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녹음 현상 해결할 방안, 바다 숲

 
  잠수복을 갖춰 입고 수면에서 아래로 천천히 내려갔다. 3분 쯤 더 내려가자 서서히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수심 10m 바닥은 뜻밖에 텅 비어 있었다. 생명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삭막한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있다. 바다 바닥은 마치 석회암처럼 보이는 하얀 가루가 쌓여있었다. 김상진 〈월간중앙〉 기자가 동해안의 갯녹음을 직접 체험한 수기다. 육지에만 사막이 있는 것이 아니다. 바다에도 해조류가 살지 못하는 사막화가 일어난다. 바다에서 일어나는 사막화, 갯녹음 현상을 알아보자.

  갯녹음 현상은 바다가 마치 우유를 뿌려놓은 것처럼 보이는 것을 말한다. 탄산칼슘으로 인해 해조류는 소멸되고, 시멘트와 같은 석회질로 이뤄진 석회조류가 암반을 뒤덮게 되는데 백화현상이라고도 부른다. 갯녹음 현상의 가장 큰 위험은 석회조류의 서식대 확장으로 해조류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김영대 박사는 “여러 복합적인 요소들이 얽혀 있어 아직 확실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크게 세 가지로 유추하고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물리적 요인이다. 대규모 토목공사에서 발생하는 사료 찌꺼기나, 어패류의 배설물 같은 부유물질이 양식장으로 유입돼 오염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화학적인 요인이다. 해조류의 광합성에 필요한 영양염류의 부족이 원인인 것이다. 영양염류 부족현상은 엘니뇨로 인해 표면수의 온도가 과도하게 상승하고 저층수와의 혼합이 이뤄지지 않아 나타난다. 세 번째는 생물학적 요인이다. 해조류를 대량섭식하는 생물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김영대 박사는 “해조류를 섭취하는 생물의 기하급수적인 증가가 갯녹음현상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성게나 전복 양식으로 해조류를 필요로 하는 개체가 급증하며 동해안 일대의 갯녹음 현상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동해안이 갯녹음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해양생태계를 치유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바로 해양 환경을 복원하기 위한 바다 숲 조성사업이다. 김 박사는 “바다 숲은 갯녹음이 발생한 연안에 해조류를 이식한 해조초와 로프 등의 인공구조물을 설치해 인위적으로 해조숲을 조성하는 것이다. 민둥산에 나무를 심는 것과 같은 바다녹화사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바다 숲이 조성되면 수산생물의 산란서식장이 복원돼 수산자원이 회복되고, 해조류의 광합성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역할을 해 향후 기후변화 대응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바다 숲을 만드는 데는 오랜 시간의 사전 연구가 필요하다. 우선 바다 숲 조성을 하기 전 수중 잠수부의 해저 조사가 이뤄진다. 이때 해저 지형, 수심, 유향, 유속 등을 조사해 구역을 선정한다. 다음은 해역 특성에 맞는 조성용 어초 시설을 바닥에 설치하고 어린 해조류를 이식하는데 미역, 다시마, 감태 등이 대표적이다. 마지막으로 모조주머니를 퍼뜨린다. 모조주머니란 볍시망에 성숙한 해조류를 담아서 자연적으로 확산시킴으로써 어린 해조류들의 성장을 유도하는 것이다. 그 다음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하며 해양 생태계를 복원한다.
  하지만 일부 해양 전문가들은 바다 숲의 방식이 너무 단순하며 기준도 모호하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의 기반이 제대로 돼있지 않은 인공어초 위주의 바다 숲 조성사업이 바다 숲을 되살리기에 부족하다는 것이다. 인공어초를 제대로 심으려면 수중의 암반을 먼저 복구해야 하는데 현재 암반 복구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정부는 2020년까지 37,000ha의 바다 숲을 조성하겠다며 예산 편성까지 마친 상태다. 현재 우리나라의 갯녹음 피해도는 매우 심각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김 박사는 “어려움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갯녹음은 심각한 수준으로 확대됐다. 최대한 빨리 해양생태계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며 “바다 숲을 성공적으로 조성하기 위한 적합한 방법을 찾아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혜민 기자 dgr24@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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