가 한반도를 찾아왔고, 아직도 진행형이다. 우리가 북한 지역의 음식을 떠올리면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냉면이다. 평양냉면, 함흥냉면이 대표적이다. 평양냉면은 물냉면이고 함흥냉면은 양념장을 넣은 비빔냉면이다.
 
  세계적으로 보면 국수를 일부러 차게 만들어 먹는 나라는 드물다고 한다. 일본의 냉소바가 있지만 우리처럼 차갑지는 않다. 냉면은 우리의 고유한 음식이기에 먼 옛날부터 먹었을 것 같지만 역사는 길지 않다. 냉면이 처음 문헌에 나오는 시기는 조선 중기라고 한다. 조선의 문헌에 냉면이라는 이름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18세기 이후부터다. 그리고 당시 냉면은 술먹은 다음날 먹는 해장음식이었다고 한다.
요즘처럼 날이 뜨거워지면 냉면 생각이 나지만 본래는 겨울음식이다. 본디 여름에는 속이 차지기에 찬 음식은 좋지 않다. 요즘처럼 냉동, 냉장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기에 대중적인 여름철 음식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요즘처럼 날이 더워지면 생각나는 음식 중 하나는 미숫가루이다. 어린시절 여름방학이면 어머니께서 얼음을 동동 띄워 타주시는 미숫가루가 별미였다. 미숫가루를 떠올리면 한국전쟁 당시 군인들의 비상식량을 떠올리지만 유래는 더 길다. 실학자 홍만선은 『산림경제』에서 미숫가루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한 번 먹으면 오랜 기간 배가 고프지 않다는 것이 특징인데, 이런 연유로 전투용 비상식량으로 사용되었나 보다. 또 요즘에는 선식이라고 하여 다이어트를 위한 식품으로 많은 이들이 떠올린다. 미숫가루의 다이어트 효능은 조선시대부터 인정받은 셈이다.

  꽃게는 서해 인근 연평도에서 많이 잡힌다. 연평도 부근은 북과 인접해 꽃게잡이 어선이 어획활동을 하다 북과 긴장상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냉면은 한반도 북쪽에서 유명한 음식이다. 여름철이 되면 떠오르는 미숫가루는 한국전쟁을 떠올리게 한다. 음식을 먹으며 내가 살고 있는 국제정치와 정치적 상황이 떠오르는 것은 편안한 일이 아니다. 식탁에서만큼은 평화로워져야 한다. 먹을 땐 개도 건드리지 않는다 하지 않던가. 
 

김선근 대학원생 기자
 kmunj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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