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감정 유발, 선거승리 예고(?)

  충청도 핫바지. 충청인이라면 누구나 흥분했던 이 단어는 지난 6ㆍ27 지자체선거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바로 지역인의 감정을 교묘히 이용한 정치인들의 정략으로, 결국에는 지역출신 후보를 지지케 함으로써, 해당후보에게 승리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일은 상시적인 문제였다.
  그런 맥락에서 4ㆍ11 총선과 언론의 지역감정보도를 주제로 열렸던 세미나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지난 6일 강당에서 4개당 정당대표와 언론계, 노동계, 시민단체, 법조계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김영호<우석대 신문방송학>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정치인들이 지역감정을 악용하는 일은 선거와 맞물려 항상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정희와 윤보선 후보가 대결했던 5대 대통령 선거의 경우, ‘이 고장은 신라천년의 찬란한 문화를 자랑하는 고장이건만 그 긍지를 잇는 이 고장의 임금은 여태껏 한 사람도 없었다. 박정희 후보는 신라임금의 자랑스런 후손이며 이제 그를 대통령으로 뽑아 이 고장 사람으로 천년만의 임금님을 모시자’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지역인의 감정을 선거에서 악용한 사례는 허다했다고 보고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고영주(과기노조위원장)씨는 지역감정이 전반적인 사회 개혁을 방해한다고 밝혔고, 시민단체를 대표하여 참가한 김준식 YWCA 총무는 지역감정에는 지역민들이 지역감정을 앞세우는 이유로 민주시민으로서 훈련이 부족한 유권자의 무지와 함께 정치인들의 편중된 개발정책,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를 근거로 들었다.
  또, 감정적인 표행사는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히틀러의 예에서 보듯, 민주정치에 역행함을 역설한 김형태 변호사는 이성적으로 행사해야할 소중한 한 표가 지역민의 감정에 결부되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언론인으로서 참가한 송인식 대전ㆍ충남 기자협회 사무국장과 KBS의 정치담당 이정두씨는 언론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이 독자임을 상기하고 언론소비자운동을 벌일것을 제시하였으며, 언론의 감시자로서 시민의 역할을 강조했다.
  4당 대표중, 신한국당 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민주당의 김원웅 의원은 대전은 충절의 고장이라고 하면서, 진정한 충절은 지역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민족분열을 부추기는 행태를 막는 것임을 밝혔다. 국민회의를 대변하여 나온 정구영 의원 역시 호남의 특수성을 밝히면서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폐해에 대하여 역설하였다.
  그러나, 자민련을 대표하여 참가한 이인구 의원은 지역감정의 정의로 텃밭에서 나오는 의식으로 정의할 때, 지역감정은 당연하며 충청도에서 일고 있는 지역감정은 순풍이라고 말함으로써, 망국적 지역감정을 타파해야 한다는 참가자 전원의 논리와는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특히, 이러한 지역감정을 죄악시한다면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고 밝혔다.
  4.11 총선을 앞두고 우리사회의 정치인들은 여전히 지역감정을 악용하고 있으며, 언론인들 역시, 지역감정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지역감정이 망국적이라는 인식에 기초하여 정치인과, 언론인, 시민단체, 노동계, 법조계의 각 대표가 참석하여 개최한 이번 세미나의 의의는 크다고 할 수 있다.

김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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