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운동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1. 머리말

  한국사회의 지역문제, 그것의 사회적 표현인 지역감정의 문제는 사회의 전반적인 민주화 요구와 관련하여 많은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이런 논의의 활성화에는 1987년 대통령선거와 1988년 국회의원 선거가 중요한 작용을 하였다. 선거결과를 놓고 지역감정이 작용한 것이라는데 의견이 일치되었다. 어떤 입장의 정치적 의견을 가지든 표면적으로는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부정적인 것으로 비판하였으며, 그것의 구조적 원인과 해소방안에 대하여 관심을 기울였다.
  이러한 지역감정문제와 함께 1980년대 전기간에 걸쳐 도시와 농촌에서 각층의 주민운동이 발생하였다. 국가기구는 이 시기에 활성화된 주민운동을 「집단민원」으로 파악하고, 그에 대한 대책마련에 노력하였으며, 그것을 전담하는 기구의 설치나 국가기구간 협조, 주민들의 불만을 체제내화 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글에서는 1980년대에 진행된 주민운동을 쟁점별로 살펴본다. 그리고 이러한 주민운동이 최근에 이르러 「지역집단 이기주의자」라는 이름으로 비판되고 있는 사정을 생각하여 무엇보다 사회적 형평성과 민주화를 추진시킬 수 있는 대단히 원칙적이면서도 당위적인 사안을 실천할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2. 주민운동의 쟁점

  한국사회에서 1980년대에 전개된 주민운동을 쟁점별로 분류하면, 첫째 대도시지역을 배경으로 한 도시재개발과 관련된 주민운동, 둘째 농어촌에서 이루어진 대규모개발지양과 관련된 주민운동, 셋째 각종 공해문제와 관련된 주민운동 등으로 대별될 수 있다.
  도시재개발과 관련된 주민운동은 1970년초 광주대단지 사건으로부터 시작되지만 1980년대에 들어와서는 대부분 서울의 재개발지역을 중심으로 하여 발생한다. 지역주민들이 그들의 의사를 전달할 제도적 통로가 막혀있거나,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않는 상태에서 일방적인 강제철거가 이루어질 때 주로 발생한다. 이들 운동은 흔히 도시빈민운동이라고 불러지는데 대부분 생활상의 요구, 경제적 요구에 한정되는 경향이 있지만, 때로는 권력의 정당성, 특히 국가기구의 중립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사태로 발전하기도 한다.
  다음은 대규모개발계획과 관련된 주민운동이다. 대규모개발계획에는 도로ㆍ항만건설, 주택단지건설, 공업단지와 대규모 공장건설, 댐건설, 신도시건설등을 포함한다. 핵심적인 쟁점은 금전적 보상과 이주문제를 둘러싸고 이루어지는데, 1980년대에는 대규모개발기업이 본격적으로 쟁점되면서 강도높은 제한에 부딪히게 된다.
  그에 속하는 대표적인 것이 군사시설건설반대나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관련된 주민운동으로, 특히 후자는 강력한 형태의 주민운동의 하나였다. 또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설치 예정지역에서도 이미 반대하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이것은 1990년 안면도 주민의 대규모 방사성폐기물처분장 반대시위의 전주곡이 되기도 하였다. 또한 생존권수호의 자연발생적 주민운동은 목적의식성이 강한 반핵운동과 자연스럽게 결합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하였다.
  셋째로는 공해반대운동으로, 1980년대에는 전반적인 생활환경의 악화, 특히 공해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공해관련주민운동이 빈번히 발생하였고, 전문적인 공해반대운동단체의 활동도 상당히 활발하였다. 대도시 지역에서는 소음공해, 대기오염, 수질오염등이 주요한 민원사항이 되었는데, 초기에는 이 운동이 단순한 피해보상의 요구에 한정되지만, 점차적으로 본격적인 주민운동의 형태로 발전한다. 또 공해관련주민운동으로는 이주요구, 공해병인정요구, 정당한 이주보상 요구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온산과 여천의 공업단지에서는 외부지원에 의한 최초의 공해반대운동이 1980년대 후반에 발생하였으며, 한국의 반공해운동에 새로운 장을 여는 것으로 평가되기도 하였다.
  주민운동은 이처럼, 지역내에서 생활근거를 가지는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주민으로서의 일상생활의 요구와 이의 궁극적 해결을 위하여 전개하는 운동이다. 실제로 주민운동은 공업화, 도시화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모순과 깊은 관계를 가진다. 특히 지역문제를 표현되는 지역간 불균형 발전문제 및 독점자본의 지역지배에 따른 생활환경의 약화(주택문제, 환경공해문제)는 주민운동의 바탕에 깔려있는 문제들이다.

