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농민들은 농사짓기가 힘들고 수지도 안맞아서 아예 농사를 포기하는 편이 낫겠다고 아우성이다. 설상가상으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타결되면 그나마 별것 아닌 농사도 지을 거리가 없어 우리도 싱가포르나 홍콩등의 도시국가처럼 경제 통계에서 농업에 관한 숫자가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겠다. 형편이 이러한데도 돈많은 도시사람들은 돈도 벌고 낭만적인 전원생활도 누리는 꿩먹고 알먹자는 전략으로 무턱대고 농촌땅을 사자고 법석을 떤다. 이래서 생산성에 대한 대가로 표시 되어야할 농지가격은 경제논리를 무시한채 천정부지로 치솟아 급기야는 정부가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농촌들은 내땅 내 마음대로 팔겠다는 땅을 못팔게 한다고 항의가 드세다. 어떻게 해서든지 힘든 농사짓는 일에서 빠져나와 편하게 돈별면서 지내보겠다는 것이다. 우리 농업의 시안이 이럴진데 「農者는 天下之大本이라」국가 경제의 근본이 흔들려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국민은 먹는 문제로 걱정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한끼 식사를 위해서 만들어진 음식의 3분의 1이 그냥 버려지는 풍성한(?) 식단을 즐겨도 식량이 모자랄 걱정을 하지 않는다. 경제학을 배운 덕분에 농사를 짓지 않고도 잘 먹고 잘 살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라밖 농민들이 힘들여 농사지어 우리에게 싼값으로 대주고 있으니 말이다. 괜히 시끄럽게 생산비 따지면서 비싸게 팔려고만 하는 우리 농민들에 비하면 차라리 필요할 때마다 값사게 사먹게 해주는 외국 농민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래서 TV 냉장고 만들어 팔아서 싸고 좋은 외국 농산물 사다먹자는 논리가 점점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시대다. 이제 우리 농업이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먹거리를 금액으로 따질때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도 안된다고 한다. 또한 우리가 필요해서 수입한 농산물로 우리 식단의 약 60% 정도를 메꾸어 가고 있다. 아무리 보아도 농자 천하지대본이라는 말이 거짓말 같고 믿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상상하기도 싫지만 만약 극심한 기상재해로 흉년이 들어 농사를 망친다면 어떻게 될까? 요즈음 같이 남의 사정 안보고 돈벌기 좋아하는 외국사람들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부르는게 값으로 먹거리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갈 것이다. 그 예로 걸프전쟁시 농산물 수입길이 막힌 이라크에서 밀가루 한포대 값이 150만원이 넘었다고 한다. 흉년이 들것 같으면 외국에 나가서 우리 자신을 위해서라도 외국의 농사가 풍년들도록 정성껏 기우제고사를 드려야 할 판이다. 이야기가 이렇게 되면 무엇인가 자연스럽지 못한 경제구조임에 틀림이 없다 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농업의 진정한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대해서 심사숙고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필수재로서의 농업은 절대 가치가 내재해 있으며 다른 경제재에 대한 상대적 가치의 척도로서 기능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보편타당한 가치인식이라 할 것이다. 즉 생존재인 농산물의 확보가 전제되고 나서 다른 재화는 농업을 가치의 기준으로 하여 경제질서가 세워진다는 점이다.
  사물의 인식 방향이 이러하다면 농산물의 이러하다면 농산물의 시장가격이 변화하는 것은 단지 사람들의 단기적인 경제심리에 따른 변덕에 불과하다는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것이다. 따라서 농업문제를 올바로 풀어간데는 농업의 경제적 가치가 불변하는 것으로 관점을 달리하는데서 출발하여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될때 농업이 경제가치체계의 대본이 되며 경제를 진정으로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권용대(농경제ㆍ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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