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일이의 정신은 인간 사랑이야”

  “태일이의 꿈은 모든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인간 사랑이니까.”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는 당당히 아들의 꿈과 정신을 대변한다.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후 25년동안 노동자의 어머니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이소선 여사는 요즘 영화 ‘전태일’의 개봉을 앞두고 지난 11일 민주노총이 출범한 까닭에 마냥 흐뭇하다고 한다.
  “태일이를 영화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니 더없이 기쁘지. 한번은 어느 학생이 영화 만드는데 보태라며 국민학교때부터 모은 돈 백만원을 보내왔어. 얼마나 기특하고 고맙던지..”라며 영화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에 깊이 고마워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어려움과 고민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고 한다. “태일이의 영화가 너무 과격해서도 않되고, 영화사의 돈벌이를 위한 상업적인 것이어서도 않되고, 태일이의 인간정신이 제대로 담겨야 하지. 그렇지 않으면 안하느니만 못하니까.” 그리고 영화를 꼭 보고자 했던 문익환 목사님이 가장 큰 힘이 되었다고 하며, “그분이 돌아가셨을때 가슴을 도려내는 것 같았어.”라고 말한다.
  올해로 67세인 이소선 여사는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서 통근치료를 받고 있다 한다. 그리고 노동운동한다고 6차례나 감옥에 가서 맞고 고문을 당하여 요즘은 자꾸 고문당한 곳이 솟아 올라 매우 고통스럽다고 한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창립한다고 이곳저곳 찾아다니는 모습에 어쩐지 힘이 있어 보였다. “태일이의 일기를 보면 자기가 굴리다가 못 다 굴린 것을 모두 자기에게 맡긴다고 했는데, 결국 그 뒤를 이어 노동자들이 민주노총을 건설했어. 태일이는 훗날에 될 일을 알고 있었나봐. 참으로 노동자들이 큰 일을 해냈어. 앞으로 노동자의 권리, 인간답게 살 권리 획득에 민주노총이 앞장서 주면 좋겠어.”라며 민주노총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전태일 열사에 대한 기억이 너무도 많고 여전히 생생하여서 25년의 세월이 실감이 않난다던 이여사는 “태일이는 정말로 정이 많은 애였어.”라는 말로 아들에 대한 회상을 한다. “연필이 긴 것이 있으면 동생을 주고, 어렵게 밥을 지어주면 옆집 꼬마를 데려다 먹이곤 했지. 내가 태일이 너 먹으라고 겨우 겨우 밥을 지었는데 자꾸 남을주면 어쩌냐고 하면 자기는 배고픔을 참을 수 있지만 어린 애들을 참기 힘들지 않느냐고 말하곤 했어.”그런 까닭에 이소선 여사는 전태일의 정신이 인간사랑이라고 강조한다. 이 여사는 아직도 전태일 열사가 죽어가면서 남긴 “어머니, 노동자들을 위해 사세요. 어머니가 실천하지 않으면 저를 위선으로 키운거에요. 그리고 물질이나 유혹에 타협하지 마세요.”라는 말이 지금까지 가슴 깊이 남아 있다고 하며 그말을 들은 후 전체 노동자의 삶을 보았다고 한다.
  청년 학생들이 지식과 인간 사랑을 다 갖춘 사람이 되길 바란다는 충고에서 이소선 열사의 진실한 삶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송기선 기자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