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본질 드러난 ‘한총련 죽이기’

  분단 51년이 되는 올 해, 통일운동은 일대 위기를 맞고 있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이하 범민련)과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이하 범청학련)이 준비한 ‘제7차 범민족대회(이하 범대회)’와 ‘제6차 범청학련 통일대축전(이하 통축)’이 정권의 탄압과 언론의 이데올로기 공세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채 5천8백99명 연행, 4백 62명 구속의 아픔을 남긴채 막을 내렸다. 한편 자주평화통일 민족회의와 민주주의민족통일 전국연합은 범민련과의 하나의 통일 행사를 논의하다가 결국 또 하나의 통일행사를 15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가졌다. 이들 단체는 남한의 통일운동을 주도한다고 자부하는 단체들로 하나의 단결된 통일행사가 갖는 의미와 중요성에 동감하여 올해 하나의 행사를 위해 논의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통일운동 세력의 분열을 초래하는 오류를 남기고 말았다. 분열된 통일운동도 큰 시련이지만 이번 연세대에서 열린 범대회와 통축은 여러가지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이번 연세대에서 열린 범대회와 통축에 대한 탄압은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벌어진 대대적인 공안탄압의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하 한총련)이 정부에 10차례 대화를 요청하고 평화적인 대회가 되도록 노력했다는 것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정부는 대화는 응하지 않고 두행사에 대하여 원천봉쇄의 방침을 정하고 12일부터 행사장인 연세대에 병력을 배치하여 학생과 시민들에 대한 검문을 강화하였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세력들이 주도하는 행사는 인정할 수 없다는 김영삼정권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체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문민정부가 자기와 목소리가 다르다고 헬기 12대, 무장병력 2만여명을 동원하여 하루 평균 6~7억에 달하는 최루탄을 발사하며 모든 행사를 막았다. 뿐만 아니라 2박 3일이나 4천5백여명의 학생들을 건물안에 가두고 포로에도 허용된다는 음식물과 의약품 반입을 금지 시켰다. 그리고 갇힌 학생들을 만나겠다는 학부모를 가로막고 연행하겠다고 위협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안에 갇혀 있는 학생들은 “정부의 강경진압이 아니었다면 평화적인 행사가 이루어졌을 것이고, 우리는 우리의 요구를 밝히고 자진 해산하였을 것이다”라는 안타까운 말만 되풀이 할 수 밖에 없었다. 충북대 이정철(역사ㆍ1)군은 “통일을 위한 우리의 요구가 전달되기 보다는 정권 유지를 위해 우리를 강경진압 하는 것”이라면서 분노를 삼키지 못했다.
  그리고 언론의 급격한 보수화, 이데올로기 공세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연일 모든 뉴스의 첫기사를 장식하고, 신문의 일면을 장식한 것은 ‘김정일의 쇠파이프 행동대’, ‘북을 맹종하는 주사파 집단’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쇠파이프에 무릎을 꿇고 있는 전경의 모습뿐이었다. 그리고 도시 게릴라전 양상을 띄고 있는 비이성적 폭력집단으로 한총련의 모습을 이끌어 내어 강경진압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였다. 모일간지의 경우 강경진압을 못하는 정부를 비판하면서 학생들을 섬멸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언론운동협의회(민언협)가 12일부터 19일까지 주요뉴스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백 30여건의 관련기사중 85건이 정부와 검찰, 경찰의 발표나 분석을 사실여부에 대한 확인없이 그대로 전달해 객관성을 상실한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언론은 8ㆍ15특별 사면으로 5, 6공 비리 사범이 풀려나는 것과 최근 정부에서 밝힌 과다노출 단속 등 보수표를 겨냥한 정부의 모습에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급격한 사회 보수화에 언론이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끝으로 한총련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상당히 비판적이라는데 학생운동과 통일운동의 어려움이 있다. ‘학생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북한의 주장과 비슷하다는 것은 북의 지령을 받은 것이고, 북은 우리와 적대관계에 있으므로 그 주장은 무조건 잘못된 생각, 틀린 방법일 것이다.’라는 생각이 커다란 장벽이 되는 것이다. 분단으로 빚어진 아픔 가운데 하나가 서로의 체계와 생각에 대한 피해의식적 경계심이 아닐까 한다. 학생들의 주장에서 가장 크게 친북적이라는 비판을 받은 것은 ‘연방제 통일방안’이다. 언론과 공안당국에서는 북한의 고려연방제와 동일한 통일방안으로 이 적성이 의심된다며 한총련 탄압의 발판으로 삼았다. 연방제 통일 방안이 무엇인지조차 언급되지 않았다. 단지 북에서 주장하는 것이라는 것 밖에는 언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연방제가 현실적인 통일방안이건 아니건, 북의 통일 방안이건 아니건 간에 그것을 말할 수 없게 하겠다는 것에 더 문제가 있는 것이다. 다양성을 인정받고 자기의 주장을 토론과 기타 선전의 방법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참다운 민주주의라 할 수 있다. 한데 이번 정권의 탄압은 그 다양성을 봉쇄해버리고 나와 생각이 다르면 ‘발본색원’, ‘전원 검거’, ‘소속 학교에서의 징계’, ‘취업시 불이익’ 등으로 처리해버리겠다는 오만에 가득찬 행위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정권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 되짚어 볼 부분이다. 연대 사건 후 한총련은 기자회견을 통하여 되도록 폭력시위를 삼가하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자기 주장을 펼치겠다고 공언하였다. 하지만 어떤 평화적인 방법이든지, 어떤 식의 선전방법이든지 한동안 정권의 탄압을 피하긴 어려울 것 같다. 시위용 고무총을 들여오는 한이 있어도, 그것이 사람을 죽일 수 있어도 학생시위를 엄단하겠다는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연대사건을 끝이 났다. 어느 편에 더 큰 잘못이 있었는지 서로에 대한 시시비비는 밝혀져야 한다. 하지만 한가지 명백한 것이 있다. 우선 이번 연대 항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다. 연행자와 그 가족들, 신촌 주변 사람들, TV를 보며 혀를 차던 사람들 모두 피흘리는 통일행사를 보아야 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지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을 바꿔줄 어떤 희망을 애타게 찾을 것이란 것이다. 그 희망은 어디에 있을까?.

송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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