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경(자치행ㆍ2)

  낮은 곳으로만 흐르지
  하류로 하류로
  단 한 번의 치솟음도 말하지 않고
  바람이 익숙하게 몰아가도
  갈대잎이나 쓸려보내지

  바람때문일까, 새 구름 돌 나무
  무엇때문일가 한 번 쯤
  범람이라도 할 수 있었을텐데
  강바닥 깎아내어 깊이 더해가지

  어쩌면 십 년쯤 전, 江 밖으로
  넘쳐났었던 물, 들과 풀과 태양이
  뱉어내고 찍어내려
  달리고 부대끼다
  겨우 물길 찾아 돌아왔어도 오랜 가뭄
  신열 높았고
  촉수 낮은 전지불처럼 사위어가며 차라리
  단단한 물로 흐르리라 다짐했겠지,
  하지만

  십년을 흐르고도 江은 江이었지 바람까지도
  침식하길 기다리며
  홍수에 물불어도 송아지처럼 침묵하던.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