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대학에 과감한 투자를 할때다

  최근 서울의 모 사립대학에서 발생한 재단이사장의 퇴진문제는 이 나라 사학운영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예라 하겠다.
  8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급속한 팽창을 거듭하여 이제 양적으로나 외형상으로 보면 세계 어느 대학들과 비교해도 결코 손색이 없을 만큼 급성장한 것이 사실이다. 외형이 내용을 지배한다는 전래적인 경귀가 있듯이 이처럼 오늘 우리 대학들의 매머드화는 결국 양적 팽창에 비래하는 질적인 내실화를 기약하는 것이겠지만, 문제는 양적인 팽창속도에 비해 질적인 보완대책이 크게 미흡하다는 점에서 오늘의 각 대학이 안고 있는 문제는 매우 심각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경우 오늘의 사학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에서 지적되듯이 학교 재정의 재단지원금이나 국고보조는 거의 무시해도 좋으리라고 미미한 현상이어서 학교의 운영은 거의 재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인건비의 충당에 급급한 각 사립대학의 경우, 외곽시설의 확충과 그에 따른 최신실습 기자재의 확보, 우수한 교수인력의 보강등은 현시점에서 거의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재정적 압박은 비단 사학에만 국한된 것은 결코 아니다. 국가의 재정으로 설립된 지방국립대학의 경우, 사립에 비해 자연 국가의 재정적 지원율이 지극히 높은 것은 사실이나 해마다 국립대학에 지원되는 예산액수를 보면 대학의 외곽시설확충에도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우리 대학의 경우를 보자. 총12 단과대학, 6개 대학원에 학생수만도 2만, 여기에 종사하는 교수 600여명을 포함한 교직원의 수가 무려 2,000여명을 포용하는 매머드 대학이지만 90학년도 순수 국고지원율은 55%에 불과하니 나머지 45%는 자체적으로 조달한 결과를 낳게 했다. 이러한 재정적 형편이기 때문에 내부시설의 확충은 늘어나는 학생수에 크게 미달되어 교수, 학생들의 교육공간의 부족에 대한 불만이 날로 고조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한두개의 특수대학원을 제외하고는 대학원의 전용 강의실마저 거의 확보되어 있지 않고 있어 교수들의 각개인 연구실을 강의실 겸용으로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교수를 보조하는 조교의 경우, 대형학과에 세명, 영세학과에는 한두명 정도가 배정되어 있고 그나마 신설학과에는 한명의 조교도 배정받지 못하고 있다.
  대학의 형편이 이럴진대 고가의 최신 실습기자재의 도입과 안정적인 연구시설여건의 확보는 실로 요원한 것이다.
  여기에 덧붙일 것은 다소 치사한 이야기가 될 것 같지만, 국립대학교 교수에게 지급되는 급료 역시 시내 사립대학의 그것에도 훨씬 못미치는 박봉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교수도 허다하다. 그럼에도 많은 교수들이 이에 대한 불만을 자제하는 것은 터놓고 불평하기가 부끄럽다는 자존심 때문일 것이다.
  이제 21세기를 목전에 둔 마당에 이나라의 장래를 위하여 행정당국에서는 선진국 수준의 대학지원을 과감하게 수행해야 할 것이며 또한 많은 기업인들은 대학에의 과감한 재정투자는 곧 앞으로 자기의 기업에 인적 기술적으로 다시 환수된다는 의식적인 전환을 가져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각대학에서도 학교의 재정문제를 수동적으로 외부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자구책을 과감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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