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 제100조 1항, 인포/ 정지원 기자
저작권법 제100조 1항, 인포/ 정지원 기자

  2024년 말, ‘오징어 게임 시즌2’가 공개된다. 오징어 게임 시즌2는 2021년 9월에 공개된 ‘오징어 게임’의 후속작이다. 오징어 게임은 공개 28일 만에 누적 시청 16억 5,045시간을 기록했고,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총 6개 부문을 석권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넷플릭스 내부 문건과 시청자 수를 통해 예상한 결과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무려 8억 9,110만 달러(약 1조 520억 원)에 달했다. 그럼에도 황동혁 감독은 흥행 수익을 나눠 받지 못했다. 비단 황동혁 감독만의 문제는 아니다. ‘아가씨’의 박찬욱 감독부터 독립영화 감독들에게도 똑같은 일이 발생하고 있다.

영화 저작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정당한 보상제도’ , 인포/ 정지원 기자
영화 저작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정당한 보상제도’ , 인포/ 정지원 기자

  저작권법이 영상저작자에게 미치는 영향  

  이러한 문제는 저작권법 제100조 1항과 업계의 관행에 의해 지속돼 왔다는 영상저작자들의 지적이 있다. 여기서 영상저작자는 위에서 언급한 감독들이다. 저작권법 제100조 1항에 따르면 ‘영상제작자’와 ‘영상저작물의 제작에 협력할 것을 약정한 자’는 공동 저작자이지만, 따로 특약이 없으면 영상제작자가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권리’를 양도받은 것으로 추정한다. 이때 ‘영상제작자’는 제작사와 같이 영상저작물의 제작에 있어 그 전체를 기획하고 책임지는 자를, ‘영상저작물의 제작에 협력할 것을 약정한 자’는 작가와 감독과 같은 영상저작자를 일컫는다. 영상저작자는 영상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영상제작자와 특별하게 약속해야만 그 권리를 지킬 수 있다 하지만, 영상저작자는 업계와의 계약에서 지위상 약자로 관행에 따라 그 권리가 영상제작자에게 양도되고 있다. 특히 영상저작자가 신인인 경우, 영상제작자와의 계약에서 불리한 계약이 체결되고 있는 경우도 잦다.

  이 조항은 저작물을 이용하고자 하는 자가 영상저작자와 같은 공동저작권자에게 일일이 동의를 구해야 하는 수고를 더는 것으로 저작물 이용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정작 영상저작물의 권리가 영상제작자에게 양도되면서 영상저작자는 작품의 이용에 대한 보상을 받기 어렵게 됐다. 이렇듯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 게임의 흥행을 통해 작품의 이용이 늘어나도 이에 따른 보상을 받을 방법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다만 영상제작자에게 영상저작물의 모든 권리가 양도되는 것은 아니다. 저작권은 지적 능력을 가지고 만들어낸 창작물에 대한 권리인 지식재산권의 권리 중 하나이다.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일정한 방식으로 이용해 경제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저작재산권과 저작자의 성명과 저작물의 내용과 같이 저작물로부터 분리할 수 없는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인 저작인격권으로 구분된다. 영상제작자가 양도받은 것으로 추정하는 영상저작물의 권리는 저작재산권으로 한정된다. 예를 들어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영상저작자인 황동혁 감독이 제작사인 (주)퍼스트맨스튜디오에게 영상저작물의 이용을 위해 필요한 권리를 양도하더라도 그 제작사는 ‘오징어 게임’ 내용의 동일성을 유지해야 하며 공표 매체에 황동혁 감독의 실명을 표시해야 한다. 또한 저작권법 제100조 2항에 따라 영상저작물의 제작에 사용되는 소설, 각본, 미술저작물 또는 음악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은 특약이 없을 시 영상저작자가 영상제작자에게 영상저작물의 권리를 양도하는 것으로 추정하는 1항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저작재산권 내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은 양도되지 않아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 게임 2’를 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음악 산업과 해외는?

   음악 산업의 모습은 영화계와는 사뭇 다르다. 현재 음악 산업은 플랫폼에서 음악이 한 번 재생될 때마다, 플랫폼 이용자가 지급한 금액의 일부가 저작자에게 돌아간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음원 전송 사용료 징수 규정’에 따르면 멜론, 애플뮤직과 같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은 매출액의 35%를 가져간다. 그리고 남은 65%의 매출액은 ▲유통사 및 제작사 48.25% ▲저작자(작곡가 등) 10.5% ▲실연자(가수 등) 6.25% 순으로 배분된다. 이렇듯 비중은 작을지라도 저작자는 이용에 따른 저작권료를 보장받고 있다. 

