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사, 한미행정협정 개정으로 민족주권 되찾아야

  경기도 동두천시 미군클럽 여종업원 윤금이씨를 살해한 협의로 기소된 미 제2사단 소속 키네스 마클(21)이병에 대한 첫 공판이 지난 17일 오후 2시 서울형사지방법원 대법정에서 있었다.
  이날 심문에서 마클이병은 "윤씨의 이마를 네차례 내리친 것은 인정하나 윤씨가 죽었다고는 생각지 않은 채 사건현장을 나왔고 몸에 콜라병을 꽂는 등의 행위를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사건이 발생한지 4개월이 가까워오는데도 변호인의 반대심문 조차 마련되지 않고, 심문 또한 형식적으로 진행되어 지켜보던 사람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한편 공판이 진행되는 도중 경찰 의 봉쇄로 들어오지 못한 백여명의 시민ㆍ학생들은 대법정 앞에서 공정재판과 불평등한 한미행정협정(SOFA)의 개정을 요구하였다.
  주한미군의 윤금이씨 살해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윤금이 공대위)공동대표 김찬국(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위원장)목사는 "우리 정부가 죄인을 인수받아 세밀한 조사를 벌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미군당국이 범인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는 현실과 우리 사법부의 형식적 재판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하루 빨리 진실을 밝혀 윤금이의 죽음이 단지 기지촌 여성 하나의 죽음으로 치부되는 것이 아닌 우리 민족의 짓밟힌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공판에 앞서 지난 15일 윤금이 공대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재판은 한 미국의 범죄행각에 대한 판결의 의미를 넘어 그동안 수많은 미군범죄에 의해서 짓밟혀온 민족의 자존심과 주권이 걸린 재판이다"라며 민족적 양심에 입각한 한국정부와 사법부의 공정한 법적용과 미 당국의 공개사과, 피해보상을 촉구했다.
  또한 17일 '윤금이씨 살해미군 구속처벌과 공정한 재판권 행사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에 참여한 국내외 31,673명의 서명명부를 재판부에 전달하였다.
  이날 공판이 끝난 후 서울형사지법을 나서는 마클이병에 대한 시민ㆍ학생들의 항의는 이번 사건 뿐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미군범죄에 대한 우리국민의 분노를 나타내고 있었다.

  잔인한 살인과 사대적 수사태도

  윤금이 살해사건의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지난해 10월28일 경기도 동두천시 보산동 김성출(69)씨 집에 세들어 살던 윤금이씨가 살해된 채로 발견되었다.
  현장을 목격한 경찰관과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발견당시 죽은 윤금이씨의 자궁에는 콜라병이 박혀 있었고, 우산대가 항문에서 직장까지 27cm꽂혀 있었으며, 온몸에는 피멍과 타박상으로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는 참혹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경찰조사 결과 사망원인은 콜라병으로 맞은 앞얼굴의 함몰및 과다출혈로 나타났으며 범인은 핏자국등 증거를 없애기 위해 시체와 주변에 다량의 합성세제를 뿌리고 닦아냈기 때문에 자궁에서 꺼낸 콜라병에서야 지문을 채취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목격자의 진술과 증거를 토대로 10월 30일 귀대하던 케네디 마클 이병을 검거하였다. 그러나 경찰은 현행 한미행정협정에 따라 주한미군 피의자를 체포하면 서문조서 작성등 기초조사를 한후 미군쪽에 신병을 넘겨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통역 등의 이유로 바로 미군범죄수사단(CID)에 신병을 인도해 버렸다.
  미군측은 윤금이씨의 어머니 강고례(53)씨에게 60만원을 주며 "사건을 조용히 끝내자"라고 회유하였으며 경찰측 또한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인 시신을 3일만에 화장하게 함으로써 수사에 대한 의지가 없음을 보였다.