  3. 대규모개발과 지역 집단 이기주의

  대규모개발계획에서 주민의 집단적 불만이 형성될 수 있는 원천은 주로 계획의 입안과정, 사업시행자의 국가독점, 개발이익의 독점자본에 의한 전일적 재단, 그리고 토지상실 주민의 박탈감으로 부터 기인한다. 오늘날 이루어지고있는 대규모개발계획은 그 사업주체가 거의 대부분 국가권력이거나 독점자본이다. 그런 사업은 흔히 공공성의 이름으로 진행되지만 거기에서 발생하는 각종 형태의 「개발이익」은 사업주체에게 귀속되고, 지역주민은 그것의 분배과정에서 배제되기 쉽다.
  최근 쓰레기매립장, 분뇨처리장, 연탄공장, 공해배출공장의 건설을 둘러싸고 개발이익의 분배는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게 된다.
  한편 대규모개발계획에서 국가권력이나 독점자본의 이해를 「전체이익」으로 분장하거나, 지역주민중의 일부가 계획의 입안과정이 자신들의 「기득이권」과 격심하게 충돌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집단적으로 생성되는 주민운동을 염두에 둔 「지역집단 이기주의」가 관심을 끌기도한다.
  「개발이익」이란 좁은 의미이기는 하지만 특정시점에서 토지의 상태, 성질 또는 이용의 본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행위에 의하여 발생하는 토지가격의 상승분을 의미한다. 보통 개발계획이 발표되면 땅값은 현재이용가를 넘어 상승하고, 또 잠재개발가가 형성되고 개발이 이루어지면 잠재개발가가 현실화되어 개발가가 창출된다. 개발이익은 이 개발가와 현재 이용가의 차액이고 이것이 많은 경우 「지역집단 이기주의」의 발생을 가져오게 된다.
  「집단지역 이기주의」의 발생은 현실사회의 암적인 요소로서 개발이익의 처리와 관련하여 토지소유자의 노력없이 발생하는 불로소득은 개인이 사회화할 것이 아니라 사회에 환원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있다. 그러나 현행의 법제도는 토지의 소유권과 개발권이 분리되지 않은 상태이며, 개발의 개념은 소유권의 상태에 종속된다. 그러나 국가기구에서 이 「개발이익」의 사유화문제에 접근할 때에는 흔히 국가와 토지소유자라는 이분법에 입각하여 독접자본과 소토지소유자를 구분하지 않는 한계점을 가질수도 있다.
  대규모개발계획에서의 주민참여와 개발이익에의 주민참여, 그리고 「지역집단이기주의」등을 포함하는 개발관련 이데올로기는 주민들의 집단적 대응수준을 결정한다. 주민들은 사업시행자나 국가권력과 갈등하면서 개발자체에 반대하거나 개발과정에서 각종 금전적 보상과 이주문제에 보다 나은 조건을 확보하기 위하여 정치적 게임(political game)을 하기도 한다. 지역개발과 관련하여 사업계획의 수립과 진행절차에서의 민주성확보문제는 차지하고라도 때때로 그사업의 경제적 정당성의 측면에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주민들의 문제제기는 훨씬 더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되며 개발반대운동으로 나아가게 되는데 이에 대하여 지역주민들은 국가기구나 사적독점자본에 의하여 「전체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반대자로서 「지역집단 이기주의」의 표현으로 형상화하기도 하는 것이다.
  지역주민들이 「지역집단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참여자들의 관심영역을 배후의 정책이나 행정의 문제로 재규정하고 운동의 대상을 확정할때, 이것은 현실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된다. 곧 대규모개발계획에서 지역주민들은 운동의 방향을 자연발생적 해결방안에서 체계적 접근을 포함한 목적의적단계로 진행시킬 수 있다. 주민운동은 이제 「지역집단 이기주의」로 비판되어지는 「주민의 생존권」에 대한 단순한 이의제기에서 권리주장을 하는 단계로 발전하게된다. 이러한 경우에는, 대규모 건설사업의 배후에 있는 행정및 지역정책의 제문제를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그것을 둘러싼 행정의 존재양태나 정책비용의 그것을 새롭게 전개하기 위하여 행정기구와 정책결정의 메카니즘을 지기의 운동에 포함하게 된다. 이단계에서 지역주민들은 행정개혁, 재정개혁, 국정개혁, 주민참여의 문제가 제기된다.

