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민족과 국가의 ‘상징적 자산’

  쏟아지는 정보로 인해 사회의 모든 것이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우리의 언어생활 또한 변하고 있지만, 이 변화가 올바른 모습만을 보인다고는 할 수 없다. 이에 우리 신문에서는 우리의 언어생활을 점검하고자 ‘우리 언어의 현주소’란 주제 아래 글을 실을 예정이다.

 편집자주

  오늘날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 시대가 정보화 시대라는 말은 우리가 그만큼 미지의 새로운 정보에 민감하게 대처하며 생활활 수 밖에 없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외래 문화를 받아들이거나 정보를 상호 교류하는 기대에 우리것만을 고집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닌 세상이 되었는데, 이에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것이 이른바 언어문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들의 일상적인 언어생활이 다른 때와는 달리 여러가지 어려움에 직면하는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를테면 컴퓨터나 자동차와 관련한 생소한 외국말들이 어느덧 우리들의 주변에 성큼 다가와 있으며 이것들이 요구하는 경험 세계의 폭과 심적 부담이 크기만 한 것 또한 사실이다.
  얼마전 정부에서는 국민에게 불쾌감을 주는 말이나 계층간 갈등 위화감을 주는 말, 아주 어려워서 이해하기 어려운 한자말 혹은 외래말 600개 정도를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바꾸는 이른바 국어 순화작업을 시행하였다. 예를 들어 어려운 한자말인 ‘설해용사(雪害用沙)’를 ‘미끄럼방지 모래’로 ‘가담항설(街談巷設)’을 ‘뜬소문’으로 ‘건시(建枾)’를 ‘곶감’으로 바꾸었다. 또한 ‘군속(軍屬)’이나 ‘보필(輔弼)’과 같은 한자말은 계층간의 위화감을 준다고 해서 각각 ‘군무원’, ‘모심’으로 바꾸었으며, ‘지체부자유자’나 ‘잡부’와 같은 말은 국민에게 불쾌감을 주는 말이라서 각각 ‘신체부자유자’, ‘잡일꾼’으로 바꾼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아직도 우리들의 언어생활이 그만큼 불편하며 여러모로 문제가 많다는 것을 단적으로 반증하는 것이라 하겠는데 우리 언어생활의 현주소가 어디인가를 가리키고 있다고 하겠다. 즉 어려운 한자말이나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서양외래 말들이 우리말속에 섞여 있어서 우리가 말하고 쓰고 읽기에 얼마나 불편하였는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어쨌든 위와 같이 바꾼 말들의 타당성이 다소 문제가 되기도 하겠지만 우리는 이러한 국어순화작업이 얼마나 소중하며 가치있는 일인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따라서 이 작업은 끊임없이 지속되어야 하며, 또한 이 말들이 사회적 수용성을 얻어서 국민 모두가 날로 사용함에 편리하여야 한다.
  이제 우리는 냉정한 자세로 우리들의 언어생활의 잘못된 점을 되돌아 보면서 이를 바로잡는데 노력해야 한다. 언어는 그 말을 사용하는 민족이나 국가의 상징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정원수(국문ㆍ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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