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경제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학문, 행동경제학

▶kr.intelisystems.com 발췌
  어떤 햄 제품이 살코기 80%, 지방 20%로 이뤄져 있다. 이때 지방 20%가 함유됐다는 표현보다 살코기가 80% 함유됐다는 표현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다. 이처럼 같은 말이라도 소비자들은 이익보다 손실을 심리적으로 더 크게 느낀다. 이 같은 상황은 인간의 심리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기존의 경제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이러한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출현한 학문이 있다.

  행동경제학이란?
  행동경제학은 실제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나아가 이런 행동의 결과로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기존의 경제학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학문으로 각광 받으며 등장한 것이다.
  동서대학교 브랜드경영센터 센터장 곽준식 교수는 “일반 경제학과 행동경제학은 인간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기존 경제학이 인간의 행동이 어디로 튈지 예측가능한 축구공이라면, 행동경제학은 인간의 행동을 어디로 튈지 예측 불가능한 럭비공”이라고 비유했다. 인간이 이성적인 동시에 감성적인 존재인 점을 고려한다면 행동경제학은 경제학의 한계를 보완해줄 수 있다.

  행동경제학의 뼈대 전망 이론
  행동경제학을 이해하려면 행동경제학의 뼈대인 대니엘 카너먼의 전망이론을 이해해야 한다. 인간은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보단 먼저 직관적으로 판단해 편향된 행동을 한다는 것을 바탕으로 만든 이론이다.
  전망이론은 크게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로 기준점 의존성이다. 이는 개개인의 기준점이 다르기 때문에 그것이 주는 효과도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뜻하지 않게 돈이 생기는 경우, 평소 재산이 없던 사람과 부자인 사람이 느끼는 반응은 다르다. 두 번째로 민감도 체감이다. 이익이나 손실의 규모가 작을 때는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지만, 규모가 커짐에 따라 변화에 대한 가치의 민감도는 감소하게 된다. 똑같은 물건을 판매해도 ‘저렴하게 구매하세요’보다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라는 말을 사람들이 더 선호하는 것과 같다. 세 번째로 손실회피성향이다. 사람들은 손실을 같은 금액의 이익보다 훨씬 크게 평가한다. 예를 들면 사람은 월급이 300만원→200만원→100만원으로 줄어드는 것보다 100만원→200만원→300만원으로 늘어나는 것을 선호한다. 즉 손실보단 이익이 증가하는 쪽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경제학과 심리학의 만남
  물리학의 원리를 이용하던 기존의 경제학은 이제 심리학의 통찰을 받아들이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경제학과 심리학은 전혀 다른 학문이다. 게다가 인간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서 수치화한다는 점 자체가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 과연 경제학과 심리학의 만남에서 위험요소는 없을까? 곽 교수는 “엄밀히 말하면 행동경제학은 경제학과 심리학의 만남이 아니라 인간의 경제적 행동을 심리적인 측면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며 “행동경제학은 기존 경제학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닌 보완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위험성은 없다”고 말했다.

  행동경제학은 이제 막 첫 걸음을 뗀 학문이다. 또 인간 자체를 연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함부로 결론을 도출하기 힘든 학문이다. 하지만 곽 교수는 “사람은 때때로 이성보다 감성에 의존한 선택을 한다. 그런 면에서 사람들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행동경제학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곽 교수는 국내에 도입은 됐지만 행동경제학이라는 종합적인 이론보다는 세부적인 이론만 연구돼 있다. 각 전문가들만 연구하고 있는 상황이며 관련 전공수업은 극히 적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윤혜민 기자dgr24@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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