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앵글스

   하루는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어요?'. 그 질문을 들은 나는 당황을 금치 못했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을 해주기에는 그만큼 사진을 잘하지는 않는 것 같고, 그렇다고 못한다고 하기에는 일종의 기만 또는 자기 비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나의 답변은 카메라를 자주 만져보고, 친해지라는 말이었다.

  어느 사진작가는 자신이 찍는 만 장까지는 형편없을 것이라 말하기도 하는데, 나는 팝아트의 선구자이자 사진을 취미로 했던 앤디 워홀의 말을 떠올린다. '누구나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이 나에게 울림을 주었던 건 아무래도 '누구나'에게 초점이 맞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카메라를 잡고 셔터를 누를 하나의 손가락만 있다면, 프레임에 어떤 순간을 담을 수 있을 테니까. 

  사진의 장르는 셀 수 없이 많고, 사진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 그리고 취미로 하는 사람들까지 다 제각각이다. SNS에서 사진을 볼 때면, 잘 찍은 사진의 기준이 다르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누구는 인물을, 또는 풍경을, 또는 일상을 잘 찍은 사진이라 부른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사진은 기호에 있는 것이라고. 사람 또는 세상이 정해 놓은 기준이 아닌, 내가 마음에 드는 순간을 하나하나씩 담다 보면 좋은 사진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이다. 사진을 잘하고 싶다던 그는 지금쯤 카메라와 친해졌을까?

  우리의 삶이 이 과정과 닮아 있다고 문득 생각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더 나아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막연하게 느껴지는 지점에서 시작해,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자신의 삶을 가다듬어 나아간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 카메라와 친해져야 하듯이, 자신과 친해지다 보면 좋은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앤디 워홀의 말을 빌려 이렇게 말하고 싶다. 살아 있는 누구든지 좋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남승구 (공공안전학·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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