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없는 교육정책 탈피 급선무

  대학을 민족의 융성번영에 이바지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터전으로 바꾸는 것을 뜻하는 ‘민족대학건설’. 이것은 우리나라 대학이 나아갈 바요, 개혁의 방향이다.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세계가 한 집 살림을 하게되면서 각 나라와 민족의 자주권 확립과 호혜평등이 가장 중요한 문제로 등장한 세계사적 상황으로 보나 8ㆍ15해방 이후 오늘까지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뿐 아니라 민족이 남과 북으로 갈라져 고통받고 있는 한국의 현실로보나, 지금껏 우리 교육이 대미예속적이고 반공ㆍ반북 일색이었던 점을 봐도 ‘민족대학건설’의 기치는 너무나 당연한 지향일 수 밖에 없다.
  민족대학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개편, 민주교수 영입, 교육시설및 설비확충등 해야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모든 일은 재정적 뒷받침이 따라야만 제대로 될 수 있다. 문제는 누가 교육에 필요한 재정부담을 책임지는가 하는 것이다. 교육이 나라의 백년대계라는 점에서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러나 김영삼정부는 임기의 절반을 마친 지금까지도 교육재정확보를 위해 노력하지 않고 있다. ‘수혜자부담의 원칙’을 내세워 서민들의 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만 봐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등록금 자율화조치 이후 두배이상 등록금이 뛰어오른 사립대는 말할것도 없고, 국립대도 수업료는 적게 올리는 대신 기성회비를 대폭 인상하는 편법을 동원해 학생들의 등록금을 대폭 인상하고 있다. 세계에서 국립대 등록금이 학교재정의 50%에 이르는 곳은 한국뿐이다.
  물론 김영삼정부는 95년 8월 30일 “현재 GNP대비 4.11%인 교육재정을 5%까지 늘리기 위해 담배소비세 등에 교육세를 신설해 부과하는 방법으로 추가재원 9조4천7백52억원을 확보한다”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교육재정확보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러한 김영삼정부의 교육재정 확보방안은 적지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교육재정규모는 교육부 예산만으로 산출해야 한다. 이럴 경우 95년 교육재정은 GNP대비 3.68%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김영삼정부는 과학기술처 산하기관인 과기대 예산까지 교육재정에 포함시켜 95년 교육재정을 GNP 4.11%라고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담배소비세, 교통세, 유류세등에 교육세를 신규 부과한 것도 결국 교육재정 확보의 부담을 서민들에게 떠넘긴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서민들은 나날이 오르는 납입금과 늘어만 가는 사교육비와 함께 이중삼중으로 교육비 부담을 떠안게 됐다. 그 뿐 아니라 정부의 방안대로라면 국민들은 교육재정 확보를 위해서는 흡연운동이라도 해야 될 판이다. 한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서민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고도 교육재정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은 얼마든지 있다. 국방예산을 줄이는 것이다. 군을 10만명만 감축해도 년간 5천5백억원의 국방예산이 줄어든다. 게다가 94년 국방예산 중 쓰지않고 남긴 돈도 5천억에 이른다. 이런 돈을 교육재정으로 충당하면 된다. 또 주한미국주둔비 부담금 폐지와 주한미군기지 사용료 부과도 교육재정확보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밖에 93년부터 95년까지 8백77억원이나 지원했던 관변단체 지원금도 없애고, 교육재정으로 전환해야 한다.
  김영삼정부가 진정으로 우리나라 대학교육을 살리려는 뜻이 있다면 ‘수혜자 부담의 원칙’과 기만적인 ‘GNP 5% 확보방안’을 당장 철회해야 하며, 정부가 민족대학 건설에 필요한 교육제정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확보해야 한다. 물론 서민들에게 그 부담을 전가시켜서는 안된다. 국방비 감축, 주한미군주둔비 부담금 폐지, 주한미군기지 사용료 붕괴, 관변단체 지원금 폐지, 대기업 교육특별세 부과, 교육기자재 면세 및 원가공급등이 그런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동환<한국대학연구소ㆍ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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