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모된 작품이 예년에 비해서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는 숫자이지만 그러나 작품 하나하나가 모두 수준급이어서 당선작을 고르기에 당혹스러웠다. 이들 중 <추억속의 안개가 준 교훈>은 철학적 사색이 깃들인 내용을 중후한 문장으로 이끌어나간 점에서 작가 저력이 엿보였으나 다소 작위적이리만큼 안개의 미화, 구성상의 미비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편지> 는 우리에게 편지가 주는 친화력과 위력을 담백한 문장으로 엮어 나간 작품이다. 생활의 여유를 상실해가고 있는 오늘날 편지를 통하여 진솔한 삶을 회복하고자 하는 자신의 절규가 독자의 귀에 따갑게 와 닿는다. 하지만 짧은 글에 많은 예화를 담으려니 다소 나열식에 머문점이 흠으로 남는다. <바나나에 대한 유감>은 내용이나 구성, 문체등에서 나무랄데가 없는 작품이다. 흔히 수필을 일컬어 『무형식의 형식』이라고 하는 바 이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제멋대로 쓰는것이 곧 수필이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객관적인 틀에 얽메이는 글이 아닌 자기형식을 발견하라는 뜻이다. 자기 체질에 맞는 내용을 지닌 형식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그러기에 지극히 어려운 것이다.
  이 <바나나에 대한 유감>은 이런점에서 일단 성공을 거둔 셈이다. 하지만 작품의 전개과정에서 다소의 미숙성이 엿보임을 어쩌랴 계속 정진을 바란다.

  송백헌
  (국문ㆍ교수)

  본인에게 심사대상으로 넘겨진 작품은 50여편에 불과했지만, 본선에 오른 7편의 작품의 수준이 엇비슷해서 당선작을 선정하기가 어려웠다.
  본선에 오른 작품은 크게 두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그 한 유형은 이미지나 시적 기교를 중시하였고, 다른 한 유형은 주제의식의 치밀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할머니」와 「모래別曲」은 서정적인 에스프리가 뛰어나고, 시적 대상을 끈질지게 관찰하는 집념을 보여주나, 생경한 역사의식의 노출로 시적 인식의 약화를 초래했다. 「새는 땅위로 난다」의 경우에는 시를 이끌어가는 역량을 뛰어났지만 부분적으로 의도적인 작위성이 엿보이고, 전체적으로 통일성이 부족하다.
  「눈이 올 것 같은 날에」외 1편은 감각적 이미지의 구사나 시적기교가 다른 응모자들 보다 뛰어나지만, 지나친 기교의 활용으로 시적 에스프리를 저해하고 있다. 「강을 바라보며」는 시적 전개에 무리가 없고 전체적으로 통일성이 있는 작품이다. 시적 기교를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작품내에서 시적 인식을 응축해서 제시한 점이 돋보였다.
  결국 선자는 오랜 고민끝에 「강을 바라보며」를 당선작으로, 시적 역량이 돋보이는 「눈이 올 것 같은 날에」를 가작으로 뽑았다. 본선에 오른 이외의 작품들도 당선작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 수작이었음을 밝히며, 더욱 정진하길 바란다.
  첨가의 말: 당선작과 가작의 제목을 약간 수정하였음

  최원규(국문ㆍ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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