  나아가 해외에서는 음악 산업뿐만 아니라 영상 산업에서도 이용에 따른 저작권료로서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고 있다. ‘정당한 보상’이란 저작물의 이용이 계속된다면 저작자에게도 그 보상이 이어져야 한다는 저작자의 기본 권리이자 저작권의 원칙이다. 정당한 보상은 ▲스페인 ▲프랑스 ▲아르헨티나 등 해외 40여 개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다음 소희’의 정주리 감독은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창작자에 대한 보상을 법으로 보호하는 나라들이 있다는 사실을 프랑스 방송국을 통해 알게 됐다”라며 “노래방에서 누군가 노래를 부르면 저작권료를 받는 음악 창작자들처럼, 우리들도 TV든 VOD든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든 누군가 영화를 보면 그에 따른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는 제도를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됐다”라고 전했다. 영상 제작을 꿈꾸는 박서영 학우(언론정보학·2)는 “영상과 같이 특정 분야에서만 저작권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부당한 상황에 놓이고 있는 것이라면 저작권법 개정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국가들을 포함해 대한민국도 타국의 저작물이 본국의 저작물과 동등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베른 협약에 가입돼 있다. 따라서 한국의 저작물이 타국에서 송출되면 한국의 영상 저작자도 해당 국가에서 발생한 저작권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국외 송금은 각 나라가 평등한 관계로서 외교를 한다는 호혜·평등의 원칙에 따라 상대국 저작자의 저작권료를 수집해 송금할 수 있어야만 상대국에서도 송금할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저작자에게 저작권료를 보상하는 법체계가 미비해 해외에 한국 저작자들의 저작권료가 쌓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에서도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기를 지지하는 해외 저작권 관리단체 DAMA(스페인)와 DAC(아르헨티나)는 자국에서 수집된 금액을 먼저 한국에 보내는 데 동의하면서, 황동혁 감독을 포함한 영화, 드라마 감독 500여 명이 보상금을 나눠 받았다. 

  영화 저작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정당한 보상제도’ 

   현재 영화 산업의 시장은 ▲영화 제작에 필요한 자본을 조달하는 시장인 투자시장 ▲제작된 영화의 유통을 담당하는 배급시장 ▲일반상영관이나 IPTV로 소비되는 시장인 상영시장과 부가 시장 ▲영화라는 창작물이 완성되는 제조시장이 있다. 작가와 감독과 같은 영상저작자는 제작사와 협력하는 제조시장의 핵심 구성원이다.  

  영화의 수익은 제작 비용과 배급 비용을 메꾸는 데 먼저 사용된다. 이후 이익이 남으면 제작사가 정산금을 받고 작가와 감독은 제작사와의 인센티브 계약에 따라 보상이 지급된다. 따라서 인센티브의 비율은 작가와 감독의 ‘힘’에 따라 천차만별이며 개봉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지급이 종료된다. 

  그 때문에 영화저작자들은 ‘정당한 보상제도’에 따른 비례분배금을 주장하고 있다. 비례분배금이란 1차 계약과 별개로 추후 저작물의 이용량에 비례해 모든 작가와 감독이 동일한 비율로 금전적 보상을 받는 것이다. 이 주장이 인정되면 제작사가 폐업했더라도 작품이 이용되면 이용자가 지급한 금액 중 일부가 저작자에게 지급되는 구조가 형성돼 저작자가 안정된 수입을 얻는 데 보탬이 된다. 

  저작권법 개정될 것인가?   

  작년 9월 19일,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성일종 의원의 의안에는 영상저작자가 ‘영상저작물을 최종적으로 공중에게 제공하는 자’로 부터 정당한 보상을 받도록 규제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OTT나 방송사가 방영을 위해 저작재산권에 대한 대가를 영상제작자에게 지급했음에도 영상저작자에게 이용량에 비례해 저작권료를 지급해야 해 ‘이중 지급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우려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제작의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해 OTT가 투자 후 적자를 보더라도 영화저작자들은 이용에 따른 보상을 추구할 수 있게 돼 투자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  지난 6월 21일, 임오경 의원 대표 의안에는 영상저작자가 ‘영상제작자’로부터 영상저작물의 최초 이용 후의 이용에 대한 보상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법 개정에 미디어 플랫폼 저작권 대책연대는 “섣부른 규제는 시장 실패와 투자 위축 등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라고 호소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박서영 학우는 “창작에 대한 금전적 보상은 창작자의 생계유지 수단이 되는 동시에 더 나은 창작물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에 창작자 개인과 문화예술 산업 모두를 위해 개정이 필요하다”라고 언급했다.  스포츠경향 기사에 따르면 한국영화감독조합 윤제균 회장은 “한 달에 100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콘텐츠 강국을 이뤄가고 있는 것”이라며 “이미 유럽, 남미 등에서 작가와 감독한테 조금씩이라도 나눠주는데, 문화강국이 된 우리나라도 시대와 세계 변화에 맞게 법이 따라갈 수 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외국에 한국 영상저작자의 저작권료가 쌓여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한국 영상저작자의 미비한 보상 체계를 바꾸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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