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 시민들의 많은 관심 속에 막을 내린 2003 K리그, 매번 최하위이던 대전은 시즌 초반 상위권을 내달려 막판까지 선전한 끝에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더욱이 지난해 말 해체위기에 놓였던 대전이 올 시즌 홈승률 1위, 홈관중 동원 1위, 주중 최대 관중 동원이라는 성과를 달성하며 인기구단으로 거듭난 것은 프로축구계의 좋은 본보기가 됐다. 그러나 그러한 결과를 얻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대전은 시즌을 앞두고 이렇다할 선수를 보강하지 못했지만 최윤겸 신임 감독을 영입해 스타일의 변화를 꾀한 결과 돌풍의 주역이 됐다. 표면상으로 보면 스타일의 변화가 돌풍의 핵심 같지만 그 돌풍의 한 가운데에는 대전 시민들이 있었다.
 현재 프로 축구는 지역 연고의 지역적 운영 방식 보다는 대기업의 홍보수단으로 축구단이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풍토 속에서 대전은 대기업의 지원이 아닌 계룡건설, 대한통운 등 다섯 개의 기업이 컨소시엄(consortium) 형태로 구단을 창단 하게 되었다. 그런데 지원 기업들이 쓰러짐으로서 계룡건설이 거의 혼자 구단을 책임지는 상황이되었다. 말하자면 지방 중소기업인 계룡건설이 2년 간 대기업 수준으로 구단을운영한 것이다. 당시 대전 시티즌은 가난한 구단이라는 꼬리표를 늘 달고 살았다. 그렇게 진행되면서 계룡건설이 한계를 느끼고 구단 포기 선언을 함과 동시에 대전시티즌을 대전시의 몫으로 돌렸다. 대전시티즌은 말 그대로 해체위기의 순간까지 직면한 것이다. 대전시 측에서는 월드컵 이후 사후 활동 방책을 논의하지 않은 상황에서 관중은 증가하고 있었기에 어떠한 방책이 필요했다.
 이 와중에 지역민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는데 의료, 미용을 비롯해 심마니의 산삼까지 받는 등 모든 분야에서 대전시티즌을 돕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대전시티즌 서포터즈 연합 퍼플크루(purple crew)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학교 송성문(신소재공학부 · 1) 군은 “시민들에게 대전시티즌 해체 반대 서명을 받고, 중소기업을 직접 찾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했다. 또, 대전시티즌의 필요성을 홍보하는 등의 선전활동을 했다”며 “대전시티즌은 시민의 관심 때문에 살아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클럽하우스(선수들이 묶고, 합숙하며 여가활동을 즐기는 곳 )를 임대해서 사용하고, 연습 경기장이 없어 마음놓고 연습을 하지 못하는 등의 열악한 환경이었으나 지금은 대전시의 지원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도움으로 선수들의 생활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
 구단은 팀을 대기업 속으로 편입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도 있고, 여러 기업이 컨소시엄 형태로 운영할 수도 있다. 또, 시민의 전폭적인 지원을 수단으로 일부 시민주를 생각 할 수도 있다. 대전시티즌 프로 축구단 홍보 · 마케팅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권혁대씨는 “시민주는 구단이 수익을 남겨야 시민들에게 환원해 줄 수 있는데 지금의 대전시티즌 환경에서는 시민주만으로 구단을 운영하는 것은 힘든 일이 사실이다”라며 “시민구단은 어쩌면 먼 훗날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지금부터 준비해야지 지금 당장 실현하는 것은 어렵다” 고 말했다.
 또한, <대전시티즌을 시민의 품으로 시민연대> 이중수씨는 “사실상 대전시티즌 자산 모두를 시민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전시티즌 일부 지분만이라도 소유하면 시민구단의 한 형태로 생각할 수 있다”며 “많은 시민들이 대전시티즌을 시민구단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됐다. 시민구단으로 거듭나려면 앞으로 갈 길이 멀다. 지금은 아직 시민구단으로 가기 위한 여론 형성단계다”라고 말했다.
 수원 삼성, 울산 현대, 성남 일화 등과는 달리 우리 고장은 「대전시티즌」이다. 말 그대로 대전 시민의 구단인 것이다. 대기업의 안정적 지원아래 걱정 없이 마음놓고 뛸 수 있지만 그것이 진정한 지역 연고를 둔 축구팀의 모습인가. 타 구단에 비해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올해 시즌 6위라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에는 바로 대전시민의 사랑과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해서, 시민들의 힘에 의해서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다시 말해 문화적 측면에서 대전의 지역적 정서를 고취시킬 수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경기장을 찾아가서 관람하고 즐기는 참여도 좋지만 더 나아가 적극적 지원 속에서 내 팀, 내가 가지고 있는 팀이라는 생각으로, 시민들이 팀에 좀 더 관심과 애정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경기력은 돈으로 키우는 것이 아니다. 구단의 노력, 시의 행정적인 배려와지원, 시민들의 건전한 문화의식이 보유 될 때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모두의 관심과 애정이 촉구된다.
 송성문군은 “경기장이 가까우니 쉽게 찾아가 볼 수 있다. 매 경기는 아니더라도 홈경기 때만이라도 관심 있게 봐 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내림 기자 infinity@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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