  불평등한 한미행정협정에 의해 희생되는 한국인

  의무부의 공식통계자료에 의하면 주한미군범죄 발생건수는 연평균 1,720건, 하루평균 5건에 달한다.
  범죄유형으로는 강간, 살인, 마약밀수, 사기, 폭행등 다양한데 특히 강도 강간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강간의 경우 가장 간악한 형태인 집단윤간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70%가 성병, 마약 흡연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점과 강간과 같은 성폭력 범죄는 은폐되기 쉽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실제 주한미군에 의해 발생되는 범죄는 공식통계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미군범죄에 대하여 한국정부가 재판권을 행사한 것은 연평균 6건(0.4%)에 불과하며, 대부분 주한미군당국에 의한 행정적, 징계적 처벌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 미군범죄는 치외법권시 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미군범죄에 의한 우리국민의 희생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71년 4월 25일, 결코 일반인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 상식밖으로 처리된 일이 있었다.
  당시 군산고 2년생 서홍식군이 15세의 어린 나이에 미군에 의해 총살당한 사건이 발생했었다. 살인직전에 미군범인은 서군의 친구 2명에게 놀림을 받고 있었는데 화가 난 나머지 아무 관계도 없는 서군을 정조준하여 살해하였다.
  그런데도 한국정부는 재판권과 범인신병확보의 포기, 보상에 있어서 절반을 부담해야 하는등 상식밖의 처리를 하였다.
  이는 물론 불평등한 한미행정협정이 적용된 결과였다.
  한미행정협정은 행정협정문 본문, 합의의사류, 양해사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중 본문과 합의의사록 을 제외한 양해사항만이 91년 개정되었다.
  따라서 윤금이씨 사건과 관련하여 가장 심각하게 문제가 도는 조항은 다음과 같다.
  ▲제22조 2항(합의의사록)'한국의 전속관할권 행사'-미군의 행정벌이나 징계가 효과적이므로 미군당국이 요청하면 한국은 전속재판권을 포기할 수 있다고 한점.
  ▲제22조 5항(본문) '범죄 협의자 수사및 구속'조항-피의자가 미군관할하에 있으면 재판절차가 끝날때까지 미군당국이 구금하도록 되어있고, 한국이 구금하고 있는 경우에도 미국당국의 요청이 있을시 재판이 끝날때까지 미군당국이 구금하도록 되어있는 점.
  ▲제22조 7항(본문) '징역형 복역'조항-범인이 한국법원에서 징역형을 받고 한국에서 복역중인 미군의 신병이도를 미국측이 요청하면 한국측은 '호의적 고려'를 하도록 되어있어 미국에서도 복역할 수 있도록 한점.
  한미행정협정의 이러한 불평등성은 타국과 미국이 맺은 협정의 경우와 비교해보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범죄를 저지른 미군에 관한 미군에 관한 1차재판권 행사율이 한국이 0.7%인 반면에 필리핀은 25%, 일본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32%이다.
  이번 윤금이씨 살인사건은 그동안 왜곡, 굴절되어옸던 한미관계와 짓밟혀오던 한국민의 주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예이다.
  그것은 1948년부터 40여년동안 미군이 주둔한 이후 수만건에 달하는 범죄행각에 대해 한국정부가 사대적이고 굴욕적인 태도로 일관해왔기 때문에 발생할 수 밖에 없었던 비극이다.
  이제 우리정부와 사법부는 지금까지의 종속적인 태도를 버리고 민족의 자존심과 주권을 회복하기 위하여 살인미군에 대한 즉각적인 구속수사, 공개재판을 진행하여야 하며 이후 한국법률에 따라 내국인의 경우와 같이 엄중 처벌하여야 한다. 또한 미당국은 한국민앞에 공개사과하고 피해자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하여야 할 것이다.
  오랫동안 치의법권시 되어왔던 미군범죄에 의해 희생되어왔던 민족의 아픔을 하루빨리 치유하기 위해 불평등한 한미행정협정의 개정과 미군범죄를 근절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송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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