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환영회의 유감

  최근 우리 대학에서는 신입생환영회 석상에서 과음으로 인하여 아까운 젊은 신입생이 목숨을 잃는 불행한 일이 있었다. 소위 ‘사발식’이라고 하는 신입생환영회는 선배들이 냉면 사발등의 큰 그릇에 소주를 부어 후배들에게 마시도록 강권하는 의식이라고 한다. ‘사발식’에서 선배들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신입생이 술을 이기지 못하고 급기야는 목숨까지 잃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사실의 보도를 접하자 시민들은 커다란 충격과 함께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한다는 이구동성의 개탄을 피력하고 있다.
  그런데 대학 사회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이들은 이러한 사실이 우발적으로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와같은 불상사는 이미 예견된, 어쩌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는 개연성도 함께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오늘날 대학사회에서는 신입생을 맞이하여 그들을 환영하며 한편으로는 그들에게 새로운 전통을 주입시킨다는 미명아래 떳떳하지 못한 일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가령 학회비의 경우를 보자. 본래 학회비란 매 학기마다 징수해야 마땅한 것임에도 그럴 경우 학회비가 잘 걷히지 않는다는 이유로 순진한 신입생들에게 입학 즉시 4년간의 학회비를 일시에 거둬서 충당하는 일들이 바로 그러한 횡포 중의 하나일 것이다. 이것은 학교의 재정 형편이 어렵다고 대학 당국이 1~2년치의 등록금을 미리 거두어 쓰겠다는 경우와 다를 것이 없다 하겠다. 그럴때 학생들은 그 대학 당국의 불합리한 처사에 순응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잘못된 일에 대한 학생들의 저항이 바로 한국 사회의 현대사를 채워왔다고 학생들은 스스로 자부하고 있으며 위와같은 불의에 대해서는 언제고 이의를 제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회의 비리에 눈감지 않겠다는 학생들이 잘못된 행태를 일삼고 있는 것이다. 신입생 환영회의 ‘사발식’도 그 중의 하나이다.
  신입생환영회란 그 본래 취지가 새로 들어온 후배들을 기꺼이 맞이 한다는 뜻에서 마련된 문자 그대로의 환영의 모임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그 모임의 성격이 크게 변질되어 모임의 장소를 수백리 떨어진 명승지로 정하고 버스를 대절해 가면서 행사를 갖기도 한다. 그런데 그자리는 환영과 친목을 도모한다는 미명하에 신입생들을 거의 사경에 이르도록 술을 퍼 먹이는 살인파티를 방불케 하고 있어 비난을 받은 지도 이미 오래다.
  특히 장래의 생업이 보장된다고 믿는 몇몇 과의 경우는 그 정도가 극심하여 신입생들은 거의 선배들의 등에 업혀 여관에서 혹은 선배들의 하숙집에서 밤을 새우고 다음날 새벽에 귀가함으로써 부모들께 걱정을 끼치는 예도 허다하다는 것이다. 술을 마셔보지도 못한 신입생들에게 또 술이 체질에 맞지 않아 선천적으로 한모금도 못마시는 신입생들에게 한꺼번에 많은 양의 술을 억지로 마시게 하는 일은 지성인을 자부하는 대학생 사회에서는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차제에 신입생환영회라는 대학문화는 올바른 뜻을 바로 새겨 건전한 대학활동의 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대학 문화가 미래를 지향하는 젊은이들의 의미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뜻있는 이 모두의 소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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