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의 옷을 벗고 올곧게 서자”

  올봄은 예년보다 연극 공연 포스터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그많던 서울 공연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지 아예 대전까지는 내려오지도 않는다. 한국연극협회 대전지회가 주관하던 ‘대전광역시 연극제’도 참가극단 수가 1팀으로, 행사를 치르느니 마느니 말들이 많다. 여전히 각 지역 극단들은 뭔가 하는것 같은데도 그 성과는 아직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라는 질문을 해보았을때 그 이유는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누군가 이런말을 한 기억이 난다. “과거는 현재를 지배하고, 현재는 미래를 결정한다”라고. 여러 이유야 많겠지만 여전히 지역 연극 예술인의 치열한 예술정신의 희박, 국가문화산업의 정책 부재, 관객(대중)들의 예술적 교양 수준이 낮은점 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이중에서 가장 주체적이며 창조적인 역량을 발휘해 지역 연극을 활성화 시킬 의무를 지닌 지역 연극 예술인들의 예술에 대한 치열한 자기 고민, 정신의 희박을 얘기하며 그들의 역할을 말하려 한다.
  예술은 예술작품을 통하여 수용층인 관객(대중)에게 좀 더 나은 사회, 올바른 인격형성을 만들어 가는 당대의 산소 같은 작용을 한다. 특히 현대 예술 환경은 이전의 시대와 달리 소비사회의 도래, 인쇄기술 및 대중매체의 발달로 그 전파력은 막강한 군단(?)에 못지 않다. 그 대상도 무차별적이어서, 성인 남녀노소 국적을 떠나 다분히 파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시대에 지역 연극 예술인들의 역할은 ‘신성’하다고 말하여도 무리한 표현은 아니며 그 역할 또한 엄중하다 하겠다.
  다시 말해 연극 예술인들은 예술 작품을 통하여 수용층이자 예술 감시자인 대중과 함께 좀더 풍요로운 미래 문화환경을 만들어 가는데 없어선 안될 산소같은 존재이다.
  그러나 이러한 엄중한 당대의 조건에서 얄팍한 상업적 계산으로 관객들의 머리수나 세고, 이윤타산이 맞지 않는 예술적 작품은 제작하기를 꺼리는 제작자가 존재한다는 것이 시 문화 행정 당국의 무관심 또한 부채질 하고 있는 듯하다.
  ‘평생 연극인’의 길을 가기 위해 자기 뼈를 갈고, 피를 말리는 공동작업이 연극 예술일진대 쉽게 일상과 타협해 버리는 안이한 예술인들은 객관적으로 재평가 받아야 할때임에는 분명하다. 이러한 바탕하에서 지역연극 예술작품을 외면했던 관객 대중들을 예술 작품속으로 다시 만나게 되도록 노력하는 일은 지금 당장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시 한번 거듭 당부하지만 당대의 예술인들은 빨리 거듭나야 한다. 가짜의 옷을 벗고 진짜로 부끄러움이 없는 연극인이 되기엔 불행중 다행인지 아직 늦지는 않았다. 예술작품을 외면하는 관객(대중)을 앞에 세우는 일, 알아서 해결하라는 해당 당국의 문화정책들을 올바르게 세우는 일, 상품이 될 것 같지 않는 창작(예술)작품에 대한 대중매체의 기피 현상들을 바로 잡는일 등을 주체적으로 해야 할 때이다.
  이러한 질문들을 무수히 던지며, 예술인들은 올바른 예술정신을 가지고 자신의 영역에 충실해야 할 절막한 때인 것이다. 지역 연극의 풍부한 내일을 위해선.

오재진<극단 ‘터’ㆍ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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