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여입학제」는 시기상조이다

  「기여입학제」란 미국이나 일본에서 선례를 보여 준 바와 같이 입시절차에 따른 정당한 실력평가로서는 입학절차에 따른 정당한 실력평가로서는 입학할 수 없는 학생이 학교에서 요구하는 일정한 자격만 갖추어지고 학부모가 학교에 기여한 경우 특별입학 즉 정원의 입학을 허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사실 한국의 교육현실에 비추어 보아 이러한 설명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이러한 제도가 한번도 실천되어 본 일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교육부에서 조차 이 제도를 앞으로 어떻게 실천하려는지 구체적인 안이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념규정은 여건에 따라 또는 연구에 따라 그 방법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성급한 속단은 내리기가 어렵지만 가상되는 기여입학제에 관하여 반대하는 이유를 몇가지 들고자한다.
  첫째로 도덕적인 면에서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이다. 금전만능이나 과학만능의 풍조가 현대의 고질적인 병폐라는 점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돈만 있으면 어떠산 대학도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다면 금전만능 풍조는 더욱 더 커져서 가치전도의 세상이 올것이요. 마침내 성실과 노력이 바탕인 도덕은 무너지고 말 것이다.
  둘째로는 학교의 우열의 차를 심화시킬 것이다. 일류대학이니 이류대학이니 삼류대학이니 하는 말은 종종 듣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제는 이보다 더 명백한 등위가 지어질 것이다. 1억짜리, 2억짜리, 3억짜리 대학으로 표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 입학한 학생의 부모나 불합격한 학생의 부모가 시달려야 할 부작용은 없는지 꼼꼼이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누구는 합격했느니 1억을 벌었느니, 3억을 벌었느니 한다든지 누구는 부모의 실력으로 대학에 갔느니 하는 따위의 말들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세째로는 서울과 지방의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이다. 명문대학은 모두 서울에 있으니 지방의 차이는 더욱 심화되어 서울의 인구집중은 물론 수도권 중심의 사고가 팽배할 것이다. 수도권 인구억제책과 역행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강력히 반대할 수 밖에 없다.
  네째로 가진 자와 못가진 자라는 계층간의 위화감이 심화될 것이다. 부유층이 자기가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데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런 때에는 조건없이 이루어져야 존경을 받게 되는 것이다. 자녀의 입학을 위하여 수억 또는 수십억을 쓴다면 없는 사람들의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은 너무도 크기 떄문이다.
  다섯째는 가치관의 붕괴가 온다는 점이다. 돈이 아무리 있어도 안도는 것이 현재로서는 대학입학이다. 이 사회에서 단 한가지만이라도 허물어지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 서민들의 바램이다.
  사회 곳곳에 부정부패가 도사리고 있다 하더라도 교육계만은 썩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이다. 교육계는 그래도 아직은 공정하고 정의롭고 옳다고 할 수 있는데 기여입학제로 말미암아 이런 명예와 자존심이 무너진다면 마지막 보루가 무너지는 셈이다. 우리는 사회의 마지막 보루인 입시의 공정성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사립학교의 재정난 때문에 기여입학제가 꼭 필요하다고 한다는 그것은 국립대학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현재 학교재정에서 가장 많이 드는 항목은 인건비라고 하는데 사립대학은 국립대학보다 교수의 대우를 훨씬 더 잘 해주어야 한다는 논리에 수긍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립도 사립과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학교의 재정적 지원은 기여입학제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교육세로 해결하거나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등록금을 적정선까지 올리는 수도 있어도 현재 한국의 교육여건으로 기여입학제는 시기상조임을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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