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만남

솔직한 순간
  얼마전 친구의 소개로 미팅을 하게 되었다. 대학에 들어와 처음하는 미팅이라 무척 마음이 설레였고 기대 또한 컸었다. 내가 처음 그 여학생을 보았을때 수수하면서도 세련된 모습이 마음에 끌렸다. 한달동안 사귄 사이지만 보면 볼수록 호감이 갔다. 그녀 역시 내가 싫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언젠가 한번은 내가 영화를 같이 보러가자고 했다. 그녀도 웃으면서 승낙을 했다. 그러나 약속 당일날 아무리 기다려도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화가 났다. 전화를 걸어보니 몸이 아파서 그냥 집에서 쉬겠다고 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운동으로 기분전환을 했다. 학교에서 저녁을 먹고 집으로 가려고 학교를 나서는데 정말 우연치고는 너무도 기가 막힌 일이 벌어졌다. 몸이 아파서 쉬겠다던 사람이 그것도 다른 남자와 다정히 걸어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도 순간 당황했지만 그녀는 더욱 당황한 모습이었다. 온갖 생각이 머리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렇게 둘이 마주친 자리에서 내모습이 얼마나 초라해 보였는지는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기억을 모두 지워버렸다. 얼마전에 읽은 시집 중에서 이런 말이 생각이 난다. “만일 우리의 삶이 누구를 만나게 될 것인지 미리 알 수 있다면 삶은 한결 쉬울 것입니다.” 진정 누군가를 잘 알 수 있는 것은 솔직한 순간이다. 거짓에 찬 삶이라면 한평생을 지내더라도 그보다 더 누군가를 잘 알 수 없을 것이다.

남     명인호(금속공교ㆍ1)


또 다른 시작
  꿈과 낭만의 시기라는 대학생활. 여중, 여고를 나온 탓에 이성에 대해 뭔지 모를 흥분이 나를 대학문화속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던 때가 있었다. 이런 생활들이 어린 나에겐 너무나 벅차고 힘들었다. 난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었고, 그래서 미팅이라는 색다른 모임을 나가게 되었고, 거기서 난 포근해 보이던 그 친구를 만났다. 첫 미팅은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우리들의 만남은 하루가 멀다하고 계속되었고, 단순히 기대어 쉴 수 있는 친구를 넘어서서 그 친구 없이는 못 살 정도까지 이르렀다. 그렇게 우린 몇 개월을 보냈고, 티격태격 다투기도 많이 했다. 시간은 흘러 여름방학이 시작됐고 난 고향집에 내려가고 그 친구는 대전에 머무르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런데 처음에는 매일 걸려오던 전화가 뜸하더니 결국 개강할 때 쯤에는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 한참을 연락없이 지내는 동안 이상한 소문을 듣고 말았다.
  그 친구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함께 일하던 나의 또 다른 친구와 연애하다는 소문을. 그 후 여러번 그 두사람을 보았으며 추억이 하나, 둘씩 떠올라 견딜 수 없는 고통이 나를 힘들게 했다.
  지금 나는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 서로를 믿고 의지하게 되었지만, 나에게 이런 사연이 있다는 걸 모른다. 이 글을 통해 그에게 내 “잘못된 만남”에 대한 사연을 고백하려 한다. 그리고 지금 이순간 어느 누구보다도 그를 사랑한다고.

여     김미진(중문ㆍ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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