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 백일장 산문부문 ‘금상’

 가난한 신혼부부가 함께 외출을 한다. 마주잡은 두 손에는 흔한 결혼 반지가 없다. 번쩍이는 손목 시계도 없고 두 사람의 손을 함께 잡고 걸을 아이도 아직은 없다. 금은방으로 들어선 부부가 원하는 것은 작은 벽시계다. 작고 어두운 셋방의 곰팡이 낀 벽에 자리할 시계를 하나 고른다.
 겸손히 시계를 걸고 한참을 바라본다. 금은방의 구석에 걸려있던 그 시계가 이 방에서는 가장 높은 곳의 중앙에 자리한다. 이제 이 부부에게도 새 것이 생겼다.
 죽은 듯이 고요하던 셋방이 시계의 초에 맞춰 활기를 띤다. 서러운 한숨 소리도, 배고파 우는 아이의 울음소리도 시계의 움직임을 따라 점차 사라져 간다. 10여 번의 이사가 있었다. 다행히도 이사를 할 때마다 짐이 조금씩 늘어갔다.
 시계는 항상 마지막으로 챙기는 짐이었다. 이삿짐을 챙길때마다 부부는 항상 망설였다. 낡은 시계를 남겨두고 가야할지, 새 공간으로 가지고 가야 할지를.
 부부는 다른 물건들처럼 시계를 섣불리 내어버릴 수가 없었다. 지라나는 두 아이보다 나이가 더 많은 시계. 고장 없이 제 역할에 충실한 그 시계를 부부는 버릴 수가 없었다.
 부부는 다른 물건들처럼 시계를 섣불리 내어버릴 수가 없었다. 부부는 13년의 시간을 보내고 피땀의 대가로 32평의 아파트를 가지게 되었다. 집주인과의 계약이 끝나고 이젠 정말 자신들의 소유가 된 그 공간에 제일 먼저 부부는 못을 박고 시계를 걸었다.
 시계는 힘차게 뛰었다. 32평의 공간을 젖은 눈으로 바라보는 네 가족의 시선을 따라 시계는 힘차게 달리고 있었다. 2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정말 많은 것들이 변했다. 네 가족의 보금자리가 수없이 바뀌었고 두 부부의 부모들이 떠났다. 믿었던 사람들이 일순간 얼굴을 바꾸기도 했고 술과 노름에 가장이 잠시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부부는 알고 있다. 비록 사람들의 눈에 띄지 못한다해도 진리에 귀 기울이며 처음 마음과 처음 모습 그대로 인생길을 달린다면 수없이 많은 오르막도, 가파른 내리막도 굳건히 견딜 수가 있다는 것을.
 부부와 함께 낡은 시계를 바라보며 자란 나도 알고 있다. 시작은 미약할지라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달리다보면 그 끝은 행복하고 성대하리라는 것을. 부부는 이제 많이 늙었다. 부부는 늙어 가는 몸처럼 시게도 잠시 멈춰 섰다 움직이는 날이 잦아졌다.
 찾아오는 손님마다 한마디씩 할 때마다 아버지는 시계를 잠시 내려 어루만지시곤 한다.
 20년의 그 시간...
 우리 부모님에게도 시계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결코 무의미하거나 잊혀질 시간이 아니다.
 아버지께서 그 시계를 정성껏 어루만져 주시듯 이제는 내가 부모님의 징하도록 깊고 쓰린 영혼과 육체를 어루만지고 싶다.
 그리고 한가지 바램이 있다면 부모님께서 마주 잡은 그 손을 놓으시는 그 날까지 낡은 벽시계도 오랫동안 지금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주었으면 한다. 아픈 시간도 사랑할 줄 아는 지혜를 부모님께 주었듯 나에게도 남겨주고 떠나길 바란다.

군산영광여고 3학년 5반 김새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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