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정권유지법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지난 14일, 탑골공원앞에서 국가보안법 철폐와 양심수 전원석방을 위한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이하 민가협) 어머니들의 목요집회가 있었다.
  자식 둘을 하나는 대전교도소에, 하나는 대구교도소에 보내고도 부족해, 선거때만 되면 좌경이니 용공이니 온갖 이유로 구치소에 끌려갔다오는 한 어머니가, 주름진 눈가에 눈물을 흘리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었다. 자식 다 키워 대학보내고 걱정없이 편하게 살고 있어야 할 어머니가 왜 거리에서 눈물을 흘리며 서 있어야 하는가?
  오직 죄가 있다면 분단된 나라에 자식을 낳아 대학에 보낸 죄밖에 없는 어머니. 그의 아들이, 분단된 조국의 통일을 외쳤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에 위배되어 몇년, 심지어는 수년동안 감옥에 갇히는 고통을 겪는 어머니를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이 아팠다. 그리고 저런 어머니가 단지 한 분 뿐만 아니라 수백명이 있다니 정말 답답한 세상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헌법에 엄연히 인간의 존엄과 가치, 사상표현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해 놓고 있다. 그리고 국가의 안보도 이러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오히려 국민의 기본권을 유린한다면 그 폐지를 고려해야 한다.
  95년 6월 10일 집계된 전국 교도소와 구치소, 경찰서에 갇혀있는 양심수의 수는 모두 464명. 그 중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구속된 사람은 3백명이나 된다고 한다.
  국가보안법은 일제시대에 독립운동가들을 잡았던 치안유지법을 모태로 하여 만들어져, 6ㆍ25이후 반공법과 함께 헌법의 기본권을 무시할 수 있는 법으로 자리잡았다. 그후 냉전체제가 완화되면서 반공법은 없어졌지만 1980년 5ㆍ18 쿠테타 이후 개악되어 5ㆍ6공 시절 내내 진정한 구각안위보다는 정통성없는 정권의 유지수단으로 사용되었다.
  0.8평 차가운 감옥에서 떨고 있는 양심수들, 거리에서 눈물을 흘리는 민가협 어머니들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된다. 국가보안법이 정권유지로 악용된다면 폐지되어 모든 양심수들이 자유스럽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자유스럽지 못했던 우리 모두의 양심을 회복하는 길이 될 것이다.

박윤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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