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휴일제가 던지는 몇 가지 논점들

사진 출처: 네이버블로그
  사용자와 근로자, 경제논리와 휴식권의 양보할 수 없는 대립 속에 대체휴일제 도입이 9월 정기국회로 넘겨졌다. 정부가 민간의 자율성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의 뜻을 밝혔고, 이에 당초와는 달리 관공서 등에 우선 적용되는 방향으로 합의됐다. 쉴 것인가, 일할 것인가의 딜레마 속에서 표류하고 있는 대체휴일제는 새 정부 초기, 꽤나 머리 아픈 문제로 자리잡았다.

  대체휴일제, 정말 모두의 복지일까
  대체휴일제는 국민들의 휴식권 보장에 대한 논의에서 출발했다. 휴식권이 보장되면 삶의 질이 높아짐과 동시에 업무 생산성 향상이 기대된다는 것이 대체휴일제 도입을 긍정하는 주 논리다. 지난달 2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 1049명을 대상으로 ‘대체휴일제 찬반’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90.8%가 대체휴일제에 찬성했다. 해당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묻자 ‘삶의 질 향상’이 58.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한국노총은 “세계 최장시간 노동 국가인 우리나라의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충분한 휴식과 재충전”이라며 “재계가 대체휴일제 도입으로 발생하는 여러 긍정적인 효과는 도외시한 채 단순 생산성 논리로 반대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역시 “이참에 휴식권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개선되길 바란다”며 “복지가 요구되는 요즘은 얼마나 많이 일하냐가 삶의 질을 결정하는 시대가 아니다. 얼마나 좋은 여건에서 일을 하느냐가 곧 전체 시민의 삶의 질을 결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과연 대체휴일제가 모든 근로자를 위한 참된 복지일지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의문이 제기된다. 비정규직 800만명 시대에, 대체휴일제는 오히려 비정규직에게 휴식권을 보장하기는커녕 업무를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또 기업이 비정규직을 비롯해 시급과 일당을 받는 취약고용계층에서 인건비를 절감할 우려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쉬는 날을 늘리고 줄이고를 논하는 데도 뿌리 깊은 불안한 고용구조 문제가 걸리는 셈이다. 전국사회보험지부 대전충남지회 대전동부분회장 정창규 씨는 “경영자들은 돈과 연결된 생산성만을 생각하고,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위해 경영자와 사측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선진국들은 다 실시하고 있는 것이 대체휴일제”라고 말했다.
  우리학교 경제학과 류동민 교수는 “취약고용계층의 일자리가 위험해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보다 대체휴일제를 실시할 경우 비정규직에게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또 연차휴가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게 하는 근로문화가 대체휴일제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도 등장한다. 우리학교 경영학부 한인수 교수는 “연차휴가제가 존재하지만, 막상 휴가를 내기가 쉽지 않으며 휴가를 쓰지 않으면 현금으로 환급받게 돼 있기에 사람들이 잘 쉬지 않는 것”이라며 “그래서 대체휴일제를 주장하기 전에 연차휴가제부터 보강하라는 목소리가 등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장돼 있는 휴가조차 눈치가 보여 다 쓰지 못하는 우리의 근로환경에서 대체휴일제가 전환점이 될지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뚜껑 열어봐야 알 워크 셰어링 효과
  대체휴일제의 또 다른 기대효과는 일자리 창출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2012년 ‘휴가로 인한 업무 공백은 대체인력 투입으로 최소화함으로써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주요 원인인 업무과다(26.9%), 대체인력 미확보(11.9%)의 문제와 청년 실업 등 고용 문제를 해결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이는 지난 정부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던진 카드인 ‘일자리 나누어 갖기’, 즉 워크 셰어링에 해당하는 논리다.
  하지만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해도 그 범위가 대체휴일제로 인해 활성화가 기대되는 문화, 관광산업에 한정될 것이라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한 교수는 “일자리가 창출되는 방향은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이어야 하고, 어쩔 수 없이 휴일에 계속 일을 해야 하는 사업체의 경우 휴무에 상관없이 기존에 고용돼 있던 근로자들에 의해 가동될 것”이라며 “따라서 일자리 창출 효과는 관광산업에서만 일부 발생하고, 전체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실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당장 필요한 일손을 새로운 고용으로 충원하는 현상이 즉각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는 분석이다. 또한 류 교수는 “장기적으로 본다면 일자리 창출의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현재 대체휴일제를 추진하는 사람들이 당장이라도 우후죽순 일자리가 생겨날 것처럼 말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대체휴일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풍요로운 삶 가운데 여가를 필요로 하게 된 현대인들의 욕구가 반영된 바다. 여전히 우려되는 점들은 있지만, 날짜가 아닌 요일을 휴일로 지정해 국민들의 휴식을 보장하는 몇몇 선진국의 경우를 봤을 때 대체휴일제가 ‘휴일을 늘려 달라’가 아닌 ‘휴일을 돌려 달라’는  목소리라는 것은 타당해 보인다. 또 단순히 빨간 날을 며칠 더 늘리는 제도로 정의되기에는 짚을 구석이 많다는 문제도 상존한다.
  한 교수는 “지금은 열심히 일하는 것 만큼이나 삶의 질과 재충전의 의미가 커진 시대”라며 “휴일을 짜임새 있게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반영해야 하지만, 지금의 경제사정을 비롯한 여러 문제를 고려했을 때 적어도 2~3년의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민진 사회부장
blossomydayz@cnu.ac.kr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