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태어날 형을 기대하며

  겨울 바람이 나뭇가지에 살짝 매달려 있는 94년 3월, 나는 대학의 문에 첫 발을 내딛었다.
  기대와 꿈에 부푼 가슴으로 해양학과에 입학한 나는 신입생 환영회라는 첫 과행사에서 야윈 사슴같은 조용한 인상의 재헌이 형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이후 나는 막걸리 동산에서 잔을 기울이며 과학생회장으로서의 공적인 재헌이 형보다는 자신의 삶을 진지하고 겸손하게 살고자 고민하는 한 청년으로서 인간적인 느낌을 어슴푸레 받았다.
  민주광장에서 울려오는 구호와 민중가요에 멀었던 형은 의무경찰로 군복무를 마쳤다고 한다. 화염병과 돌맹이가 시대의 혼란을 나타내고 그 속에서 알몸을 드러낸 채 자신의 의견을 외치는 학생들을 진압하는 현장을 통해 형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고 우리 사회가 만든 또 하나의 슬픔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복학 후 해양학과 투쟁속에서 후배들에게 힘이 되는 선배로서 철야농성에 함께했고, 지친 후배의 어깨를 껴안는 넓은 가슴을 보여 주었다고 선배들은 이야기 하곤 한다. 자연과학대학 학생회장이 된 후에도 과후배들에 대한 관심을 잊지 않았고, 연원인들의 희망공동체를 만들려고 밤을 지새기도 한 재헌이 형이 생각난다.
  재헌이 형이 엊그제 나에게 제27대 총학생회장에 출마한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나는 가슴속으로 자신의 어려움보다 진지한 한 청년으로서의 고민을 하는 연약한 형의 모습을 보았고, 그 일이 연약한 형의 모습을 책임있는 강한 인간으로 만든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말이 적고 낮은 목소리. 앞으로 있을 제헌이 형의 유세가 기대된다. 얼마나 힘찬 목소리로 또 다시 나를 비롯한 후배들에게 새롭게 태어날지….
  재헌이 형 화이팅!

박경진(해양ㆍ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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