  4. 대규모개발과 지역사회 민주화

  우리는 대규모 개발계획과 관련하여 국가기구와 사회독점자본은 밀실행정 또는 비밀주의를 포기하고 책임있는 사업경영의 바탕을 마련해야 한다고 믿는다.
  주민운동에서 제시되는 대규모개발에 대한 요구의 수준은 다양하다. 개발자체에 대한 반대이거나, 보상금의 인상(현실화)요구, 이주문제의 해결등이 쟁점이 된다. 주민운동의 양상도 청원, 건의 방문의 형태로 부터 플래카드게시, 시위나 농성 사무실이나도로의 점거등으로 진행되었다. 그 과정에서 조직적인 「집단민원」의 해결을 위한 운동단체들이 형성되었다. 이런 개발사업의 주체는 국가권력이나 독점자본이었고 이러한 사업들은 지역발전이라는 이데올로기와의 연관속에서 진행된다. 주민들은 처음에는 사업자체에 대한 반대보다는 보상이나 이주문제를 둘러싸고 문제를 제기하게 되고, 이러한 과정에서 대규모개발이 지역주민의 이익으로 귀결되지 않는다는 자각이 일어나게 된다. 그런, 「집단민원」의 주체가 많은 경우 농어민이고, 따라서 운동의 중심에는 물건보상이 놓여있다. 그리고 근래에 한국의 농민일반이 끊임없이 영락의 길을 강요당하여 왔고, 이점은 지역주민들의 「집단민원」의 성격을 띤 주민운동의 전개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도시지역의 주민운동에서도 산업화에 의한 공해문제나 교통문제, 상하수도문제등 집합적 소비수단의 이용을 둘러싼 문제들로 주민들의 투쟁은 이루어진다. 일반적으로 도시지역에서의 주민운동은 농촌을 배경으로한 주민운동보다 외부의 사회운동단체와 결합이 용이한 측면이 있다.
  현재, 대규모개발과 관련하여 지역사회에는 중앙정부의 권력이나 독점자본의 지역지배강화에 대한 지방권력수준의 제동장치는 존재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중앙으로의 새로운 권력집중이 일어남에 따로이 존재할 수 있는 주민자치적 요소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역내의 중요한 정책결정은 지역주민이 배제된 가운데 중앙의 정치권력과 지방의 일선행정기관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처리되어왔다. 그러나 정치적 환경이 전면적으로 개선되면서 지방자치가 전체적인 수준에서 향상되게 된다면 지역주민들의 사회운동은 지역정치권력의 장악을 목표로 하는 수준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지역사회의 민주화와 관련된 지역사회운동은 지역적 동원의 한 형태로서 지역적 불균등 발전이라는 객관적 조건과 지역의식의 고양이라는 주관적 조건의 결합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지역사회운동은 지방의 피지배계급이 외부에서 개입하는 세력들 또는 그들과 동맹하고 있는 지방의 지배계급(보통 「지연유지」라고 불려짐)에 대하여 반항하는 것이다. 이러한 반항의 성격은 방어적인 것과 요구적인 것으로 구분되어지는데, 후자의 요구형 운동의 경우에는 민주주의, 분권화, 지역중심의 발전, 대중의 활성화를 목표로 하기가 쉽다.
  지역사회의 민주화 논의에는 주민운동을 「저항형」과 「요구형」을 구분할 필요가 있는데, 이것은 해당개발사업이 개발이익의 주민분배에 주는 영향에 대한 주민의식에서 출발한다. 「저항형」은 기대되는 이익이 너무 적거나 생활환경의 파괴가 예상되는 경우에 발생한다.
  한편, 「요구형」은 운동과정에서 사업자와 주민간의 장기적인 협상문제가 생겨나며 이때의 쟁점은 보상여부, 보상항목과 보상액, 보상시기와 방법, 그리고 이주여부, 이주방식(집단이주, 개별이주), 이주지 선택, 이주 시기등이 된다. 물론, 이 두 운동형태에서 운동대상은 사업주체이거나 이를 대신한 국가기구라는 점에서 지역사회의 원론적이고 당위적인 사안으로서의 민주화와 사회적 형평성의 제고는 모든 지역주민의 관심이 되어야 한다.

  5. 맺음말

  한국의 국민운동이 1980년대 후에 주로 「저항형」보다는 「대응형」의 형태로 전개되어오면서, 때로는 「지역집단 이기주의」라는 이름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농어촌과 도시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개발」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으며, 행정기구나 사업시행자로서의 접근에 맞설수 있는 자원이 극히 제한되어 있다. 보다 넓은 의미에서보면, 그 제약요인은 1980년대 주민운동을 제약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주민의 잠재적이지만 가장 유력한 자원인 지역수준의 정치권력이 일방적으로 국가와 자본에 유리하게 배치되었다는 점을 염두해 둘때 1990년대에는 지방자치 그리고 지역사회 민주화를 촉진하는 요인이 되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실시되고 있는 지방자치제는 대규모개발계획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 물론 이 자치제가 사회구조적 모순을 지방분산주의와 개량적 자치주의에 의지하여 재생산하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위험에 직면하면서, 많은 사람들은 지방자치제가 주민생활의 실질적인 향상을 이루는 형식이 되기 위해서는, 그것이 주민들의 주체적 역량에 의하여 운영되어야 하며, 그러한 역량을 개발을 위해서는 지역주민운동의 활성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인식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이 주민운동과 밀접하게 결합되지는 못하고, 「지역집단 이기주의」로 비판되는 사정을 성실하게 반성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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